AI 시대의 디자이너, 대체되거나 리드하거나

2024-04-11

AI 시대를 리드하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역량에 대해

 

“몇 십 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혁신이 단 1년 만에 이뤄졌다.”

 

AI의 기술 혁신은 급격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한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밝힌 ‘AI가 모든 직업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완전히 부정하는 전문가는 없다. 다만 인류의 밝은 미래와 혁신을 위해서 다소간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모호한 태도를 보일 뿐이다. 기술이 인간의 노동생산성을 높였던 과거의 혁신과는 달리, 기술이 인간의 노동력을 완전히 대체하는 AI 혁신. 그 결과가 인간의 삶에 가져올 파급력은 아직 알 수 없다. 누구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미래, AI는 어떤 방식으로 디자이너를 대체하게 될까?

 

 

 

 

 

 

 

 

01.
AI가 디자이너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착각
AI의 특장점은 개별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압도한다.

©Adobe

 

 

 

AI의 본질은 인간 노동력의 완전한 대체이다. 이는 구조적인 변화이며 기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AI가 디자이너를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얄팍한 기대는 AI의 혁신 앞에 어리석은 전망이 되었다. AI가 디자이너를 대체할 능력은 차고 넘친다. 당장 막대한 비용과 한정된 투자금 때문에 수익성에 따른 연구가 우선 진행되었을 뿐이다.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11조 원에 달했던 AI 산업의 글로벌 민간 투자금은 2025년 200조 원을 넘기며 모든 관련 산업에서 극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AI 기술에 막대한 투자금이 몰릴수록 글로벌 빅테크의 수익성을 극대화할 서비스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개발된다.

 

여기에는 일반인도 디자인 전문가 이상의 퀄리티 높은 작업물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 또한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를테면 어도비의 ‘젠스튜디오’는 브랜드 타깃과 스타일, 광고 채널에 따른 맞춤형 콘텐츠를 5분 만에 제작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혁신에 따라 디자이너의 기존 업무 역시 상당 부분 대체 가능하다. 20명으로 운영되던 브랜드 디자인팀은 10명으로, 5명으로 줄어들고 종국에는 소수의 핵심 담당자가 브랜드 디자인 전체를 담당하게 된다. AI가 디자이너를 대체하는 미래는 현재 진행 중이다.

 

과연 창의성이 디자이너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까? 아쉽지만 AI의 창의성은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압도한다. 이는 AI가 가구 산업에 불러온 혁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가구 디자인은 의식주를 비롯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발전을 거듭해 왔다. 고대 이집트를 기점으로 보아도 6,00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가구는 기능과 형태에서 이미 지금의 디자인으로 진화를 마친 듯 했다. 그런 가구 디자인에 창의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 바로 AI 기술이다. 정교한 디자인과 특유의 미감으로 유명한 글로벌 가구 브랜드 KARTELL이 AI를 활용해 만든 가구 디자인은 꽤 인상적이다. KARTELL은 인공지능을 통해 가구 개발 공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고, 인공지능의 창의성에 의지해 인류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KARTELL

 

 

 

이는 인간과 AI의 창의성 대결이 무의미함을 시사한다. 빅데이터 기반으로 인간의 고정관념과 산업 간의 경계를 초월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인공지능의 특장점이 창의성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사실 개인의 창의성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이 아니라 그 개인이 일생 동안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개연성 높은 맥락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AI는 유별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를테면 최고 수준의 에이전시나 글로벌 기업에서 전개한 브랜딩 프로젝트 사례를 학습한 AI 모델의 브랜드 디자인 서비스를 떠올려보자. 브랜드 디자인의 완성도와 설득력에 있어 일반적인 브랜드 디자인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AI가 발전할수록 디자이너의 양극화는 심화된다. 양극화는 AI가 대체할 수 있는 인력과 대체할 수 없는 인력으로 나뉜다. 지금 당장은 AI와 디자이너의 공생이 가능하겠지만 향후 5년 내로는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대체 가능한 인력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일반인들도 누구나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AI 서비스를 바탕으로 디자인 전문가들이 형성한 디자인 시장 대부분이 AI 서비스 기업의 몫이 될 것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몇 천 억, 몇 조의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하는 까닭은 AI를 통해 인류의 삶을 개선하려는 선한 의도라기 보다 기존 시장의 부를 선점하기 위함이다.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는 두 개인 셈이다. AI에 대체되거나, 리드하거나. 물론 이는 산업 전반에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디자인 퀄리티와 맥락의 완결성이 높은 브랜딩 프로젝트 10만 개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논리 구조를 학습한 AI 모델을 생각해 보자. 같은 시간 동안 AI보다 탁월한 브랜드 경험을 만들 수 있는 디자이너가 얼마나 있을까? 디자인의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인들도 AI를 활용해 전문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시대에 디자이너의 비전은 어디에 있을까?

 

 

 

 

 

 

02.
AI 시대를 리드하는 디자이너의 역량은 무엇인가?
디자인에 대한 현상적 접근을 넘어 본질적 이해가 필요하다.

 

©James Turrell

 

 

 

반도체 칩 설계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애플과 테슬라, 인텔 등 글로벌 기업의 혁신을 주도했던 짐 켈러(Jim Keller)는 이렇게 말한다. “현상을 다루는 이들은 대다수인 반면, 본질을 이해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이는 정확하게 디자인 산업에 해당하는 말이다. 본질을 이해하고 유의미한 영향력을 만드는 능력은 최고 수준의 디자인 전문가들과 대다수의 디자이너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이다.

 

흔히 최고 수준의 디자이너를 떠올리면 창의성이나 조형적 완성도, 심미성과 같은 역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런 역량은 지극히 기본적인 요소이며 그 자체만으로 탁월함을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국내외 최정상급 디자이너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역량은 현상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브랜드의 문제와 주제를 명확하게 정의하여, 브랜드 고유의 맥락을 만드는 능력이다. 리드하는 디자인이란 브랜드의 미래를 실현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대기업의 브랜딩을 진행한다면 아시아 마케팅 담당자는 물론이고 글로벌 본사의 임직원들을 모두 설득해야 한다. 나아가 타겟 오디언스가 공감할 수 있는 가치 있는 경험을 효과적으로 전해야 한다. 여기에는 브랜드 전체를 다각도로 볼 수 있는 입체적 사고, 전략을 설계하고 구조화할 수 있는 역량,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하는 능력, 설득력 있는 논리, 비즈니스의 본질을 파악하는 통찰, 개연성 높은 내러티브와 같이 디자인 역량 보다 상위 레벨의 역량이 요구된다.

 

디자인 업계를 리드하는 이들은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브랜드가 직면한 문제를 상세히 파악하고 매 프로젝트마다 목표한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전략을 새롭게 구상한다. 이를테면 BI 디자인이라는 지극히 한정적 업무를 담당하더라도 필요에 따라 브랜드 구조 재정의이나 페르소나 개발을 통한 접근을 제안하고, 각각의 솔루션에 대한 정량적, 정성적 기대 효과를 공유하여 기업 임직원들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문가가 제안하는 디자인의 가치는 단지 창의성이나 심미성의 차원을 넘어 브랜드가 지향하는 미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것은 대게 정형화 된 기존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디자인에 대한 단편적 접근과 보편적 방법으로는 각각의 브랜드가 직면한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언급했던 것처럼 시장을 리드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익숙한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구조적 혁신을 감수해야 한다.

 

 

©Xiaomi

 

 

 

나는 AI 시대를 살아가게 될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혁신이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오직 디자인이라는 한정된 영역에서의 역량에 집중하는 것은 어쩌면 효율적이고 당연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시대적 요구와 문제를 해결하는데 분명 한계가 있다.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은 이제 기본 역량이다. AI에 의해 디자인 퀄리티가 상향 평준화 된 시점에 기본 역량에만 충실한 디자이너는 오히려 AI에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브랜드 디자이너의 경우, 디자이너이자 컨설턴트 혹은 브랜드 전략 기획자가 되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철학자 혹은 작가, 네이미스트, 건축가, 예술가, 포토그래퍼, 마케터, 전문경영인, 애널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시작은 무엇이 현상이고 무엇이 본질인지 파악하는 분별력이다. 여기에는 브랜드와 비즈니스 모델, 시장, 타겟 오디언스, 미래 가치를 하나로 관통하는 통찰력이 필요하고, 인간 본성과 역사, 철학과 심리학, 미술과 건축, 패션과 과학 등 다양한 방면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밀도 높은 경험이 요구된다. 이는 무형의 브랜드 가치를 정의하고 차별화된 유형 자산을 만드는데 필요한 핵심 역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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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브런치 채널:

브랜딩 전문가의 인사이트 F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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