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프로덕트헌트(Product Hunt)’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일별, 주별, 월별로 새롭게 출시된 스타트업 제품들이 소개되는 곳이죠. 스타트업이 프로덕트헌트에 제품(주로 웹/앱 서비스)을 올리면 유저들의 투표에 따라 순위가 매겨집니다. 여기서 인기를 얻으면 홈 화면 상단에 노출되고요.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출처 : 프로덕트헌트 웹사이트 캡처)
상단에 노출되면 사이트에 방문하는 다수의 잠재 고객들에게 자신의 제품을 무료로 홍보할 수 있습니다. 이 영역에 노출됐다는 사실(=이미 다수의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은 제품임을 증명)만으로도 고객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프로덕트헌트에서 상단에 노출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 막 제품을 출시한 스타트업들이 확실한 매출도 아닌 ‘홍보 기회’를 잡기 위해 광고에 돈을 쓸까요?
프로덕트헌트 1위의 노하우 속에
광고는 없었습니다
구글에서 영문으로 조금만 검색을 해보면 ‘프로덕트헌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방법’ 같은 포스팅을 다수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중 몇 가지 겹치는 내용들을 참고해 상단에 노출되는 방법을 간략하게 정리해 봤습니다.
STEP 1.
출시 약 2개월~3개월 전부터 계정을 만들고 사이트 내 활동을 시작한다. 이때 회사 구성원, 친한 지인들에게도 사이트 가입을 부탁한다. 지인들에게는 시간이 될 때 가끔 방문해서 마음에 드는 제품들에 투표도 하고, 댓글도 남겨달라고 한다. (= 실제로 활동하는 ‘플랫폼 이용자’를 미리 만들어두는 작업)
STEP2.
계정을 만든 날부터 매일 프로덕트헌트에 접속한다. 일 단위로 소개되는 상위 5개 이상의 기업에 투표도 하고 댓글도 남긴다. 시간이 되는 직원들이 있으면 함께 투표한다. 투표 후에는 해당 제품을 출시한 기업 관리자에게 링크드인 DM을 보낸다. DM에는 1)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 2) 우리 팀원들 중 이 제품에 투표한 사람의 수, 3) 우리 제품이 출시되는 날 투표를 해줄 수 있겠느냐는 부탁을 정중히 담는다. 하루 15~20분을 매일 이 일에 투자한다. (= ‘활발하게 활동하는 플랫폼 이용자’들에게 먼저 가치를 주면서 관계를 형성)
STEP3.
출시 당일에 그동안 DM을 주고받았던 관리자들에게 우리 제품의 출시 소식을 알린다. 그들은 높은 확률로 우리 제품에 투표를 해준다. 이후 지인들과 구성원들에게도 투표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프로덕트헌트에서의 투표에는 돈이 들지 않습니다. 이 프로세스를 수행하는 데에도 예산은 필요 없다는 뜻이죠.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DM을 받았던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투표를 해준다고 합니다. 출시한 제품이 아주 처참한 수준이 아니라면요.
위 프로세스에 기반해 ‘유료 광고에 돈을 쓰지 않고 성과를 내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내 고객(=프로덕트헌트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정확히 파악한다
- 그들에게 내 시간을 투자해 그들이 그 순간에 가장 원하는 가치(=투표)를 먼저 준다
- 그들이 받은 가치를 돌려주기에 창피하지 않을 제품을 출시한 뒤 도움을 요청한다
성과를 내기 위해 ‘표’가 아니라
‘결제’가 필요하다면?
프로덕트헌트에서 고객과 내가 서로 주고받는 가치는 ‘투표’입니다. 서로에게 부담이 없죠. 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마케팅에서 성과를 내려면 ‘결제’가 필요합니다. 위에서 찾은 방법으로 고객의 결제까지 유도할 수 있을까요?
마케터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책인 [마케팅설계자]의 저자가 쓴 [트래픽설계자]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트래픽을 끌어모으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내용도 너무 길어 간단하게만 정리해 봤습니다.
STEP1.
내 제품을 구매할만한 고객들이 많이 모여있는 웹사이트, 커뮤니티, 팟캐스트, 뉴스레터,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 등의 채널들을 나열한다.
STEP2.
나열한 채널을 모두 구독하고 활동을 시작한다. 그들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소통하며,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적극적으로 돕는다. 제품을 출시하기 한참 전부터 좋은 관계를 맺는데 전념한다. 이 과정에서는 그 어떤 대가도 요구하지 않는다.
STEP3.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야 할 때가 되면, 이미 관계를 맺어왔던 이들에게 내 제품을 먼저 보내준다. 제품이 마음에 든다면 도와줄 수 있겠냐고 묻는다. 보통 100명에게 연락하면 30명이 도와주겠다고 답변한다. 그중 10명 정도가 홍보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이 책의 저자는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입니다. 고객이 책, 강의, 소프트웨어 등을 결제해야 성과를 냈다고 말할 수 있죠. 물론 그는 이 활동 외에 유료 광고도 함께 집행하지만, 최고의 구매자들은 보통 위의 세 단계를 거쳐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번에도 ‘유료 광고에 돈을 쓰지 않고 성과를 내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정리해 볼까요?
- 내 고객(=내 제품을 구매할 고객들에게 이미 영향력을 가진 사람)을 정확히 파악한다
- 그들에게 내 시간을 투자해 그들이 그 순간에 가장 원하는 가치(=관심, 소통, 도움)를 먼저 준다
- 그들이 받은 가치를 돌려주기에 창피하지 않을 제품을 출시한 뒤 도움을 요청한다
우리의 시간을 투자해서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를 찾습니다
결국 광고를 하지 않고도 성과를 내려면 시간을 투자해 고객에게 가치를 먼저 줘야 합니다. 성과를 위해 필요한 고객이 프로덕트헌트 1위를 노리고 있다면 우리가 먼저 투표를 해줍니다. 성과를 위해 필요한 고객이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면 우리의 시간과 역량을 활용해 그 채널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먼저 주는 가치가 그들에게 와닿을수록 돌아오는 가치도 커집니다.
작은 기업에게도 고객을 도울 수 있는 역량은 있습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쌓이는 지식, 데이터, 경험, 기술, 노하우 등은 그 기업만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우리만의 역량을 활용해 고객을 돕는 활동을 미리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고객들을 직접 도와도 좋고, 그 고객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친 사람이나 조직을 도와도 좋습니다.
맞춤 수제화를 만드는 브랜드가 발 사이즈를 쉽게 측정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고객이 집에서도 편하게 발 사이즈를 측정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여행 정보 앱을 만드는 브랜드라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일부 활용해 가벼운 웹 서비스를 만들어 고객들이 더 편리하게 여행 계획을 세우도록 도울 수 있겠죠.
시간과 역량을 쓰면서 고객을 돕다보면 자연스럽게 고객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집니다. 우리가 가진 핵심 역량에 대한 고객의 반응을 미리 확인할 수 있고, 여기서 얻은 인사이트를 우리가 출시할 제품이나 서비스에 반영할 수도 있죠. 제품 출시 후에 부랴부랴 고객의 반응을 보기 위해 쓰일 광고비를 생각한다면, 이런 투자가 오히려 더 현명한 투자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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