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4위 이마트24에게도 기회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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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 중입니다

 국내 편의점 업계의 경쟁 구도는 빅 3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되었습니다. CU와 GS25가 여전히 1,2위를 다투고 있고요. 세븐일레븐이 2년여 만에 미니스톱 통합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이들을 바짝 뒤쫓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가장 처지가 애매해진 건 역시나 이마트24인데요. 점포 수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다 보니 영업 전략을 제대로 펼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편의점 시장은 전형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곳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한데요. 물류 효율부터 공급가 협상까지 결국 물량에 따라 비용 구조가 달라지게 되고요. 이에 따라 점포 수가 적은 업체가 경쟁에서 승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이처럼 기울어진 구도에서 싸우게 되면서, 이마트24는 2022년 첫 흑자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작년 다시금 적자로 전환하고 맙니다.

성장보다는 버티기 모드로

 시장 변화에 맞춰서 이마트24의 전략도 바뀌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바꾼 것은 출점 방식입니다. 기존에는 월회비 형태로, 매월 65~160만 원을 내도록 하여, 타사와의 차별성을 두었고요. 이는 본사 수익성에는 좋지 않았으나, 역으로 점주들에게는 유리했습니다. 후발 주자인 만큼 과감한 수를 두었던 것인데요. 실제 성과로도 이어져 매년 700개 가까이 점포 수가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선두권과의 격차를 좁힐 순 없었던 것이 문제였고요,

 반면에 이번에 새로이 도입한 정률제 방식은 가맹 본부 수익성 개선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정액제 방식은 출점을 해야 매출이 늘어나고, 그나마도 제한적이지만, 정률제는 가맹점 매출 증가에 따라 바로 수익이 본사로 돌아오기 때문인데요. 기존 방식보다 당연히 확장 속도는 떨어지겠지만, 이미 직접 경쟁이 불가능해진 만큼, 현금 흐름을 안정화하여 버티기 모드에 돌입하겠다는 걸로 해석됩니다.

특히 이마트24는 점포 수는 출점 규제로 인하여, 추격이 불가능하므로 점당 효율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또한 동시에 노브랜드 상품의 편의점 버전을 출시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였습니다. 올초부터 전국 10여 개 점포에서 100~500여 개 노브랜드 상품을 가능성을 확인한 이후, 편의점 전용 라인인 노브랜드앤24를 출시하기로 한 건데요. 잘 알려져 있듯이 노브랜드는 작년 매출이 1조 3,800억 원에 달하는, 이마트의 대표 히트작입니다. 고객 인지도 및 선호도가 높기에 초창기 이마트24의 성장을 이끌기도 했고요. 하지만 당시 노브랜드 전문점 확대를 위해, 편의점 철수를 결정하면서 점주들의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편의점 내 노브랜드 상품 판매 재개 결정은 신세계 그룹 내 계열사 간 사일로를 없애는 좋은 선택이라고 보는데요.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3사 통합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동시에, 기존 월회비 모델을 사용하는 점포에서도 PB 비중 확대를 통한 추가 수익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이마트24는 점포 수뿐 아니라 점포당 매출에서도 가장 뒤떨어집니다. 만약 노브랜드를 통해 개별 점포당 매출이 극대화가 된다면, 가맹점 본부의 재무 안정성도 개선될 거고요. 더 나아가 시일은 오래 걸리겠지만 편의점 시장 내에서의 경쟁력도 확보 가능할 겁니다. 점주들도 장사가 잘되는 브랜드를 선호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지도 모릅니다.

보다 더 큰 차별화가 필요합니다

 다만 이와 같은 노력들도 고육지책일 뿐 아직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습니다. 노브랜드 파워가 통용되던 2010년대 후반과 달리, 유통사들의 PB의 전반적인 수준이 많이 올라왔고요. 더욱이 편의점 업계는 차별화 PB 및 상품 개발의 최전선이 된 지 오래이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노브랜드는 매력적인 대안 중 하나이지만,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고요. 그렇기에 노브랜드 만으로 무언가 본격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긴 어렵습니다.

 따라서 진정 버티기 모드를 넘어서, 근본적인 경쟁 구도를 뒤흔들 수준까지 이르기 위해선, 새로운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통합 소싱 및 물류 고도화를 통해 이마트의 신선 상품 중 핵심 구색을 이마트24까지 공급한다던가요. 아니면 새로이 테스트한다는 그로서리 전문 하드디스카운트 스토어처럼 아예 업태를 전반적으로 혁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분명한 건, 이마트가 다른 전문점들처럼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 편의점 시장에서 조금 더 해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고요. 이것은 본진 이마트부터 SSM, 편의점, 그리고 온라인까지 연쇄적인 무언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과연 이마트24가 새로운 균열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앞으로도 꾸준히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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