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사전 2장) 지표의 부재, 발전의 부재

어느 날 대표님이 우리도 MBTI 테스트를 만들어보자 했다
2024-05-08

첫 번째 일터를 떠나, 두 번째 일터로 오게 된 저는 첫 번째 일터에서의 콘텐츠 제작 경험을 토대로 두 번째 일터에서 마케터로 일하게 되었어요. 이전의 일은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 제작 일이었다면, 이곳에서는 커플을 대상으로 하는 소셜 서비스를 알리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을 연결해 주고,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던 SNS는 많이 변화했어요. 이제는 내가 원치 않는 콘텐츠들을 광고로 접해야만 하고, 스토리를 넘기면 3개당 한 개 꼴로 광고가 무조건 뜨죠. 사람들은 자신에게 원치 않는 광고에 진절머리가 났습니다. 웹서핑 등을 통해 뜨는 광고를 프로그램을 통해 블락 처리를 하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마케터들의 고민은 점점 심해집니다. 어떻게 하면 광고처럼 보이는 광고가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적 거부감을 낮추고 전달될 수 있을지 또는 소비자나 이용자 분들에게 더 친밀감 있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지를 고민하죠. 그렇게 나왔던 대처 방안 중 하나가 뉴스레터고, 하나가 MBTI와 같은 유형테스트입니다.

MBTI와 같은 유형 테스트는 가볍게 참여하기 좋고, 브랜드를 노골적으로 내세우지 않는 이상 큰 거부감도 없는 편이었어요. MBTI가 다른 혈액형 테스트 같은 걸 제치고 다시 급부상한 이후는 코로나의 영향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MBTI라는 소재를 가지고 쉽게 연결되고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었죠.

특히 소규모 브랜드나, 스타트업 같이 마케팅 비용에 많은 돈을 쏟아부을 수 없는 경우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츠였죠! 

어느 날 대표님이 엄청난 걸 발견했다는 듯 내게 와서 말씀하셨어요. 

“혹시 태완 씨 MBTI 같은 것도 제작 가능한가요?”

“해보진 않았지만 가능할 거 같은데 왜 그러시죠?”

“저희도 이번에 해보면 어떨까 싶어서요. 바이럴 용도로?”

사실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MBTI 제작을 위한 리서치

콘텐츠로 접근했을 경우 장점이 있어요.  

  •     우리 브랜드의 메시지를 좀 더 뾰족하게 담을 수 있다.  
  •     광고가 아니기 때문에 심리적 저항감이 덜 하다.  
  •     마케터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하면 되기 때문에 비용이 절감된다.

대개는 3번의 이유로 좋아합니다.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측면에서 아주 가성비가 좋습니다!(일해라 마케터여!) 물론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콘텐츠였어서 전적으로 맡아 기획과 제작을 진행했어요.

당시 유행하는 심리테스트의 특징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았어요.

1) 간편하게 소비할 수 있고 
2) 공감할 수 있는 설명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푸망이라는 전문 심리테스트 사이트의 데이터를 보자면,

평균 문항 수 10.2개: 요즘 심리테스트는 10개 내외의 적은 문항으로 성격 유형을 도출할 수 있어, 부담 없이 간편하게 참여가 가능

콘텐츠 공유율 27.6%: 테스트 참여자 중 본인의 심리 결과를 SNS에 공유하는 인데, 이런 높은 공유율은 결과 페이지의 내용에 공감하기 때문

브랜드 노출을 위한 심리테스트 콘텐츠는 높은 공유율이 핵심이기에 문항은 10개 내외로 간단하게, 사용자가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결과 내용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당시 운영하는 서비스는 커플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테스트였기에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정하고 진행했어요.  

  •     보편적인 주제 설정하기 → 연애할 때 나의 찐 모습  
  •     지나친 광고 요소를 주의하기 → 캐릭터 위주로 문항 구성  
  •     수직적인 점수 테스트보다 수평적인 유형 테스트를 활용하기  

MBTI의 결과지는 나랑 정말 얼마만큼 맞는지가 핵심이지만, 연애할 때는 성향이 상대방에게 맞추느라 바뀔 수 있다는 걸 고려했어요. 연애할 때 나오는 나의 진짜 모습이라는 주제로 제작을 진행했고, 혹시 맞지 않더라도 ‘연애’할 때만 나오는 모습이라서 결과에 대한 부담이 덜했죠. 

커플이 주 타깃이었기 때문에, 여자친구나 남자친구를 알아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면서, 서로의 궁합도를 알아낼 수 있는 스토리로 구성했어요. 기획이 정해졌으니 이제 어떻게 제작할지가 관건이었죠.

툴 선택 과정과 테스트 결과

당시에 이런 심리, 유형 테스트를 만드는 건 세 가지 방법이 있었어요.  

  •     충분한 개발 인력으로 자체 제작  
  •     타입폼으로 제작  
  •     심리테스트 툴로 제작  

영세 스타트업이 다 그렇듯이, 우리는 웹 개발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전혀 되지 못했습니다. 타입폼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원래 심리테스트 용으로 사용되던 툴이 아니라 로직을 하나하나 설정해야 하고, 서베이 툴이기에 제외되었어요. 마지막으로 남은 심리테스트 제작을 도와주는 툴 중 도다툴을 선택해 제작했습니다. 로직과 같은 부분을 생각할 필요가 없어 빠르게 제작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해서 도다툴(현 스모어)로 제작을 진행했습니다. 기본적으로 MBTI나 유형 테스트 관련 로직이 제공되기 때문에 안에 내용과 이미지 작업만 하면 되었죠. 제작 이후 1~2일 차는 단순 입소문을 통해 1600명을 달성했고, 그 뒤로는 콘텐츠 확산을 위해 광고 집행을 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1만 9천 명의 유저를 모을 수 있었습니다.

심리테스트에서 중요한 게 볼 결과 지표는 공유 클릭률, 전환율, 테스트 완료율입니다.

공유 클릭률은 테스트 참가자 대비 공유한 사람의 비율을 의미하고, 이 지표는 보통 20% 이상 나와야 하는데, 해당 연애 테스트의 경우 공유 4,044회로 약 25% 정도의 지표를 보여주고 있어요.

전환율은 테스트 참가자 대비 광고 요소를 얼마나 클릭해 전환됐는지 비율입니다. 일반적으로 공유 클릭과 광고 클릭은 트레이드오프가 있는데, 같은 결과 페이지에서 일어나는 서로 다른 액션이기 때문에, 광고를 많이 클릭하면 공유를 잘 안 할 수 있어요.

테스트 완료율은 높게 나와야 맞습니다. 테스트 시작 페이지에 도달한 사용자의 90%는 결과를 보게 만들어야 해요. 그렇지 못하다면 중간에 문항 설계가 잘못돼서 이탈하는 사용자가 많다는 의미죠. 해당 테스트는 93%의 완료율을 보여주었습니다.

실패 포인트 – 지표 설정의 문제

테스트 결과 인원은 10,000명이 목표였기에 수치적으로만 봤을 때는 목표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겠으나 중요한 건 ‘실제로 어플 전환까지 얼마나 이루어졌냐’이다. 16,000명의 전환율이 7%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실제 유저가 그만큼 유입되었는가? 그건 또 아니었습니다.

툴 내에서 전환을 체크하는 거는 그저 링크를 클릭했느냐, 그렇지 않느냐였지 어플의 설치나 가입까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이죠. 대략적으로 해당 기간에 신규 가입한 유저의 수로 파악할 수 있었지만 폭발적으로 늘지는 않았습니다.

데이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곳곳의 요소에 파악이 가능하도록 세팅을 해둬야만 합니다. 세팅을 하기 이전에 더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지표를 중심적으로 볼 것이냐가 중요하죠. 모든 유저들의 모든 데이터를 볼 수 없습니다. 그럴 시간도 없죠. 

데이터는 가설에 대한 검증의 영역이고, 데이터를 해석하는 직관은 인간의 영역입니다. 콘텐츠 마케터의 어려운 점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정확히 내가 만든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서비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이죠. 그렇기에 콘텐츠 마케터는 이 두 가지 지표의 영역에서 정량적과 정성적인 지표를 찾아내야 합니다.  

    브랜드 관련 지표 : 브랜드 인지도, 브랜드 호감도, 브랜드 상기도, 온드 미디어 채널 팔로워 수, 뷰 수, 저장 수 등  

    퍼포먼스 관련 지표 : 신규 회원 유입, 리텐션 비율, 앱 다운로드 수, DAU, MAU 등  

지표 별로 목표하는 목표치를 설정해 두고 콘텐츠를 기획해야 합니다. 그래야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디벨롭하면서 고객, 이용자,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어요. 콘텐츠를 통해서 유입, 전환, 바이럴, 브랜딩까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일종의 콘텐츠 플라이휠이라고 할 수 있죠. 

구체적인 지표가 설정되지 못한 콘텐츠는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못합니다. 늘 어려운 부분이지만, 구체적인 지표를 설정하고 콘텐츠를 통해 발생되는 데이터를 파악하는 일이 콘텐츠 마케터에게 필요한 역량이라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자신이 만들어가는 콘텐츠의 무기가 진정성이라면, 진정성을 만들어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꾸준함이라는 걸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와니의 더 많은 생각이 궁금하다면?

브런치 https://brunch.co.kr/@yora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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