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데에는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 사전 기획부터 브랜드를 런칭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기업의 규모에 따라서 다르겠으나 때로는 기업의 사활을 걸고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신생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그 브랜드를 고객에게 인지시키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신생 브랜드의 제품 혹은 서비스를 고객이 구매를 하도록 만들기는 더욱 쉽지 않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로운 제품 혹은 브랜드가 자리를 잡을 확률은 10%내외라고 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라이센스(License) 전략을 많이 사용한다. 라이센스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이미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에 일정 수수료를 지불하고 로고를 입힌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브랜드 로고 플레이를 사용하는 패션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국내의 패션 시장에는 라이센스로 운영되는 브랜드가 상당히 많다.
국내 대표적인 라이센스 브랜드(@나무위키 검색)
최근에 생긴 브랜드도 있지만 런칭된지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운영되고 있는 브랜드도 있다. 대표적으로 F&F에서 운영하는 <MLB(엠엘비)>이다.
MLB는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미국 야구협회이다.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한창 인기를 끌던 1990년대 후반 라이센스를 들여온 후 모자를 중심으로 의류 라인으로 확대되었다.
MLB의 인기는 국내는 물론 중국 등 아시아권으로도 넓혀졌다. 그 인기가 얼마나 좋았는지 한때는 중국 도매상이 한국 백화점 매장을 통해서 대량 발주 문의가 들어올 정도였다. 이러한 인기 덕에 MLB를 운영하는 F&F는 2021년 기준 매출이 1조 원을 넘기도 했다.
라이센스 브랜드의 시조격인 MLB의 인기 이후 국내에는 패션과 무관한 라이센스 브랜드들이 쏟아졌다. 전문 다큐채널(디스커버리, 내셔널지오그래픽), 필름회사(코닥), 비행사(팬암) 등의 로고를 활용한 브랜드들이 연이어 런칭했다.
그렇다면 왜 패션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라이센스 브랜드에 집중을 하고 있는 것일까?
첫째,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한 초기 시장 정착 때문이다. 패션과 무관한 브랜드일지라도 고객이 인지하고 있는 브랜드라면 고객에게 알리는 데에 어려움이 덜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비록 라이센스 수수료가 발생할지라도 브랜드를 자리잡는 데에 들어가는 리스크 및 비용보다는 낫다고 보는 것이다.
둘째, 고객 입장에서 인지하고 있는 브랜드의 새로운 접근이 신선하게 와닿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이 브랜드가 옷도 파네’라는 생각으로 호기심이 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호기심은 전혀 모르는 신생 브랜드보다 눈길이 한번이라도 더 가고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이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라이센스 브랜드의 작년 실적을 살펴보면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브랜드의 작년 실적을 살펴보면 심각한 상황을 어림짐작하게 만든다.
MLB의 작년 하반기 매출은 10%이상의 역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중고생에게 인기를 끈 디스커버리 역시도 매출이 뒷걸음치고 있다. 더네이처홀딩스의 네이처리퍼블릭은 소폭 상승은 했으나 신장세가 크게 꺽이면서 영업이익이 2022년 대비 27% 감소하였다.
그렇다면 승승장구하던 라이센스 브랜드는 급작스럽게 위축되고 있는 것일까?
첫째, 브랜드라는 껍데기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를 끈 베스트셀러 중에 <프로세스 이코노미>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핵심은 과정과 의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제품 혹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급자의 시대는 끝난지 오래다.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단순하게 고객이 인지하고 있는 브랜드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고객의 발길을 잡을 수 없다. 닫혀버린 고객의 지갑을 열게 만들 수도 없다.
브랜드 닉네임 혹은 로고의 껍데기라는 망령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객에게 브랜드가 갖는 의미를 전달하고 공감시켜야 한다. 파타고니아는 블랙프라이데이에 가게 문을 닫고 ‘(자신들의)제품을 사지 마세요’라고 외치고, 에어비앤비는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고 말한다.
브랜드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고객 스스로 연결짓게 만들고 떠올리게 만들어야 한다. 그럼으로서 고객이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둘째, 로고 플레이의 시대는 끝났다. 한때 국내 핸드백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4대 브랜드라고 일컬었다. MCM, 닥스, 루이까또즈, 메트로시티가 4대 브랜드로서 백화점에서도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 브랜드별로 제품에 로고를 크게 붙이고 화려하게 치장을 했다. 하지만 이제 4대 핸드백 브랜드를 찾는 젊은 고객은 찾아보기 힘들다.
고객들은 굳이 로고를 크게 내세우고 싶어하지 않는다. 대신에 나만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을 선호한다. 핸드폰 케이스 브랜드인 ‘케이스티파이(Casetify)’는 1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제품 디자인은 물론 고객 스스로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기에 세상에 오직 나만의 핸드폰 케이스를 소유할 수 있게 한다.
제품을 커다란 로고로 치장 시켜서 고객을 더 이상 끌어들일 수 없다. 제품을 로고로 가릴 것이 아니라 로고 속에 담긴 제품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제품의 가치와 그것을 사용할 고객의 스토리에 관심을 쏟아야 하는 시대이다.
2018년 나이키의 광고 캠페인이 큰 화제가 되었다. 콜린 캐퍼닉이라는 미식 축구 선수가 등장하는 광고 때문이다.
캐퍼닉은 경기 시작 전 미국 국가가 나올 때 경건한 자세로 서있는 것을 거부하고 무릎을 꿇었다. 부당한 인종 차별이 만연한 나라의 국가를 거부하였다. 그로 인해 그는 소속팀에서 쫓겨났다.
하지만 나이키는 그의 확고한 신념과 믿음을 응원했기에 광고 모델로 발탁을 했다. 이 광고로 인해 나이키 제품을 불사르는 사람도 있고, 그 당시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역시도 대놓고 비난할 정도였다. 그러나 나이키는 자신들의 행동을 굽히지 않았다. 나이키는 소수의 신념있는 사람들을 지지하고 응원하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브랜드의 신념을 갖고 소수를 위한 선택과 행동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수많은 이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소수에 집중했으나 절대 다수를 팬으로 끌어들였다.
나이키에는 있으나 라이센스 브랜드에는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브랜드에 대한 신념, 의미 그리고 철학이다. 그 차이는 단순히 익숙한 네임 밸류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 시간을 갖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 단순히 브랜드 로고로 현혹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브랜드에 담고 싶었던 가치를 실행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은 스스로 그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고 기꺼이 응원하게 된다.
👉 브런치 주소(유통쟁이 김우찬) : https://brunch.co.kr/@mook555#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