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는 타고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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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센스가 좋다고 합니다. 여기서 센스는 감각을 말하는데요. 일반적으로 기술이나 스펙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일컬어지는 ‘일 하는 감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감각은 무언가를 알아차리는 것을 말합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내/외부의 상황과 변화를 감지하는 것이라고 나오네요. 쉽게 말하면 무언가를 감지하는 능력입니다. 스파이더맨이 동물적인 감각으로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인 ‘피터 찌리릿’ 처럼요.

감각적이라는 것이 다양한 맥락으로 쓰이고 있지만, 일터에서의 감각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일터에서의 감각이란 다른 사람들은 쉽게 눈치채지 못하는 ‘미묘한 영역’, 수치화하기 힘든 ‘정성적인 영역’, 가이드나 매뉴얼이 없는 ‘애매한 영역’에서 징후와 의미를 알아차리는 것을 말해요.

그런 센스가 있다면 일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물론입니다. 쉽게 눈치채지 못하는 징후를 감지하여 인풋으로 반영하면 남들과는 미묘하게 다른 아웃풋을 만들어 낼 수 있을 테니까요.

가령 분석에도 도움이 됩니다. 지표를 측정하는 것은 기술이지만 같은 지표의 수치를 보더라도 지표들 사이의 미묘한 연결점을 감지해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감각이니까요. 소통에도 도움이 됩니다. 말을 조리 있게 하는 것은 기술이지만 상대방의 미묘한 반응을 감지해 그들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것 중심으로 소통하는 것은 센스니까요. 의사 결정에도 도움이 됩니다. 필요한 근거를 수집하는 것은 기술이지만, 근거들 사이에 수치화할 수 없는 우선순위와 맥락을 알아차리는 것은 감각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감각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저는 가장 먼저 지식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일단 미묘한 징후와 평균적이지 않은 낌새를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소개팅에 나갔는데 내 말에 눈썹이 올라가고 코를 만진다는 것은 불만족스럽다는 낌새입니다. 가슴을 펴고 테이블 쪽으로 조금 당겨 앉으면 내 말에 관심이 간다는 징후일 것이에요. 이런 것들을 수많은 경험을 통해 직접 알아내도 좋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책이라는 훌륭한 간접 경험 모음집이 있으니까요. 감각을 키우려면 먼저 관련된 지식을 습득해야 합니다. 소개팅으로 따지면 의사소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언어적인 심리 표현에 대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끝없는 실험과 검증입니다. 지식으로 습득한 이상 징후와 평균적이지 않은 낌새가 보인다면 나의 직관과 해석에 따라 시도를 해 보고 예상대로 흘러가는지 살펴보는 것이죠.

소개팅에 나온 상대방이 내 말에 보이는 긍정 징후를 포착해 그 말과 비슷한 말을 계속했는데, 상대방이 좋아하나요? 그럼 반복하면 됩니다. 긍정 낌새를 포착해 계속했는데, 상대방이 싫어하나요? 그럼 멈추면 됩니다. 잘못 감지한 것이니까요.

이런 과정을 통해 나만의 감각을 날카롭게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처음 몇 번의 소개팅은 힘들겠지만, 책으로 공부한 연애라도 현실에서 감각을 실험하고 검증하면 충분히 뾰족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저는 센스는 타고나야 한다는 사람들의 말에 반대합니다. 센스는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수치와 하거나 정량화하기 힘든 애매하고 미묘한 영역에서의 징후와 낌새를 알아차리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관련된 지식의 습득과 이를 기반으로 한 실험과 검증의 반복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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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직

주중에는 마케터로, 주말에는 작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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