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제품들 예전에 다 실패하지 않았나요?”

사업을 하는 사람도 투자를 하는 사람도 공부해야 생존한다.
2024-06-26

“유사한 제품들이 예전에도 있었는데, 결국엔 다 실패하지 않았나요?”

창업가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한 투자자가 이렇게 말했다. 창업가의 이마에는 순간 식은땀이 맺혔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

“이전 제품들은 단순히 사용자에게만 집중했던 반면, 저희 제품은 사용자와 사용자의 고객을 모두 연결하는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그러자 아까의 투자자가 다시 한번 말을 가로채며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

“그 제품도 비슷한 기능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름이 뭐였더라…”

창업가가 정해진 시간 내에 기업 소개를 명확하게 전달하려 노력한 것과 달리, 투자자의 태도는 무성의해 보였다. 그의 발언은 심지어 완전한 문장도 아니었다. 건설적인 피드백을 기대했는데 개인의 불완전한 감상평이 이어졌다.

분명 기업 투자 유치를 설명하는 자료를 앞서 전달받았을 텐데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사례의 기업명도 기억하지 못하고 정확하게 그 기업이 어떤 이유로 어떤 시기에 사라졌는지 말하지 못했다. 심지어 옆의 다른 투자자는 미리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뒤 의견을 주어 비교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 기대하는 창업가 정신의 수준과 기술력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는데 정작 투자자는 아직 예전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원래 투자자란 다 그런 거야’라며 적당히 퉁 치기에는 너무 성의가 없었다. 결국 창업가는 다시 반박할 수 없는 질문 같지 않은 질문에 당황했고 분위기는 순간 싸늘하게 식었다. 오히려 다른 투자자가 그의 퉁명스러운 질문에 대변하기 바빴다.

문득 예전에 만났던 한 투자자가 떠올랐다. 그는 개발자 출신이라면서 Jira와 같은 협업 툴은 대부분 외면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개인의 제한된 경험에 기반한 것으로, 객관적인 시장분석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실제로 Jira는 전 세계적으로 190개의 국가에 150,000명의 고객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프로젝트 관리 도구다. 자신이 직접 사용해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시장성을 폄하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이는 마치 요즘 대세로 떠오른 ChatGPT를 직접 체험해보지 않고 AI의 가능성을 논하거나, Temu나 AliExpress를 이용해 보지 않은 채 쿠팡의 대응 전략을 평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개인의 좁은 경험에만 갇혀 세상을 재단하려 든다면,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은 이런 경향을 ‘확증편향’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기존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반하는 사실은 무시하는 인지적 편향인 것이다. 투자자라면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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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점에 노출되어야만 사고의 유연성을 키우고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독서모임이나 토론 커뮤니티가 인기를 끄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다양한 배경과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과의 활발한 의견 교류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확장하고 고정관념에서 탈피할 수 있는 것이다.

극장이 국내에 처음 등장했을 당시 ‘탕아들의 집합소’라는 편견 어린 시선이 있었던 것처럼, 우리는 종종 낯선 것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내리곤 한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런 구시대적 사고방식으로는 결코 진보를 이룩할 수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가 속속 등장하는 변화의 시대, 창업가와 투자자라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경험해 보고 사용해 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낯선 영역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들만이 시대를 관통하는 혜안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열린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 바로 혁신을 향한 첫걸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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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이 끝나고 의기소침해진 창업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사실, 그가 오히려 침착했고 내가 더 감정이입이 되어 광분했다.

“과거에 갇혀 사는 투자자보다 변화를 함께 만들어갈 투자자가 필요해요. 구시대적 잣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에게선 돈 말고는 얻을 게 없어요. 아니, 설령 투자한다고 해도 받지 마세요.”

변화를 두려워하고 안주하려는 이들의 편협한 시선에 주저앉을 시간이 없다. 그것이 아무리 높고 두꺼운 벽처럼 느껴진다 해도, 돌파구를 향해 달려가는 이들에겐 결코 넘지 못할 장벽이 아닐 터.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창업가라면 그 누구보다 불편한 시선을 극복할 용기와 실행력이 필요한 법이다.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고 시대를 선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창업가의 숙명이자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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