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브랜딩 전문가는 무엇이 다를까? (1)

브랜드 감도가 브랜드 기획자와 디자이너의 수준을 결정한다.
2024-07-10

“The difference between something good and something great is attention to detail.”

좋은 것과 탁월한 것의 차이는 디테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에 달렸다.

   – Charles R Swindoll


01.
탁월한 브랜딩 전문가의 자질 : 브랜드 감도

브랜드 감도는 감각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에 대한 총체적 이해도를 의미한다.

브랜드 전문가들이 지닌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브랜드 감도이다. 흔히 감도 높은 디자인이라고 하면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감도’는 ‘감각’과는 구별된 개념이다. ‘감도’의 사전적 의미는 ‘외부의 자극이나 작용에 대하여 반응하는 정도’로서 ‘정확한 측정값’을 뜻한다.

브랜드 감도는 브랜드 가치에 대한 이해도를 의미한다. 감도 높은 브랜딩을 위해 필요한 것은 브랜드에 가장 적합한 값으로 브랜드 가치를 정의하고, 이를 일체감 높은 경험으로 구현하는 능력이다. 감도가 높은 이들은 브랜드를 단면이 아닌 입체로 해석한다. 표면적으로는 정사각형으로 보이는 브랜드 가치 뒤에 감춰진 정육면체를 파악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밀도 있는 브랜드 경험을 설계한다. 반면 감도가 낮은 이들은 눈에 보이는 피상적 개념들을 브랜드 가치로 삼는다. 감도가 낮은 기획에서 시작된 브랜딩은 감각적인 디자인을 더하더라도 퀄리티 낮은 브랜딩이 될 수밖에 없다.

브랜드 감도가 높을수록 맥락의 디테일을 인지할 수 있고, 세심한 기획과 디자인이 가능해진다.브랜드 감도가 높을수록 맥락의 디테일을 인지할 수 있고, 세심한 기획과 디자인이 가능해진다.

감도 높은 브랜딩 전문가의 특징은 브랜드 가치를 입체적으로 인지하고 밀도 있게 디자인한다는 점이다. 특정 브랜드 가치를 ‘1’에서 ‘100’까지의 수치로 정의할 수 있다면 그들은 브랜드를 위한 최적의 값을 선별하기 위해 고민한다. ’60’에서 ’70’ 정도의 모호한 값이 아닌 정확히 ’67’이라는 명확한 값으로 브랜드를 정의하는 것이다. 브랜드 카테고리와 타겟 고객의 감춰진 니즈, 사회 문화적 배경 등 브랜드를 둘러싼 모든 환경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도에 따라 브랜드 가치를 더욱 세심하게 정의할 수 있다. 대중에게 ’65’와 ’67’은 별다를 것 없는 비슷한 브랜드 가치로 인식될 수 있지만, 브랜딩 전문가에게 ’65’와 ’67’은 전혀 다른 브랜드가 된다. 이런 감도가 일반적인 전문가와 최고 수준의 전문가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를테면 브랜드가 지닌 가치와 철학을 60%-70%의 일체감으로 구현하는 디자인은 약간의 감각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 고유의 가치를 온전히 담아내는 브랜드 디자인은 흔하지 않다. 브랜드 가치와 디자인 자산 사이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브랜드 본질을 가장 적합한 수치로 정의하는 브랜드 감도와 그것을 일체감 높은 경험으로 구현하는 능력이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탁월한 브랜드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브랜드 전략에서 경험 디자인까지 모든 영역에서 일관된 브랜드 감도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좋은 브랜딩이 어려운 까닭은 감도 높은 브랜드 컨셉, 철학을 개발하는 일 자체도 어렵지만, 이를 일체율 높은 브랜드 경험으로 디자인하는 것 또한 상당한 브랜드 감도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불일치가 축적될수록 브랜딩의 완성도는 떨어진다. 최고 수준의 브랜딩 전문가는 결국 탁월한 기획자이자 동시에 디자이너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02.
어떻게 브랜드 감도를 높일 것인가?

브랜딩에 대한 이해도는 경험의 양적, 질적 수준에 비례한다.   

최고 수준의 기획자, 디자이너들의 뛰어난 브랜드 감도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2009년 발표되었던 서울대학교 교육학 논문, ‘최고 수준 전문가와 보통 수준 전문가의 특성 비교 분석(A Comparative Study of the Main Characteristics Between the Top Experts from General Experts in Company Context)’에서는, 전문가의 탁월함을 만드는 핵심 요인을 지식과 경험의 수준으로 정의한다.

내가 공감했던 부분은 단순 풍부한 지식수준을 넘어 경험과 성찰에서 습득된 암묵지(Tacit Knowledge)의 중요성이다. 브랜드 감도는 단순 1만 시간의 법칙을 적용한다고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명확한 목적의식과 퀄리티에 대한 집요한 도전이 없다면, 1만 시간이 아니라 10만 시간을 투자해도 평범한 수준에 머물게 된다. 물론 경험과 지식의 총량은 질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하지만 10년 차 기획자, 디자이너보다 3년 차의 전문성이 뛰어날 수 있는 이유는 애초에 브랜딩의 감도란 그저 브랜딩 경험의 양적인 축적과 반복된 행위로 만들 수 있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의 브랜드를 기획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100권이 넘는 책을 읽었던 경험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독서가 아니라 편집에 가까웠다. 편집이란 브랜드에 적합한 하나의 지향점에 도달하기 위해 다양한 관점의 아이디어들을 수집하고, 그것을 순도 높은 아이디어들로 압축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똑같이 100권의 책을 읽었다고 모든 전문가가 비슷한 퀄리티의 브랜드 컨셉을 만들 수 있을까? 브랜딩에는 평생에 걸쳐 축적된 지식과 경험, 통찰력이 작용한다. 내게 있어 100권의 책에서 얻은 인사이트는 과거 축적된 10,000권의 독서와 수십 번의 브랜드 컨설팅 프로젝트 경험에 의해 재구성되고 새롭게 편집된 결과물이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고유함을 창조하는 일은 불가능하다.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고유함을 창조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브랜딩이란 브랜드 고유의 맥락을 만드는 것이다. 고유함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진 무수한 맥락에 대해 폭넓게 파악해야 한다. 결국 뻔한 이야기지만 브랜드 감도를 높이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이다. 단순히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닌 책이 지닌 맥락을 나만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나만의 맥락으로 기록하는 노력이 효과적이다. 내가 10대부터 20대까지 읽었던 10,000권의 책들, 역사와 철학, 문학, 과학, 경영학, 심리학을 넘나드는 폭넓은 지식들은 온전히 나만의 경험으로 자리 잡았고, 같은 컨셉을 만들더라도 다른 관점에서 브랜드 본질을 정의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을 클라이언트로 만나도 시장 현황과 기업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 덕분에 그들이 말로 표현하지 못한 니즈를 발견하고, 명확한 브랜드 가치를 구체화할 수 있었다. 이는 디자이너에게도 중요한 부분이다. 무형의 본질을 감도 높게 유형화하는 브랜드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브랜드 가치에 대한 정의, 즉 언어에 대한 맥락적 이해력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감도를 높이는 과정은 마치 뇌세포를 새롭게 연결하여 시냅스를 발달시키는 과정과 유사하다. 잘 사용하지 않은 연결망은 퇴화하듯 동일한 방식을 반복하는 브랜딩은 브랜드 감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브랜딩 프로젝트는 그 브랜드만의 고유한 감도를 정의하기 위한 세심한 고민이 요구된다. 만약 브랜드 기획이 쉽다면 분명 퀄리티가 높은 기획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입체적인 분석과 디테일한 고민이 결여되었다는 의미이다. 탁월한 전문가들은 한 페이지 분량의 기획을 위해서도 수천 페이지의 자료를 분석하고, 브랜드 카테고리는 물론 타겟 오디언스의 생활양식, 문화적 특성 등 다양한 항목을 세심하게 고려한다. 무형의 브랜드 가치를 상징성 높은 로고로 디자인하기 위해 알파벳 하나조차 수천 번의 실험 끝에 선별한다. 단순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보다 더 높은 수준의 퀄리티를 위해 새로운 맥락을 만드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 경험을 해 본 사람만이 브랜딩에 필요한 디테일을 인지하고 보다 촘촘한 브랜드 경험을 설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와 성찰, 지식과 경험의 연결을 지속해야만 브랜드 감도의 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이는 브랜딩의 퀄리티로 연결된다.


이전 연재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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