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는 대화 소재 중 하나는 ‘팀장’이다. 팀장은 직급 구조상 직속 상사이자 인사권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마주치는 사람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팀장의 업무 스타일이나 성격은 개인의 회사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개 ‘팀장’ 하면 많은 사람들이 최악의 팀장과 겪은 에피소드를 떠올리겠지만, 오늘은 그보다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팀장의 유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0여 년의 회사 생활 동안 만난 팀장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지휘자형 팀장’, 두 번째는 ‘히어로형(여포형) 팀장’이다.
‘지휘자형 팀장’은 말 그대로 다양한 악기(팀원)를 조합해 최고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실무 능력이 부족할 수는 있어도 각 팀원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업무를 적절히 배치하고, 이를 통해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낸다. 대개 이상적인 팀장의 모습으로 많이 그려지는 유형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히어로형 팀장’이 주목받고 있다. 히어로형 팀장은 마치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처럼 실무 능력이 뛰어난 팀장을 말한다. 팀원들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팀원들에게 본인의 지식과 경험을 전수하며 팀을 이끌어 나간다.
예를 들어, 갑작스런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해결해야 할 때 팀원들이 쩔쩔매고 있는 상황에서 팀장이 직접 나서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다면, 그 팀원들에게는 무척 안심이 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문제를 풀 기회를 팀원이 잃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각 유형은 장단점이 있다. 지휘자형 팀장은 팀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며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대기업처럼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있는 조직에서 그들의 역량을 조율하고 이끄는 데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 다만 팀원들의 역량이 부족하면 성과도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고, 실무에서 멀어진 지 오래된 경우가 많아 팀원들보다 실무적 판단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지휘자형 팀장은 팀원 구성이 매우 중요하다.
히어로형 팀장과 일하면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어떤 문제가 생겨도 팀장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무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팀원들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며, 팀장과 함께하는 과정 자체가 성장의 기회가 된다. 하지만 팀장이 모든 걸 해결해주는 상황에서는 팀원 개개인의 성장 기회가 줄어든다. 팀장이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 주는 동안 팀원들은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는 경험을 할 시간이 줄어든다. 이는 장기적으로 팀원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내 경험을 돌아보면, 과거에는 지휘자형 팀장이 주를 이뤘고, 요즘은 히어로형 팀장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이는 스타트업이 늘어나면서 작은 조직에서도 실무에 참여하는 리더가 요구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MZ세대의 등장과 함께 팀장의 역할 변화가 일어난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다.
주니어 시절, 나는 팀장이 실무에 관여하지 않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밤새워 준비한 문서를 팀장은 잠깐만 검토하고 퇴근하곤 했다. 정시에 출근하는 일도 거의 없었고, 무슨 미팅이 그리 많은지 늘 자리에 없었다. 그때는 “팀장 정도 되면 이렇게 월급만 받아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니어가 되고 나서야 팀장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팀장은 짧은 시간에도 정확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팀원들의 업무를 조율해 매일 성과를 체크하며, 외부 네트워크와 영업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은 회사 규모에 상관없이 팀장이 실무 능력을 보이지 않으면 팀원들이 불만을 갖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에 팀장들에게 불만을 느꼈던 사람들이 직접 팀장이 되어, 반면교사 삼아 실무에 관여하는 경우도 많다.
팀장의 유형에 정답은 없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조직 관리 차원에서 팀장은 실무보다는 지휘자이자 조율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팀장이 실무에 매달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면, 조직 전체의 방향성이나 전략적 판단이 부족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형 리더가 각광받는 이유는 기존의 팀장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팀장은 누구나 맡고 싶어 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결국 누군가는 맡아야 하는 자리다. 그리고 우리 모두 언젠가는 그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떤 조직에서는 지휘자형이 더 효과적일 수 있고, 다른 조직에서는 히어로형이 필요할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리더십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리더는 지휘자형인가, 아니면 히어로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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