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콘텐츠 마케터로 입사했는데, 두 세 달 만에 그로스 마케터로 직무가 바뀐다면 어떨 것 같은가? 그로스 마케터(Growth Marketer)란, 데이터를 활용하여 비즈니스의 성장을 이끌어 내는 마케터를 말한다. 특정 성과를 달성하는 것 외에도 중요 지표를 개선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내가 갑작스럽게 그로스 마케터가 된 이유는 유일한 나의 마케팅 팀원인 던이 퇴사를 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그녀의 퇴사 소식. 나는 회사의 유일한 마케터가 되었다.
“괜찮아요?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라고 하나요?”
“새로 직원을 채용하려나? 던이 하던 일은 누가 해요?”
“글쎄요. 아직 대표님께서 별다른 말씀은 없네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평소와 다름없이 야근을 하고 있는 나에게 대표님이 다가오셨다.
“그로스 마케팅 관심있어?”
대표님은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는 끝에 내가 그로스 마케터의 자질이 있다고 판단하셨다. 나는 원래도 GA 데이터를 분석하는 콘텐츠 마케터였고, 사내 대시보드도 내가 만들었을 만큼 친근했기에 마다하지 않았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을 했고, 회사에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루아침에 그로스 마케터가 되었다. 내가 담당하던 콘텐츠 제작 업무는 에디터 팀에게 이관하고, 던의 업무들 중 가장 중요한 것들을 맡았다. 이때가 한창 그로스 해킹 열풍이 불던 시기였다. 많은 그로스 해킹 책들이 쏟아지고, 마케터들에게 데이터의 중요성이 켜져갔다. 마이리얼트립이라는 회사는 코로나로 여행업이 완전히 기울어질 때 그로스 마케팅 팀을 꾸려 성공적인 성장 수치를 달성했었다. 그 성과 덕분에 여행업계에서 그로스 마케터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대표님은 내 자질을 키워주기 위해 함께 스터디를 하자고 제안하셨다. 매주 한 번씩, 책 한 챕터를 읽고 퇴근 후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스터디였다. 나는 대표님과 함께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적용할 방안을 논의하며 마케팅 관점을 넓힐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실상은 단독 독후감 발표회에 가까웠다. 더군다나 대표님 일정이 바빠지면서 스터디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로도 나는 혼자서 책을 읽고, 오프라인 세미나에 참석하며 그로스 마케터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갔다.
그로스 해킹에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흐름이다. 데이터를 잘 분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모든 팀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기존의 대시보드를 전면 개편했다. 각 부서별로 필요한 데이터를 파악한 뒤, 중·단기 KPI에 맞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대시보드를 설계했다. 매달 팀원들에게 월간 리포트를 발송했다. 리포트에는 이달의 KPI 달성률, 획득 유저층 분석, 인기 매거진 순위, SNS 인사이트 등이 포함됐다. 또한 이번 달 진행한 마케팅 프로젝트 성과를 요약해 각 팀이 회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리포트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팀원들에게 격려와 칭찬을 보내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도 작용하고자 했다.
그로스 마케팅의 재미는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시도해 보는 과정이다. 직무가 바뀌었을 때도, 지금도 재미있고 만족스럽다. 만약 당신의 회사 또는 브랜드의 성장에 비상이 걸렸다면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처한 문제점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게 우선이다. 문제를 발견한 후에는 다양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만약 효과가 없다면 다른 방법을 시도하면 된다. 답을 한 번에 찾을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로스 해킹의 포인트는 꾸준히 다양한 시도를 반복하는 것이라는 걸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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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진행하셨던 책이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