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라면 문화 예술 관람은 필수라는 이야기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왜 꼭 그래야 하는 걸까? 나에게 문화 예술은 늘 사치였다. 하지만 이제는 직장인이자, 마케터로서의 자질을 키우기 위해 뭐든 해보기로 다짐했다. 그 시작으로 지출 비용이 적은 전시 관람을 선택했다.
첫 번째 전시는 요시고 사진전. 금요일 오후 반차를 내고 서촌의 그라운드 시소 전시관으로 향했다. 매표소에서 받은 실물 티켓을 보니 몽글몽글한 기분이 내 가슴을 간지럽혔다.
“전시회 티켓이 이렇게 예쁘다니!”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한 남성이 유유히 수영하고 있는 사진이 인쇄된 티켓은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나는 티켓이 구겨지지 않도록 노트 사이에 고이 끼워 넣고 계단을 올라갔다. 전시관은 4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각 층별로 주제가 확실하게 전달되었다. 전시관은 4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각 층마다 주제가 뚜렷했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을 받는 건물과 풍경, 휴양지 속 사람들의 사진을 감상하며 깨달았다. ‘나는 사진을 좋아하는구나’ 나의 새로운 취향을 찾았다. 두바이 사막을 주제로 한 공간에서는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어 진짜 사막을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건물에 모래까지 깔다니… 디테일 미쳤네”
요시고의 사진은 물질적·비물질적 아름다움의 조화가 잘 담겨있다. 사진에서 포근함, 차가움, 외로움, 즐거움과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으며 마치 작가와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사진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담고,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왜 마케터에게 문화 예술이 중요한지 깨달았다. 작가의 시각을 통해 나의 시각이 확장되고, 나만의 취향을 찾으며, 그들의 표현 방식을 배우고 기획과 마케팅에 인사이트를 얻는다. 생각해 보면 내가 좋아하는 여행과 같은 맥락이다. 경험을 통해 나를 알아가고, 관점을 확장하는 것 말이다. 이는 마케터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전시회가 있다. 일러스트 작가 그노님의 개인전 ‘너와 함께한 시간’. 이 전시는 보통의 하루 속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일상을 담은 일러스트 작품들로 힐링 그 자체였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작품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감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귀여운 것 오래 볼수록 내 안에 폭력성이 느껴졌다.
“너무 귀여워서 다 부숴버리고 싶어”
왜 그럴까? 왜 우리는 귀여운 걸 보면 입에 넣어보고 싶고, 부숴버리고 싶을까? 그날 집에 돌아와 밤늦게까지 이유를 찾아봤다. 그리고 ‘귀여움의 심리학’과 ‘귀여운 공격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인간은 작고, 귀여운 존재를 보면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은 분비한다. 그래서 그러한 것들을 보면 행복한 감정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나에게 해를 가하거나 협박 혹은 위협을 가하지 않기 때문에 함께 있고 싶고 자꾸 보고 싶은 생각을 갖게 된다. 우리의 뇌는 작고, 귀여운 존재를 보면 사랑에 빠지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이것이 귀여움의 심리학이다. 그럼 왜 깨물거나 꽉 안아 터트리고 싶을까? 이 대한 이유는 귀여운 공격성에 답이 있다. 우리의 뇌는 감정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지나치게 긍정적인 상태가 되면 부정적인 감정을 끌어내어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는 원리로, 너무 행복할 때 눈물이 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귀여운 것을 보면 그 감정과 반대되는 공격성이 드러나게 되는 거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며 자연스럽게 굿즈 마케팅에 대한 관점으로 이어졌다. ‘이래서 요즘 브랜드와 지역별 공식 캐릭터를 동물로 제작하고, 굿즈 마케팅을 활발히 출시하는 거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공간 마케팅과 브랜딩의 관점까지 확장하는 나를 보며, 드디어 나도 마케터가 되었음을 실감했다.
어느 순간부터 보고 배운 것을 마케터의 관점으로 생각하고, WHY라는 물음표를 가지고 있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예전에는 책을 읽고, 정보를 얻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을 할 수 있게 성장한 것이다.
책에서 작가가 생각하는 마케팅의 정의를 읽고, 내가 생각하는 마케팅, 마케터란 뭘까? 생각해 본다. 시장 수요를 관리하는, 고객의 니즈에 맞춰 홍보와 광고를 하는, 판매할 타켓에게 소개하는 등 사람마다의 정의가 있을터. 예전에는 그들의 정의를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나만의 개념을 만들어 간다. 터지는 콘텐츠에 대한 수많은 강의를 들으며 좋은 콘텐츠는 뭐고, 완벽한 콘텐츠라는 게 존재할까 생각해 보는 내가 되었다.
스타트업 마케터이자, 글을 쓰는 에디터이자, 기획자인 나는 완벽한 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그로를 남발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것을 추구한다. 그리고 I hope to have a positive influence on people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다짐한다.
modip 님의 더 많은 생각이 궁금하다면?
‘귀여움의 심리학’과 ‘귀여운 공격성’ 너무 재미있어요ㅎㅎ 좋은 영향력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