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에 노트폴리오에서 [29cm 커머스 BX 디자이너, 기획자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세미나를 들었다. 기획 리드 분과는 링크드인 1촌이기도 했고(물론 실제로 만나 뵌 적은 없습니다 ㅠ 그렇지만 만나보고 싶은 분!) 평소에 눈여겨보고 있던 서비스였는데 이 서비스 디자인 조직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도 궁금했다. 무엇보다 마케팅 디자인과 가장 밀접하다고 할 수 있는 BX(브랜드경험)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신청했다. (사실 무료 세미나인 것도 한몫했다)
세미나는 총 2시간 동안 진행되었고, 1시간 사전질문 + 1시간 현장질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사전질문 시간에는 디자이너 분이 간단하게 조직 소개 및 본인들의 일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프로젝트 몇 가지를 소개하는 걸로 시작했다. 엄청나게 많은 사전질문을 받았을 텐데, 그중에서 연사님들이 고른 질문에 대해 답을 해주셨고, 그 이후 1시간은 라이브 채팅방을 통해서 받은 질문들에 대해 답해주셨다. 현장질문도 굉장히 많이 올라와서 답을 하지 못한 것들도 꽤 있었는데, 이 질문들 중에 나도 고민하면 좋을법한 좋은 질문들도 있었다.
– 해당 글 대문에서 사용된 이미지는 노트폴리오 세미나 상세페이지의 이미지입니다. (출처 : https://notefolio.net/service/workshop/175)
– 브런치 글에 있는 장표 이미지는 실제 라이브에서 사용된 장표를 캡처한 이미지이며, 저작권은 29cm 및 해당 장표를 만든 디자이너에게 있습니다.
– 해당 이미지 문제 시 댓글로 알려주시면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케팅 디자이너로서 본
29cm의 BX 디자인
일단 조직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지금 세미나에서는 29cm의 마케팅 디자인 이야기는 없겠구나 했다. 마케팅 디자인과 BX 디자인은 내가 봤을 때에 29cm에서는 어느 정도 구분이 되어있는 상태인데, 그렇다면 조직이 분리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사실 조직도가 정말 궁금하긴 했다. 왜냐하면 이전 마케팅 디자인 관련글(마케팅 디자인 조직을 만든다면)에서도 언급했지만, 회사마다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냐에 따라 프로덕트에 가까울 수도 있고 브랜딩에 가까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29cm에서 보여준 조직도를 봤을 때, 여기서는 마케팅 디자인을 브랜딩에 더 가까운 업무로 보고 있는 듯했다. 마케팅 디자인을 진행하는 콘텐츠 디자인 조직(조직의 역할에서 마케팅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 너무 반가웠다)과의 협업을 얘기했을 때, BX 디자인 조직과는 이굿위크나 이굿홈위크 등 꽤 크게 진행하는 캠페인이나 행사 키비주얼을 제작할 때 함께 일한다고 했다. 이굿위크 등의 캠페인 키비주얼을 꽤 재밌게 본 내 입장에서는 해당 프로젝트들의 비하인드도 듣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이번 세미나에서 설명한 프로젝트들은 프로덕트(29선물하기), 공간경험(이구성수 팝업), 제품(29어퍼스트로피) 디자인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공간 경험, 제품 외에 프로덕트에서 키비주얼을 고민하는 일을 BX 디자이너가 한다는 것이 흥미로운데, 이 부분은 29cm가 비주얼을 통해서 브랜드 일관성을 유지하고, 이 비주얼로 “우리 이만큼 세련된 이미지를 만드는 서비스다” 라고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프로덕트 디자이너나 마케팅 디자이너가 키비주얼을 제작할 수 있지만, 한정된 작업기간 동안 브랜딩 관점에서 심도 있게 고민하면서 사용자 경험, 페이지 사용성을 고려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그렇기에 키비주얼과 전체적인 캠페인의 콘셉트에 브랜드를 제대로 보여주려면, 브랜드 경험을 깊게 고민하는 사람이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
이전에 마케팅 디자인에서는 브랜딩과 사용자경험(UX)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사실 정말 짧은 업무시간 동안 이 2가지를 함께 고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짧은 시간 동안 자주 라이브되는 이벤트페이지를 면 비주얼이 어느 정도 템플릿화 되어있다. 그만큼 비주얼에 신경 쓸 시간이 없어서 템플릿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이벤트들은 비주얼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혜택을 나에게 주는지가 중요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비주얼보다 얼마나 할인되는지, 내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뭔지가 더 중요하다 보니 페이지에서 이 부분을 잘 보여주는 것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대형 프로모션이나 캠페인은 그럴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대형 프로모션이나 캠페인은 29cm 기준으로는 이굿위크(상반기, 하반기에 진행하는 1년 중 제일 큰 행사), 이굿홈위크 등의 대형 할인행사인데, 여기서 이벤트페이지 및 광고영역에는 [이 서비스에서 지금 행사 엄청 크게 한대!]라는 메시지를 담는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서비스]라는 것을 알리는 데에도 한 몪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자주 쓰는 패션플랫폼 지그재그, 29cm, Wcomcept(더블유컨셉)에서 동시에 블랙프라이데이를 진행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3개의 비주얼이 다 비슷비슷하다면 대체 어떤 서비스에서 할인을 진행하는지 그 서비스가 머리에 남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런 캠페인이나 대형 행사에서는 우리 브랜드를 잘 보여줄 수 있는 키비주얼이나 전반적인 콘셉트를 잘 잡는 것도 중요하다.
이 세미나에서 29cm는 [감도 높은 큐레이션]을 키워드로 다양한 브랜드 경험을 전개하는데, BX 디자이너들은 이 키워드를 앞서 얘기한 프로덕트, 제품, 공간에 녹이려 노력한다. BX 디자이너들의 주요 미션은 바로 [내가 담당하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를 고객에게 일관성 있게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일하다 보면 이를 지키기가 정말 어렵지만, 나는 적어도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디자이너가 조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본다. 29cm에서 보여주는 캠페인, 서비스, 오프라인 작업물들을 보면 정말로 “이 브랜드 정말 센스 넘치는구나”라고 느낄 때가 많다. 상품 소개 카피에도, 할인한다는 메시지 한 문장에도 29cm만의 무드가 보인다. 아마 브랜드 경험, BX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13년 차 시니어 디자이너로서 본
29cm의 BX 디자인
BX 디자인 관련된 질문들 외에도 많았던 것이 바로 BX 디자이너 [커리어]에 대한 질문이었다. 요즘처럼 채용이 힘든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면접을 봐야 하는지 궁금한 사람들이 정말 많을 것이다. 실제로도 현장 질문에서 디자이너들의 커리어 여정, 그리고 다른 분야 디자이너였다가 BX 디자이너로 전향했을 때의 걱정되는 지점 등을 많이 물어보셨다. 연사님들이 각자 경험을 토대로 잘 설명해 주셨고, 이러한 질문들이 대다수가 현장질문에서 나왔기 때문에 답변을 모두 하지 못해서 아쉬울 따름이었다.
포트폴리오나 면접을 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을 물어보는 질문도 있었는데, 이 부분의 답변에서 분야별로 포트폴리오에서 우선순위로 보는 점이 다름을 깨달았다. [디자인]이라는 시각적 언어로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것은 동일하지만, 그 시각적 언어가 어느 부분에 목표를 두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BX디자인은 말 그대로 브랜드에 대한 사용자의 경험을 만드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이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냈고 어떻게 이 비주얼을 만들었는지 시작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이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포트폴리오에 담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29선물하기 심볼같은 경우 리본의 형태에서 모티브를 따온 디자인인데, 보통 선물하기 서비스에서 흔히들 쓰이는 선물상자 이미지를 쓰지 않는 부분에서 차별점을 주었다. 그렇게 도출해 낸 것이 선물상자 위의 리본 형태였다. 곡선을 따라서 우아하게 묶이는 리본. 그렇게 29선물하기 로고 및 키비주얼이 탄생했다. 이런 아이디어 도출 및 제작 과정이 포트폴리오에 잘 담겨야 내가 가진 BX디자인 역량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포트폴리오 외에는 BX 디자이너로서 커리어를 키우는 법, 역량 키우는 법 등이 인상 깊었다. 오프라인 브랜딩을 진행하려면 당연히 실제로 내 디자인을 밖으로 꺼내줄 인쇄소 사장님과의 협업 경험도 중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 29cm 디자이너 분들은 끊임없이 부딪히고, 물어보고 배우는 것을 강조했다. 물론 무조건 안된다고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사장님들도 있겠지만, 왜 안되는지 물어보고 최대한 되는 방향으로 사장님과 조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여러모로 부딪혀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배운 부분이었다.
보통 특정 회사의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듣기는 쉽지 않다. 별도의 컨퍼런스를 마련하는 게 아니라면 “저 회사에서는 어떻게 일하는지” 경험을 공유하거나 듣는 자리는 잘 없다. 근데 그 기회를 노트폴리오에서 잘 마련한 것 같다. 이전에 우아한청년들에서도 이런 무물보 세미나를 진행한 듯한데, 별도의 VOD를 제공하지 않는 게 아쉽다. (나중에 우청 디자이너분한테 슬쩍 물어봐야지) 물론 추후에 내가 노트폴리오에서 세미나를 진행하게 되어서 준비 차원으로 본 것도 있었지만(이 부분은 나중에 자세히 얘기하겠다!) 평소에 잘 쓰고 눈여겨보고 있던 29cm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들이 너무 흥미로워서 밤늦은 시간에도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최근에 마케팅 디자인에서 UX 관점에서의 시각만 보는 나에게 BX도 중요하다는 것을 한번 더 리마인드 시켜준 시간이었다. 요즘 일하다 보면 내가 만드는 시스템을 잘 구동시키기 위해 비주얼의 중요도를 낮추는 순간이 있다. 물론 둘 다 함께 중요하게 보는 것은 어렵지만, 그렇다고 브랜드 경험의 비중을 완전히 낮추는 것은 안된다. 만약에 내가 이 브랜드를 잘 살리는 디자인 리소스를 잘 보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이 UX와 브랜딩의 균형을 잘 맞추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나름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던 무물보 세미나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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