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중에도, 출근 준비할 때도 가볍게 들어보세요! By WPL
벌써 6월이다. 시간 왜 이렇게 빠르지… 연초에 새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올해의 절반이 지나갔다.
이 기간이 되면 패션/뷰티 소비러들이 은근히 기다리는 것이 있다. 바로 각 커머스 플랫폼에서 진행하는 빅세일 캠페인이다. 아마 연말 세일(흔히들 블랙프라이데이라 부르는) 시즌과 함께 연중에 크게 진행되는 미드세일 캠페인일 텐데, 각 커머스 플랫폼별로 다양한 이벤트와 혜택으로 고객을 끌어오고 있다.

물론 나도 이 세일 기간 동안 엄청난 돈을 플랫폼에 갖다 바치고 있는데 (Shut up and take my money!) 즐겁게 쇼핑하는 것도 있지만 직업적 특성상 배너와 페이지들을 샅샅이 구경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다들 각자 서비스 고유의 캠페인 이름을 지속해서 그래픽을 전개하다 보니, 각각 어떻게 페이지와 비주얼을 만들었는지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자료조사 겸 해서 그때그때 캡처해놓기도 한다.
그래서 한번 주관적으로 정리해 보았다. 소비자/디자이너의 입장에서 각 플랫폼별 빅세일 페이지는 어땠을까? 예전 팀에서 이런 캠페인 페이지로 케이스 스터디도 진행한 적 있었는데 이번에는 나 혼자서 주관적으로 각 이벤트 배너/페이지들의 첫인상과 사용감을 적어보았다.
– 순서는 먼저 이벤트를 오픈한 순서로 기재했으며, 글을 쓴 시점에서 이미 끝난 이벤트를 다룹니다.
– 해당 페이지는 모바일 앱 페이지로 확인했습니다. PC 웹 페이지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으로 작성했습니다. 실제로 제작한 마케터와 디자이너의 의도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이미지가 많아서 스크롤이 많은 점 양해해 주세요. (이미지의 저작권은 각 서비스에 있습니다)
올리브영 – 올영세일
6월 세일 그 시작을 알린 올영세일. 올리브영은 분기별로 빅 세일을 진행하는데(아마 계절별로가 아닐까) 항상 사람들이 줄여서 얘기하는 올영 이름 그대로 사용해서 [올영세일]이라는 타이틀로 빅 프로모션을 전개하고 있다. 이 이름을 꾸준히 전개하면서 어느새 올영 단골 고객들이 기다리는 세일기간으로 자리 잡았다.(물론 나도…)

[올영세일] 타이틀과 디자인은 그대로이지만, 이 타이틀을 디자인하는 방식은 매번 달라진다. 그런 디자인을 보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이번에는 팝아트(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카툰 스타일) 스타일로 디자인했는데, 이 디자인들을 전체 페이지의 버튼, 이벤트 내용 등에 적용해서 디자인의 일관성을 높였다. 네온그린/핑크 컬러는 잘못 쓰면 굉장히 촌스러워질 수 있는데 전혀 그런 것 없었고 오히려 더 영(young)해 보였다. (할미는 이런 것도 젊어 보여…)
페이지 상단에 탭이 있지만, 올리브영 앱 배너에서도 브랜드데이, 스테디셀러 특가 등의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 개인적으로 탭은 키비주얼 위에 있을 때 잘 보이지 않아서 존재감을 몰랐는데 본문 페이지(흰 배경)에서 보였다.

올리브영은 이번에 본 커머스 서비스 중에 쿠폰을 꽤 크게 쓰는 편에 속했는데, 쿠폰이 2개밖에 없어서 그런지 쿠폰을 받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거기다가 선착순 + 랜덤쿠폰이라 쿠폰이 화면에서 아무리 크게 차지해도 눈에 불을 켜고(!!) 다운받아 사용하려 할 것 같다. 그리고 선착순 쿠폰답게 빠르게 소진되었다.

커머스 서비스의 마케팅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혜택 있는 상품들 리스트를 어떻게 보여주느냐다. 그에 걸맞게 올리브영 역시 다양한 형태의 상품 리스트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잦은 할인율 및 가격 변경, 상품 이슈 등으로 아마도 서버에서 호출하는 방식을 사용할 것이다) 가로형, 세로형, 가격 있는 버전 없는 버전 등등등. 올영세일 기간 동안에는 대부분의 제품들이 할인하기 때문에, 할인상품들 + 그리고 얼마나 할인하는지 보여주는 것도 사용자의 구매까지 연결시키는 중요한 장치일 것이다.

빅세일 기간 동안에는 강력하게 이 이벤트를 밀어줄 수밖에 없는데, 그만큼 모든 광고구좌에 올영세일을 표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배너에 올영세일 스타일을 입히면 사용자의 피로도가 증가한다. 그래서 배너에서의 피로도를 줄이면서 올영세일 티를 나게 하는 것이 배너 우측의 뱃지다. 평소의 올영 배너와 다를 바 없는데, 이 올영세일 뱃지 하나로 이 배너는 올영세일과 결을 함께 한다. 이는 상품 썸네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할인 혜택 외의 이벤트(래플, 퀴즈이벤트 등)는 잘 보지 않는 편이다. 결제사 혜택도 잘 보지 않는다.(어차피 결제할 때 다 나오니까) 그래서 종합 혜택 부분이나 퀴즈 이벤트는 넘겼다. (이번에 글 쓴다고 봤다) 사실 어차피 안 될 거 그냥 안 본다는 성격이라 넘긴 것도 있다. 오히려 이런 정보들은 페이지 중반부-하단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스크롤의 피로도도 있기 때문에 본인에게 필요한 정보만 보고 바로 이탈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페이지가 어쩔 수 없이 길어진다면 중요한 정보는 항상 상단에, 그나마 덜 중요한 정보는 하단에 배치한다.
지그재그 – 직잭10주년(번외 : 직잭팟)
여성 쇼핑몰 플랫폼인 지그재그는 10주년 세일, 그리고 미드세일을 연달아 진행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도 직잭팟은 진행 중인데, 10주년 세일을 놓친 분이라면 아직 직잭팟이 진행 중이니 얼른 가서 할인을 받도록 하자(나만 돈 쓸 수 없지!)

내 기준 3D그래픽을 통통 튀게 잘 만든 곳은 지그재그다. 이전에 지그재그 리브랜딩 세미나를 들은 적 있었는데, 그 세미나 덕분에 지그재그에서 보이는 핑크 컬러와 3D그래픽 에셋들을 항상 유심히 보고 있다. 어찌 보면 지그재그의 브랜딩 이미지를 담당하는데, 역시나 10주년 이미지도 예쁜 핑크색 케이크를 담았다. 사실 이런 핑크색을 잘 쓰기 어려운데, 키 컬러 하나로 다양한 룩을 보이는 지그재그 마케팅 디자인이나 그래픽 에셋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지그재그는 큰 행사를 할 때마다 별도의 미니 브랜딩(지속적인 브랜드가 아닌 특정 행사를 위한 브랜딩)을 진행한다. 직잭10주년도 별도의 로고를 만들어서 다양한 곳에 활용한다. 올리브영과 마찬가지로 배너 우측 상단의 뱃지에 노출하는것만으로 10주년 행사 배너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피팅모델 사진이 주를 이루는 여성 쇼핑몰 특성, 그리고 이 사진을 활용한 매거진 콘셉트의 지그재그 특성상 메인배너에 피팅 사진을 주로 많이 쓰는데, 배너 오른쪽의 직잭10주년 로고만으로도 “이 쇼핑몰도 직잭10주년 세일 참여하는구나!”라고 짐작하게 한다. 이래서 미니 브랜딩이 중요한가 보다.

패션 플랫폼, 특히 수많은 브랜드와 쇼핑몰을 아우르는 지그재그는 이벤트 페이지에서 탭 활용이나 버블필터를 잘 활용한다. 진행하는 이벤트들 1차 탭, 그리고 쇼핑몰별(또는 옷 카테고리별) 2차 탭. 사실 커머스 플랫폼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상품들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그 상품들을 무한정 리스트업하는 것보다는 탭으로 잘 나눠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런 기능적인 요소가 실제 프로덕트와 이질감 없이 작동하는 것도 고객 경험에서 중요할 것이다.

이벤트 페이지 밖에서도 충분히 직잭10주년 상품임을 상품 리스트에서도 보여준다. 굳이 화려하지 않더라도 썸네일 내의 뱃지로, 상품 상세의 썸네일 아래 뱃지로 충분히 인지 가능하다. 가능하면 많은 홍보 장치를 두고 싶어 하는 커머스 서비스 특성상 자칫하면 많은 정보를 보여줘서 더 복잡해 보일 수 있는데, 아마 커머스 서비스의 디자이너라면 이 정보를 어떻게 디자인으로 잘 정리할지 고민을 많이 할 것이다.
29cm – 이구위크
최근 가장 잘 나간다고 생각하는 패션 플랫폼. 29cm. 29cm에서도 어김없이 미드세일을 진행했다. 브랜드 이름인 [이구]는 항상 미드세일, 연말세일 행사 이름에 들어가는 것 같다. 그리고 올여름에는 이구위크라는 이름으로 미드세일을 진행했다. (지난 연말 세일 이름은 이굿위크였다)

29cm는 키비주얼 하나, 그래픽 하나를 만들 때마다 하나하나에 스토리와 의미를 담아서 만든다. 이전에 들었던 29cm 무물보 세미나에서 키비주얼을 제작하는 과정을 보니, 디테일한 의미에도 진심인 듯했다. 이번 이구위크에는 유독 뱃지, 메탈 느낌의 심볼을 많이 사용했는데 이 그래픽들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오랫동안 29cm를 사용한 유저로서, 최근의 29cm 이벤트 페이지들이 예전보다 많이 심플해졌다고 생각한다. 보통은 이런 빅 세일 프로모션 페이지는 가장 눈에 띄게 제작하기 마련인데, 이구위크는 블랙톤 페이지 + 키 컬러 조합, 그리고 별도의 그래픽으로 눈길을 끄는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서비스의 미드세일 페이지에 비해 꽤 심플한 편이다. 앱 디자인 자체도 워낙 간결해서 [이 간결한 무드를 유지하면서 큰 프로모션을 잘 드러내는] 방법으로 이구위크를 표현한 게 아닐까 싶다. 이 심플한 덕에 혜택과 상품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위의 지그재그나 올리브영에서도 얘기했지만, 커머스 서비스에서는 상품 전시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프로덕트 또는 페이지 내의 상품 리스트 디자인이 은근히 중요하다. 29cm 역시 다양한 상품전시, 탭 구분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을 참고하기 좋다. 탭/버블탭 형태가 아니어도 카테고리 또는 필터 디자인을 참고할 수 있어서 29cm 페이지를 더 들여다보게 된다.

번외로, 이것도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29cm 할인행사 진행방식이 묘하게 무신사와 비슷해지고 있는 느낌…? 쿠폰 디자인도 원래 안 그랬는데 뭔가 무신사의 쿠폰 디자인과 비슷한 것 같다. 원래 럭키박스는 무진장 또는 뷰티빅세일 등의 무신사 행사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였는데 요즘 29cm에서도 보인다. 29cm가 무신사 산하 브랜드가 돼서 그런가? 물론 진실은 담당자분들만 알 것이다.
올해의 절반이 지나갔다. 벌써 6월이 끝나가다니. 올해의 반을 맞이해서(?) 커머스 서비스마다 엄청난 미드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도 오늘의 집, 지그재그, 무신사 등에서 미드세일을 진행하고 있고 네이버도 조만간 강세일의 시작을 예고했다. 나는 식비를 제외하고는 원래 돈을 잘 쓰지 않는데 이놈의 할인행사를 진행할 때마다 플랫폼별로 10만 원씩 쓰는 것 같다. 내 돈….
사용자로서 돈 쓰는 재미(?)도 있지만 마케팅 디자이너로서 이런 미드세일 페이지들을 보는 재미도 나름 쏠쏠하다. 직업병일지도 모르겠지만, 행사기간마다 앱으로 쇼핑하면서 괜히 키비주얼이나 이벤트 페이지 본문을 구경한다. 어쩌면 이런 페이지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보게 되기도 하고, 그냥 [구경]에서 끝내기 아쉬워서 이번에는 페이지들 구경하면서(+쇼핑하면서) 혼잣말 늘어놓듯 글로 남겨보았다. (그래서 두서없는 글이 되어버렸다)
이벤트 페이지는 오래 라이브 되지 않는다. 아마 위의 올영세일, 직잭10주년, 이구위크 페이지는 지금 앱에서 볼 수 없다. 1주일 내외로 우리에게 큰 혜택과 소비를 선사하고 사라지는 미드세일, 다른 서비스들의 미드세일 페이지는 어떨지, 이다음 연말 세일(블랙프라이데이)은 어떤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들어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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