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커피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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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글을 쓰는 플랫폼은 브런치가 메인이지만, 이 브런치 글을 홍보하기 위해 링크드인에서도 글을 쓰고 있다. 링크드인에서는 DM 기능이 있다보니 여러 메시지를 받게 되는데, 그 중에는 커피챗을 요청하는 메시지도 종종 있었다. 덕분에 회사 밖의 디자이너들과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여기서 커피챗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커피챗은 사람 대 사람 또는 사람 대 기업으로 1:1로 가볍게 서로 얘기를 나누는 자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커피챗(Coffee chat)이라는 말처럼, 카페에서 커피마시면서 가볍게 얘기나누는 방식이라서 일반 미팅이나 면접보다는 훨씬 덜 부담이 된다. IT업계에서는 주로 채용 연계 커피챗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커피챗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된 시점은 나를 영입하려는 회사와 커뮤니케이션하면서였다. (그 때의 히스토리는 이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직을 하네마네 무작정 고민만 하는 나에게 “사전에 가볍게 회사 대표나 경영진과 얘기하는 자리를 만들어서 회사의 비전이나 운영 방침에 대해 들어보는게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하셨다. 실제로 그 때 경영진(+나를 추천한 마케터)과 함께한 커피챗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 이후 링크드인을 시작하면서 디엠을 통해 커피챗 요청이 여러번 있었다. 물론 브런치를 통해서 연락이 올 때도 있다. 하지만 모두의 커리어 SNS인 링크드인이 커뮤니케이션이 더 활발한 편이라, 링크드인으로 요청오는 커피챗이 좀 더 편한 기분이다. 그리고 다들 커피챗을 생각했을 때 오프라인 미팅을 생각하겠지만, 요즘에는 주로 구글밋이나 줌으로 온라인 미팅으로 진행한다. 그래서 훨씬 더 부담이 덜한 것도 있다.


인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진행하는

채용 연계 커피챗


아마 [커피챗]이라고 하면 대다수는 채용 연계된 커피챗을 떠올릴 것이다. 나 역시 첫 커피챗이 그랬으니까. 보통 헤드헌터나 기업에서 인재를 영입하려고 할 때, 담당자와 영입하려는 사람이 무겁지 않은 분위기에서 사전에 얘기를 진행할 때 커피챗 형식을 따른다.


여기서 커피챗과 면접(채용 인터뷰)은 확실히 다르다. 커피챗은 비공식 미팅에 가깝다. 반면 면접은 공식 채용 절차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부담이 확실히 다르다. 당연히 커피챗에서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다. 나같은 경우 채용 얘기가 오갔다가 도저히 종잡을 수 없어서 공식 채용절차가 진행되기 전에 커피챗을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다행이도 회사 측에서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고 원활하게 대화를 진행할 수 있었다.


채용 관련된 커피챗에서는 개인과 기업(또는 조직 담당자)이 서로를 알아보기 위한 정보 탐색이 진행된다. 면접에서는 주로 면접관이 나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만약에 내가 질문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마지막에 짧게 시간이 생긴다. 반면 커피챗은 대화를 주고받는 느낌이 더 강하다. 나의 질문, 그리고 상대방의 질문의 비율이 반반이다. 그래서 나는 채용 연계 커피챗에서는 회사나 조직에 대해 궁금한 점을 메모장에 잔뜩 적어갔다. 서로 질문이 엄청 오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인적으로 처음부터 [채용 연계 커피챗]을 한다고 하면, 나를 데려오려고 하는 회사와 진행하게 될 것이다. 이럴 경우 [내가 들어가고 싶은 회사]가 아닌 [나를 영입하고 싶어하는 회사]일 때가 많다. 여기서 굳이 누가 절실하냐를 고른다면 회사 입장일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회사를 떠나서 이 회사를 들어가도 괜찮을까?”에 초점을 두고 미리 물어볼 것을 준비하면 좋다. 영입을 통해 이직한다 해서 무조건 꽃길만 펼쳐있진 않으니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커피챗에서 얻어내고 나에게 온 영입 제안에 결정을 내리면 된다.



그 외의 커피챗,

근데 멘토링을 곁들인.


위의 채용 연계 커피챗과는 다르게, 다른 목적으로 커피챗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에는 주로 나에게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서, 조언을 듣고 싶어서 커피챗을 신청한다. 개개인부터 팀 단위까지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커피챗 요청을 줬는데, 신입이거나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PM 또는 디자이너들이 나에게 커피챗을 요청한다. 본인들이 만든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하고, 사용성 조사를 위해 신청하기도 하고, 자신의 디자이너 생활이 맞는지 답답해서 진로 상담을 요청하기도 한다. 가장 멘토가 필요할 시기에 자신의 고민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어서 대화를 요청하는 셈이다.


이런 커피챗을 할 때에는 뿌듯한 마음이 크다. 나에게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커피챗을 요청하는구나. 적어도 그동안 허투루 일하진 않았구나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리고 위의 커피챗처럼, 이런 경험에서 많이 배우기도 한다. 요즘 디자이너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 그리고 디자이너들 또는 PM이 어떤 자세로 자기만의 사업을 진행하는지 등등. 답을 주면서 가르치는 입장이지만 나 역시 그들을 통해 배우는 것이 많다.


하지만 이런 커피챗을 진행할 때 개인적으로 주의했으면 하는 점이 있다. 만약 내가 가고 싶은 회사의 디자이너와 커피챗을 진행할 때, 이 회사의 채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을 요청한다면 상대방이 난감해할 수 있다. 가령 A회사 디자이너와 커피챗을 한다고 가정했을때, A회사에 지원할 목적의 포트폴리오를 리뷰하고자 한다든지… 이력서 검토를 부탁한다든지 등등. 위에서 말한 채용 연계 커피챗과는 달리 채용 목적의 대화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요청이 온다면 거절할 수밖에 없다. 특히 채용 관련된 리뷰는 회사의 인력계획 등과 관련될 수 있어서 나 역시 가능하면 이런 커피챗은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으로 골라본

커피챗을 준비할 때 알면 좋은 것들


커피챗이 캐주얼한 자리라고 해서 진짜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면 되지 않냐! 라고 한다면 그건 아니라고 하고 싶다. 특히 이 좁디좁은 IT업계에서는 이런 사소한 자리에서의 태도가 나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면 커피챗에 임할 때 어떤 것을 미리 알면 좋을까? 개인적으로 커피챗을 경험한 바탕으로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커피챗을 신청할 때 신청 배경과 메인 주제를 간단하게 얘기한다.

맥락도 없이 무작정 “커피챗 하고 싶습니다!” 라고 신청하면 “그래서 뭘 물어보고 싶은건데?” 라며 당황해한다. 이는 아마 회사에서 업무차 메시지를 보낼 때에도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다.  안면이 있는 사이도 아니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대화를 요청하는만큼, 커피챗을 신청할 때 간단한 자기소개 + 내가 커피챗을 신청하는 이유(현재 자신의 상황 등) + 물어보고 싶은 주제를 함께 얘기하면 좋다.

2. 커피챗 진행하기 전에 미리 질문을 준비한다. 미리 전달하는 것도 좋고, 전달받은 사람은 답변을 미리 준비한다.

미팅이나 인터뷰처럼, 커피챗 역시 사전에 내용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특히 물어보는 사람 입장에서 답변을 얻기 위해 커피챗을 신청했기 때문에 사전 질문을 미리 보내주면 더 좋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같은 경우 즉흥적으로 답변하는 것보다는 미리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야 더 알찬 내용이 나오더라. 그리고 즉흥적으로 얘기하는 것들 중 회사와 관련된 내용에서 대외비 사항이 나오면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에 사전 질문을 대상자에게 미리 보내는 것처럼, 질문을 미리 준비해서 연락처로 보내면 더 좋다.

3. 커피챗을 진행할 때 최선을 다해 진행한다.

이건 커피챗 뿐만 아니라 모든 대화의 기본 자세이다. 캐주얼한 자리라고 해서 흐드러진 자세로 대화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리고 1,2번대로 하다보면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진행할 수 없을 것이다. 상대방을 위해서라도 집중해서 상대방의 말에 귀기울이는 자세, 그리고 대화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나는 커피챗이라는 대화 방식이서 참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내가 회사나 사람에 대해 궁금한 것을 캐주얼하게 물어볼 수 있는 자리라니! 신청하는게 어렵지 한번 겪어보면 참 매력적인 문화다. 특히 회사에서 갇혀서 일만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회사 밖의 디자이너와 얘기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근데 그 기회의 장을 커피챗이라는 방식이 열어줬다. 물론 서로 바라는 내용이나 상황이 맞지 않아 정중히 거절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와의 대화를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입장이다. 


여러번 얘기하지만, 회사 밖의 사람들과 얘기하면 할수록 나의 시각이 많이 넓어지고 있다. 나의 극극극내향인 성격상 내가 먼저 판이 깔리지 않는 한 커피챗을 먼저 신청하진 않는데, 나에게 커피챗을 요청해주는 분들의 질문과 고민을 통해서 나 역시 많이 배우고 있다.


만약에 커리어의 고민이 있거나, 디자이너로서 답답한 부분을 가지고 있다면 내가 고민한 부분에 대해 잘 아는 디자이너에게 링크드인이라는 좋은 SNS로 커피챗을 요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저도 많이 신청해주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만…!! 지금 포폴챗이라는 1:1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어서 잠시 일시정지중입니다.) 처음 신청하는게 많이 어렵겠지만, 모두 커피챗이라는 좋은 문화를 활용해서 많은 배움을 얻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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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O
글쓴이

HYO

마케터와 제일 가까이서, 제일 오래 함께 일한 디자이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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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디자이너의 커피챗

  1. 379

    커피챗은 그래도 어느정도의 준비가 필요한 문화였네요!

  2. 385
    · 2025-02-19 at 16:09

    명료하게 커피챗에 대해서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 감사합니다. ☺️

브런치프로필 - hyo jin Kwon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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