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칵" 그리고 "AI"


위의 2가지는 요즘 내가 링크드인이나 스레드 등의 커뮤니티를 볼 때 자주 보는 단어이다. 제미나이와 나노바나나에 이어서 커서(Cursor), 그리고 클로드(Claude)(개인적으로 요즘 판을 뒤흔드는 끝판왕이라고 생각함) 같은 [AI]를 통해서 [딸칵] 클릭 한 번만으로 결과물이 뚝딱 나오게 한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스레드에서는 항상 AI 관련 새로운 스킬이나 AI로 만든 성과물들이 업데이트된다. 이는 내가 커리어 관련 인사이트를 많이 얻는 링크드인이나 서핏도 마찬가지다.


클로드 디자인 페이지 중 example 페이지. 클로드 디자인으로 만든 예시 작업물을 볼 수 있다

클로드 디자인 페이지 중 example 페이지. 클로드 디자인으로 만든 예시 작업물을 볼 수 있다

AI의 발전이 눈부신 요즘이다. 몇 달..아니 지난주에는 AI로 안 됐던 게 지금은 된다. 최근에 공개된 클로드 디자인(Claude design)(소개 영상 링크)은 많은 사람들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깜짝 놀라게 했다. 사람들은 이 발전에 놀라워하고 감탄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두 불안해한다. 이렇게 내 일이 필요없어질까? 지금 당장 이 스킬을 마스터하지 않으면 나는 뒤쳐지게 될까? 실제로 글로벌 IT기업에서 AI관련 발표를 할 때마다 주가가 출렁일 정도니까. (실제로 클로드 디자인이 공개된 이후, 디자인 툴(피그마, 어도비 등) 관련 주식이 하락했다.)


나는 이런 시대의 흐름에 감탄보다는 불안함과 피로감을 더 크게 느낀다. AI는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빠르게 새로운 기능을 내놓는다. AI를 쓸 줄 모르면 쉽게 도태될 것 같다. 여기저기서 AX 사례들을 얘기하고, 기업 또는 플랫폼은 AI 교육을 해줄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직도 이전의 디자인 방식이나 툴들을 사용하면 나만 뒤떨어진 것 같고, 내 커리어의 앞날이 어두워질 것 같다. 여기저기서 AI 얘기밖에 하지 않으니 AI 콘텐츠만 봐도 머리가 아파오는 느낌이다.


이는 경쟁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 사회의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한몫하는 것 같다. 다들 AI로 뭔가를 하는데 나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 나 역시 급한 마음에 AI강의를 찾고 커서와 클로드코드 유료 플랜을 보고 있다. 바야흐로 대 FOMO(Fears of Missing Out, 나만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시대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 FOMO의 늪에 빠져있다.




효율에 가려져서 본질이 잊히고 있다


AI와 관련된 아티클 중 몇몇개는 [AI는 도구일 뿐, 이를 잘 다루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 AI는 포토샵이나 피그마 같은 툴에 지나지 않으며, 이미지 리터칭이나 그래픽 제작 같은 [수행] 역할 말고 [설계]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이를 위해서라면 [설계자]는 하고자 하는 일(디자인, 서비스 기획, 마케팅 등)의 본질을 항상 숙지해야 한다.


안타까운 점은 이 효율에 집중되다 보니 정작 본질은 잊힌다는 것이다. 이 [본질]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알고리즘의 시스템 속에서 콘텐츠가 노출되는 이상, 각종 커뮤니티에는 AI를 가지고 효율성을 높이는 법 같은 콘텐츠가 항상 상위로 보인다. 새로운 툴이 나올 때마다 이를 사용하는 방법이 뜨는 것과 같은 논리다. 본질보다는 당장 효율성을 높이는 수행 방법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본질]을 얘기해야 할까? 내가 일하는 [디자인] 업계를 예로 든다면, AI가 효율성 내세워서 만든 디자인이 인간보다 더 잘 만들었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철저하게 데이터 위주로 움직이는 AI는 누구나 선호하는 평균의 디자인을 낼 수는 있지만, 더 오래 기억 남거나 특정 브랜드를 잘 나타내는 등의 그 이상을 만들지 않는다. "AI가 스스로 좋은 디자인을 만드는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디자인을 정의하고 이 방향으로 디렉팅할 [사람]이 필요한데, 요즘은 이 역할에 대한 콘텐츠가 적은 듯 해서 아쉽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좋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오랫동안 고민하고 디자인을 다듬던 시절이 있었다. 계속 다듬었다 해도 [이 디자인이 우리 브랜드와 맞을까?]하면서 또 고민한다. 링크드인에서 관우 님의 글(이 글)에 이 내용이 잘 나와있는데, 이런 고민의 절차조차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효율화의 칼에 단도리 쳐지는 상황이 많다. 하지만 이 글에 나온 것처럼, 본질을 잊은 디자인은 오래 기억되지 못한다. 고민이 많이 필요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이 [본질]을 고민하는게 훨씬 더 어렵다.)




[딸깍]에 너무 매몰되지 말 것


마지막으로 그놈의 딸깍...(아 잠시만, [그놈]에 개인적인 감정이 좀 실렸네요) AI의 고효율을 잘 나타내는 단어라고 생각하는데, 이 단어를 본다면 1차원적으로는 "AI만 있으면 클릭 한 번에 모든 것이 다 해결될까?"라고 생각할 것이다. 솔직히 AI 관련 영상이나 숏폼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게 이 단어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몇몇 콘텐츠를 보면 그 [딸깍]이 우리가 생각하는 [딸깍]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 [딸깍]은 아래의 의미라고 생각하는데....


1) 수많은 제작 프로세스 중 일부만 AI로 자동화한다. 대표적으로 이미지 제작 또는 리터칭에 해당한다.
2) 정말 AI로 한 번에 자동화가 되게 하기 위해, 이 전에 수많은 비효율을 마주한다. (에이전트 구축, 디자인 시스템 세팅, json으로 AI 학습, 서버 연결 등등)
번외) 2번의 AI를 만들었다고 광고하고 이 제품의 결제를 유도한다. (제가 만든 디자인 AI면 이만큼 시간단축이 가능합니다! 이런 뉘앙스)


겉으로만 봤을 때에는 누구나 쉽게 AI로 효율성을 높이거나 빠르게 작업이 가능한 것처럼 얘기하지만, 막상 알맹이를 본다면 그렇게 하기 위해 엄청난 비효율이 동반된다. 이전의 플러스엑스 세미나(참고 브런치 글)에서 [AI 작업에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얘기한 것처럼, 효율에는 비효율 작업이 반드시 따른다. [딸깍]까지 도달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마 우리가 AI를 마스터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할테고, 이 AI를 학습하는 데에도 시간과 수많은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돈도 따른다는 함정)


모두가 AI를 두려워하는 이 시대에 이 FOMO에 휩싸여서 불안해하기만 한다면 진짜 AI에게 함락당할 것 같아서, 당장 나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고 다잡기 위해 넋두리 글을 써 보았다. AI 춘추전국시대를 지나오면서, 내 디자인에 대한 중심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이 격한 폭풍 속에서 불안해질 수 밖에 없나보다. 그래도 포토샵과 애프터이펙트 같은 정통 어도비 디자인 툴부터 스케치 그리고 피그마까지 수많은 툴(tool)을 거쳐온 사람인데, 이번 AI 돌풍에도 이 tool을 꾸준히 익히는 대신 본질은 절대 잊지 않는 단단한 디자이너가 되자 나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