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견과 더 나은 대안이 있었는데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기 힘든 분위기라 말하지 않았다고 해요. 발언 기회가 없는 일방적인 대화는 문제이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이건 스스로 내린 결정일지도 모릅니다. 좋은 의견이 있지만 말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죠. 더 나은 대안을 말하고 설득해 이를 이끌어 나가는 일은 힘들고 고되기 때문입니다.
점심시간에 반갑게 안부를 물으며 가깝게 지내고 싶었는데 먼저 다가가면 부담스러워 할까봐 그러지 않았다고 해요. 서로를 무시하는 문화는 문제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것 또한 스스로 내린 결정일지도 모릅니다. 먼저 안부를 묻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죠. 동료에게 먼저 안부를 묻고 관심을 가지는 일에도 적지 않은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불평 하기도 합니다. 나에게 좋은 의견이 있었는데 수렴되지 않았다고요. 친근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그럴 만한 사람이 없었다고요. 부당한 문화와 구조는 함께 고쳐야 하는 것들이지만, 스스로에게도 되물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그것이 스스로 내린 결정은 아니었는지요.
이제는 저도 무언가가 생각 같지 않을 때 한번 고민해 보는 편입니다. 그것이 정말 외부에 존재하는 바꿀 수 없는 문제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스스로 내린 결정 때문이었는지요. 되돌아 보면 상황과 결과를 바꾸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 스스로 내린 결정들이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저 또한 전전긍긍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의견을 말 할 수 있게 해줄까, 어떻게 하면 더 친근하게 지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요. 하지만 더이상 그러지 않습니다. 그저 어떤 사람들은 침묵 하기로, 누군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 했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필요한 환경은 함께 만들 수 있지만, 같은 환경에서의 선택과 결정은 각자의 몫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에게 큰 감사함과 대단함을 느낍니다. 귀찮고 힘든 일인데 더 나은 의견에 목소리를 내고, 불편한 일인데 먼저 안부를 건내며 다른 이들을 먼저 챙기는 사람들을 보면서요. 저도 그런 사람들에게 더 많은 에너지를 쓰기로 결정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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