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마케팅 디자이너가 본 토스 심플리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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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는 내가 디자이너 커리어를 시작할 때 즈음에 생긴 금융 서비스다. 그때 당시 복잡했던 금융앱을 정말 간단하게 만드는 데에 앞장섰던 서비스였다. 토스의 빠른 송금을 처음 접한 순간에 많이 놀란 기억이 있다. 그리고 어느새 토스는 지금 [혁신]의 아이콘이 되어 있다. 더 나은 사용성을 추구하면서 디자인하고, 누구도 해보지 않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볼 때 “어떻게 이런 서비스를 만들었지?” “어떻게 이런 플로우(flow)를 생각했지?” 라면서 놀랐다.


토스에서는 총 4회 심플리시티(Simplicity)라고 온라인 디자인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이 콘퍼런스도 매번 새로운 형태로 진행하던데, 이번 역시 온라인으로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4월 28일에 오픈했지만 휴가와 다른 일정상 정말 너무 늦게 보게 되었다. 대다수가 프로덕트 디자인 관련 이야기라 마케팅 디자이너가 참고할 게 뭐가 있지? 싶겠지만, 모두가 [미래]를 향한 진화를 대비하는 상황에서 혁신의 선두를 달리는 회사의 디자이너들은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많이 늦었지만 보게 되었다.


마케팅 관련된 프로모션, 배너 작업을 전담하는 마케팅 디자이너는 과연 심플리시티에서 어떤 내용에 집중하고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을까? 여러 가지 세션이 있었는데 그중에 인상 깊었던 세션 몇 가지를 골라 얘기해보려 한다.


– 심플리시티 각 세션별 내용이 간단명료해서, 세션별 내용을 요약한다기보다는 주관적인 생각을 적었습니다.

– 해당 글의 이미지는 모두 심플리시티 세션 영상에서 캡처했으며, 모든 권리는 토스에 있습니다.

– 토스 심플리시티의 모든 영상은 이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 https://toss.im/simplicity



아무도 쓰지 않는 디자인 시스템


심플리시티의 모든 세션이 오픈되고 나서 “가장 먼저 봐야겠다!”라고 생각한 세션은 바로 이 세션이었다. 왜냐하면 우리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다들 이 시스템을 쓰지 않는다. 토스 내에서도 디자이너나 개발자가 각자의 다양한 이유로 애써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아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한 것은 [디자인을 넘어서 일하는 방식 자체에 변화를 주는 것]이었다. 개발이 완료되어야 디자인에 쓸 수 있었던 컴포넌트 제작 방식에서 개발을 거치지 않고 컴포넌트를 쓸 수 있게 한 것, 그리고 컴포넌트 배포를 할 때 개별 배포가 아니라 시스템 버전 단위로 배포한 것 등등 디자인을 고민한다기보다는 일하는 방식과 과정을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업무 방식을 함께 개선해야 진짜 효과적인 디자인 시스템을 만든다”. 이 문장이 뼈를 제대로 때린 것이, 이전에 마케팅 디자인 조직에서는 업무 방식을 들어 엎지 못한 채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어 배포할 수 있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A, B, C 조직이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A조직만 디자인 시스템을 사용하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B, C 조직은 디자인 시스템의 원리 및 이를 작동시키는 피그마를 사용하는 것도 힘들어했다.


결국 시스템을 바꾸려면 우리가 그동안 고수해 온 방식 역시 바꿀 수밖에 없다. 회사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제부터 내 과제는 뭐지??라고 생각하면서 혼란스러운 찰나, 나에게 주어진 과제를 진행하려면 [업무 방식을 바꾸는 것]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배운 세션이었다.



토스 그래픽을 3초 만에 그리는 AI


요즘 디자이너에게 가장 핫한 생성형 AI. 이 AI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미지 및 그래픽 만드는 부분이다. 역시 이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토스 역시 자사의 그래픽 에셋들을 AI로 만드는 프로세스를 정립했다. 근데 다른 곳과 다른 점이라면, 토스 자체 툴을 만들어서 이 툴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토스다운 그래픽을 만드는 데에 수많은 질감이 덧입혀진다

그럼 왜 자체 툴을 만들려고 했을까? 어떻게 보면 토스가 [우리 브랜드 핏에 잘 맞는 그래픽]을 더 효율적으로, 잘 만들기 위해서 찾은 해결 방안일 것이다. 흔히들 많이 쓰는 미드저니로 여러 테스트를 해봤지만, 원하는 그래픽을 얻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토스의 그래픽 생성형 AI, [토스트]를 만들게 되었다고 얘기했다. 이 AI에게 토스의 그래픽 스타일을 학습시키기 위해 10,000개의 그래픽 에셋을 만든 것, 그리고 이 에셋을 만드는 데에도 AI를 쓴 것 등등 토스트의 제작기를 이 세션에서 알려줬다.


이 세션을 발표한 고현선 디자이너는 [글로 그래픽을 뚝딱 만들어내는] 워크플로우는 꼭 사용하고 싶었다 한다. 디자이너가 포토샵과 블렌더 등을 3일 넘게 만지작거리면서 만들어내는 그래픽 에셋을(여기에 모션이 더해지면 배로 걸림) 단 몇 초만에 만드니까. 특히나 이 과정으로 일할 경우 개발자, 기획자, 마케터 같은 비디자이너도 쉽게 그래픽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더 나은 그래픽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이 개입해야 한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는 필요 없지 않을까? 비디자이너도 이렇게 그래픽을 쉽게 만드는데? 이 질문에 대한 답변도 인상 깊었다. AI는 학습을 시켜줘야 척척 만들어낸다. AI가 만들어내는 그래픽의 코어는 디자이너가 만든다. 인간의 도움이 없다면 더 나은, 더 진화한 그래픽을 AI가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디자이너는 더 나은 그래픽, 진화한 그래픽을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영역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세션이 끝났다. 여러모로 토스의 [혁신]을 잘 나타낸 세션이었다.



토스가 디자인 툴을 만든 이유


여러 세션을 들어보면, 토스에서는 피그마나 프레이머, 어도비 계열 툴, 미드저니 등 외부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 툴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토스는 왜 업무용 자체 툴을 만든 걸까? 여기서는 위에서 얘기한 그래픽 생성 툴 토스트 말고 프로덕트 디자인 툴인 [데우스]의 탄생 비화를 얘기했다. 


보통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은 피그마를 사용한다. 요즘 들어 프레이머를 사용하는 곳도 종종 보인다. 토스 역시 스케치와 제플린 세트를 지나서 프레이머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했다. (피그마는 스쳐 지나간 듯…?) 아무래도 프레이머가 손쉽게 인터렉션과 프로토타입 등 [실제 개발로 구현한 형태]를 잘 만들어줘서 그럴 것이다. 


토스의 일하는 방식에 적합한 프로그램 찾기 여정

그러나 툴이 완벽할 수는 없다. 다른 툴처럼 프레이머도 한계는 있다. 보통 디자인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하면 디자이너들이 더 좋은 생산성을 위해서 플러그인을 만드는 등 다양한 응용방법을 내놓는다. 근데 프레이머는 이게 안된다. 사실 이 세션을 듣고 처음 알았다. 토스에서는 UX라이팅 교정, 텍스트 프리뷰 등의 생산성 도구를 직접 만들고 있었는데 프레이머는 이런 플러그인을 커스텀할 수 없다. 한마디로 프레이머에서 주어진 기능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그 외의 프레이머가 업데이트되는 사항들은 토스가 추구하는 방향과 멀어지고 있는 것 역시 문제였다. 그래서 자체 디자인 에디터, [데우스]를 만들게 되었다 한다. 


위의 세션에서도 알 수 있듯이 토스는 [일하는 방식]에 진심이다. 불필요한 과정을 최대한 줄이고 누구나 쉽게 일할 수 있게 하는 것. 이 세션에서 연사 디자이너님은 데우스의 기능 중에서 피그마처럼 플러그인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을 정말 잘 쓰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여러 팀에서 필요한 완성도 높은 플러그인들이 많이 만들어졌다고. 



토스는 언제나 새로운 길을 찾는다. 그래서 혁신을 대변하는 기업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 심플리시티도 새로웠다. 보통 이런 디자인 콘퍼런스에는 [디자인]을 고민할 텐데, 이번에는 [일하는 방식]을 디자이너로서 고민하는 여정을 얘기했다. 디자이너로서 더 쉽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디자인한다. 그것이 프로그램을 직접 만드는 일이라도 실행한다. 이렇게 더 잘 일하기 위한 최적화된 방법을 찾는 것도 토스의 혁신으로 향하는 길 중 하나일 것이다.


이번 심플리시티는 세션별 연사님들이 직접 등장한 것이 아니라, 영상이나 음성 모두 AI를 사용했다고 할 정도로 세션 진행방식에서도 새로움을 보여주려는 모습이 보였다. (관련 링크) 이렇게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려면 사람을 설득하는 일이 정말 중요한데, 이 사람 대 사람, 팀 대 팀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부분이 내 기준에는 많이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다. 토스의 [유난한 도전] 책에서는 이러한 여정이 너무 잘 보여서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이다음 세션에서는 그런 과정도 얘기하면 좋을 것 같다.(물론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위에서 내가 꼽은 세션들 외에 UX, 토스다운 그래픽, 디자인 조직에서 일하는 개발자 등 다양한 내용의 세션들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홈페이지에서 세션을 들어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내년에도 심플리시티… 오픈하는 거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토스 관계자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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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원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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