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람들은 그럴듯한 광고 하나에 넘어가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가격이 높은 제품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다른 대안은 없나 검색도 해보고, 유튜버들의 말도 들어보고, 이걸 사면 내 일상이 어떻게 달라질까 상상도 해보며 충분한 시간을 들여 결정을 내리죠.
그 시간을 멍하니 보내면 고객을 놓칩니다.세상에는 우리 말고도 그 고객의 주의를 빼앗고자 하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 우리의 제품 쪽으로 그들을 이끌어야 합니다. 최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는 방식으로요.
고객은 우리 외에도 수많은 메신저들과 매일 마주합니다.
오늘은 고객의 의사결정 과정에 좀 더 깊게 개입해 전환율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긴 설득이나 교육이 필요한 고관여 제품을 판매하고 계신 창업자, 마케터분들이라면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리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시퀀스’란 연속적인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만들어지는 하나의 이야기를 뜻합니다. 고관여 제품을 판매하는 마케터는 고객을 우리 제품까지 이끄는 탄탄한 시퀀스를 설계해야 합니다. 광고를 던져 구매를 권하는 단순한 시퀀스로는 고객의 선택을 받기 어렵습니다. 그들의 고민을 줄여주거나 그 고민의 시간을 함께하는 흐름을 만들어야 합니다.
시퀀스의 길이나 요소는 제품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탈을 줄이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어떤 말로 시선을 사로잡을지, 어떤 대화로 친근감을 쌓을지, 어느 타이밍에 우리의 제안을 던질지 늘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메시지를 배치해야 그들을 무사히 구매까지 끌어당길 수 있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전환율이 높은 시퀀스가 가장 좋은 시퀀스입니다.
B2B 서비스, B2C 제품의 사례를 하나씩 볼까요?
Case1. B2B 서비스 유형
뷰티 브랜드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지원하는 글로브(Glovv)는 고객에게 바로 자신들의 서비스를 이용해 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대한 자신들의 관점을 전하고, 더 효율적인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팁들을 전하는데 기꺼이 광고비를 씁니다.
한 번에 최소 수백만 원 이상의 거래를 하게 될 고객사를 만나기 위해 인상적인 시퀀스를 설계한 것이죠.
글로브의 시퀀스 : 호기심을 자극하는 광고 → 콘텐츠형 랜딩페이지 → PPT 형식의 소개서 → 레퍼런스 모음집을 활용한 잠재고객 수집 (→ 이후 개별 연락을 통한 세일즈)
1.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고민하고 있을 뷰티 브랜드 대표 혹은 마케터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메시지로 그들의 스크롤을 멈춥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후킹 카피 유형 12가지와 50가지 이상의 사례가 궁금하다면 이 글을 참고해 보세요!)
출처 : 메타 광고 라이브러리
2. 링크를 클릭하면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보이지 않는 맞춤형 비공개 랜딩페이지로 연결됩니다. 해당 랜딩페이지에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할 때 생각해야 할 포인트, 더 좋은 업체를 고르는 방법 등 고객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글 콘텐츠 형식으로 전달합니다. (물론, 글로브의 강점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내용의 콘텐츠입니다.)
글로브의 비공개 랜딩페이지
3. 이 내용을 보고도 ‘문의하기’를 누르지 않는 고객들을 위해 랜딩페이지의 맨 마지막 파트에서는 두 가지 새로운 행동을 제안합니다.
1) 소개서 보기
2) 레퍼런스 보기
둘 다 고객 입장에서는 전혀 부담이 없는 행동입니다. ‘소개서 보기’를 클릭하면 PPT 형식의 깔끔한 소개서가 웹에서 나타납니다. 고객이 겪는 문제와 그 해결책이 깔끔하게 정리된 좋은 흐름의 소개서입니다. (일반적인 서비스 소개 랜딩페이지를 제작할 때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네요.)
글로브의 소개서 첫화면
4. ‘레퍼런스 보기’를 클릭하면 다시 한번 고객의 정보를 요구하는 화면이 나옵니다. 레퍼런스 모음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고려하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원하는 정보입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보상을 미끼로 그들과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얻는 것이죠.

이 시퀀스를 모두 거쳐 정보를 제출한 고객은 글로브가 정말 만나고 싶은 잠재고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후 개별 미팅을 통해 세일즈를 진행한다면? 적어도 광고를 통해서만 만난 고객보다는 높은 확률로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
Case2. B2C 제품 유형
생활가전을 판매하는 브랜드 에어메이드는 30만 원 대 청소기 신제품을 위한 시퀀스를 설계했습니다. 정식 공개 전 티징 이벤트를 통해 제품을 미리 선보이고 다양한 론칭 혜택을 약속했죠. 당장 청소기가 필요한 사람뿐 아니라 청소기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다가가 론칭 초기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요.
에어메이드의 시퀀스 : 소식과 혜택을 담은 광고 → 이벤트 랜딩페이지 (쇼핑스토리에 업로드) → 설문 참여 및 공유 유도 → 상세페이지 선공개 (→ 쇼핑라이브를 통한 판매)
1. 멋진 제품 이미지와 신선한 기능을 암시하는 언어(듀얼센싱 AI 무선청소기)를 통해 기대감을 키우는 소재를 제작해 광고를 집행했습니다. 판매 채널, 실제 타깃 고객층을 고려해 광고 채널 역시 네이버를 선택했죠.

2. 링크를 클릭하면 에어메이드 공식 스마트스토어의 쇼핑스토리 탭으로 이동합니다. 이곳에서는 고객을 위해 마련해 둔 이벤트 혜택과 참여방법 등을 상세하게 안내합니다. (*꼭 별도의 웹사이트형 랜딩페이지를 만들지 않아도 이렇게 네이버 쇼핑스토리, 블로그 등의 콘텐츠 채널을 활용해 시퀀스의 일부를 구현할 수도 있습니다.)

3. 이벤트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에어메이드의 기능 중 가장 기대가 되는 기능을 묻는 간단한 설문 조사입니다. 이 설문을 통해 에어메이드는 신제품의 기능들을 자연스럽게 소개하면서 동시에 고객의 니즈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설문 조사도 네이버 폼을 활용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소문내기’ 이벤트입니다. 소셜미디어나 커뮤니티에 해당 이벤트를 공유한 사실을 증명하면 추첨을 통해 상품을 주는 평범한 이벤트죠. 조금 더 재밌는 바이럴 요소를 심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4. 페이지 가장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곧 공개될 신제품의 상세페이지를 미리 볼 수 있습니다. 해당 페이지에서 고객들은 상품에 대한 정보는 물론 공식 판매를 시작하는 라이브 일정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청소기 구매를 고민하던 고객들이 이 시퀀스를 전부 경험한다면? 제품의 기능과 각종 혜택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인지한 상태로 라이브까지 기다렸다가 최종 구매 결정을 내리게 될 겁니다. 광고를 통해 바로 구매를 권할 때보다는 훨씬 더 설득에 유리한 상황에서 라이브 방송을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제품과 서비스의 수준이 비슷하면 사람들은 그 브랜드의 스토리와 소통 방식을 보고 구매 결정을 내립니다.
몇 마디 대화도 나누기 전에 다짜고짜 제품을 사라고 말하는 사람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나 작은 선물을 건네며 매력적인 ‘대화’를 시작하는 사람
비싼 제품을 구매해야 할 상황이 생길 때 우리는 어떤 사람과 더 거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요? 고객도 우리도 결국 다 똑같은 사람입니다. 매력적인 대화를 통해 고객을 끌어당길 수 있는 우리만의 시퀀스를 설계해 보세요.
+1주일에 한 번, 작은 기업을 위한 실전 마케팅 아이디어를 무료로 받아보세요! 마케팅 PT 구독하기
플랜브로 박상훈의 더 많은 콘텐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