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 상품이 될 수 있을까?

요즘 대부분의 여행사 홈페이지에는 ‘자유여행’이라는 메뉴가 있습니다. 이 메뉴에 들어가면, 대개 항공권과 숙소가 결합된 상품이 제시되죠. 시간대, 항공사, 숙소 등 주요 조건을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고, 정해진 일정 없이 개별 이동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자유’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시선은 조금 다릅니다. 상품 구성의 형태는 자유여행일지라도, 그 안에 포함된 서비스는 고객마다 전혀 다르게 상상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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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여행사 홈페이지에는 ‘자유여행’이라는 메뉴가 있습니다. 겉보기에 단순해 보이지만, 이 카테고리 안에는 에어텔 상품부터 개별 항공권, 숙박, 현지 투어, 렌터카 등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혼재해 있습니다. ‘구성의 자유’를 표방한 이 이름 아래, 사실상 여러 가지 형태의 여행이 묶여 팔리고 있는 셈이죠.

하지만 우리는 현장에서 매일 실감합니다. 같은 ‘자유여행’이라는 단어를 두고, 고객과 우리는 전혀 다른 지도를 들고 있다는 사실을요.

“공항에서는 누가 마중 나와주나요?”
“호텔까지는 어떻게 이동하죠?”
“현지 투어 추천 해주세요?”

이런 질문이 쏟아질 때, 우리는 문득 혼잣말처럼 중얼이게 됩니다.
‘자유여행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이 단어는 고객에게는 ‘조언 필요한 상품’이라는 이미지로, 우리에게는 ‘구성을 최소화한 상품’이라는 정의로 쓰입니다. 하지만 양쪽 모두 명확한 경계가 없습니다. 결국 실무자는 그 경계를 설명하고, 설득하고, 때로는 감정까지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 여행사와 고객은 서로 다른 지도를 본다

고객이 ‘자유여행’을 여행사를 통해 선택하는 이유는 어쩌면, OTA나 플랫폼보다 더 나은 안내와 케어를 기대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기대는 상품 설명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고, 결국 실무자에게 해석과 조율의 책임으로 넘어옵니다.

우리의 입장에서 자유여행은 비교적 단순한 구성을 전제로 합니다. 항공과 호텔을 기본으로 하고, 렌터카나 선택형 투어가 옵션으로 들어갑니다. 고객이 직접 일정을 설계하는 것을 전제로 한 구조죠.

그러나 고객의 시선은 다릅니다. 스스로 고른 듯하지만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고, 자유롭게 구성했지만 그 결과를 누군가가 보장해주길 바랍니다. 이 모순된 기대의 틈에서 실무자는 매번 새로운 변수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자유여행임에도 불구하고, 동선을 짜주길 기대하거나, 여행지 간 교통까지 체크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집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자유여행’이라는 말은 상품을 설명하는 개념이 아니라, 그때그때 해석을 요구하는 유동적인 언어에 가깝다는 것을요.


🧩 원석은 누구나 고르지만, 조합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고객은 항공권, 호텔, 현지 투어 같은 단편적인 구성 요소를 직접 선택하며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 조각들이 실제 하나의 여정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일정의 리듬과 지역 간 동선, 교통수단, 도착 시간, 날씨, 관광지 운영 시간 등 수많은 변수들을 고려한 보이지 않는 구조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 일정은 무리가 없는가? 항공과 호텔 간의 연결은 괜찮은가? 도착 시간이 너무 늦은 건 아닌가? 숙소 위치는 현지 투어와 잘 맞물리는가? 고객이 고르지 않은 맥락을 채우고, 선택의 빈틈을 메우는 것, 그 ‘빈틈을 설계하는 능력’이야말로 여행사 실무자의 전문성입니다.

자유여행은 단순한 조합이 아닙니다.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할 때, 비로소 ‘완성된 경험’이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OTA나 플랫폼과 여행사의 본질적인 차이점입니다. 누군가는 선택지를 보여주고 끝나지만, 우리는 그 선택지들이 충돌하지 않도록 연결합니다. 여정을 흐름으로 설계하는 일, 그건 아직 기술만으로 구현되지 않는, 오랫동안 노하우로 축적된 현재의 여행사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 자유여행은 상품이 될 수 있을까?

‘자유여행’이라는 단어는 오랫동안 여행업계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선택의 폭, 자율성, 나만의 일정, 마케팅 언어로는 매력적인 단어입니다.

실무자 시선에서 보면 다릅니다. 이 단어는 설명하지 않으면 오해를 낳고, 안내하지 않으면 컴플레인을 유발합니다. 자유라는 말은 기대를 부풀리지만, 그 안에 포함된 구조는 대개 설명되지 않은 채로 남습니다.

자유여행은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항공권, 호텔, 렌터카를 단순히 조합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완성되는 게 아닙니다.
공항과 호텔 간 이동은 무리 없는지, 숙소 위치와 현지 투어 일정은 충돌하지 않는지, 흐름 전체를 설계하고, 예상되는 문제를 미리 조율하는 과정까지 포함되어야 비로소 하나의 ‘여정’이 됩니다.

겉보기에는 고객이 선택한 조각들처럼 보이지만, 그 선택들이 충돌하지 않고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가이드라인이 설계되어 있을 때, 비로소 자유는 단순한 구성의 자유를 넘어 ‘경험의 완성’이 됩니다.

그리고 그 ‘느낌’과 ‘결과’를 동시에 설계할 수 있을 때, 자유여행은 단지 옵션을 나열하는 OTA나 플랫폼의 상품이 아니라, 흐름을 설계하는 여행사의 결정적 전문성이 되지 않을까요?


이제 우리는 단순히 상품을 구성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어떻게 설명하고 어떤 언어로 고객과 소통할지 함께 설계해야 할 때입니다. 단어 하나가 여행의 흐름을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깊은 오해를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죠.

자유여행이라는 말은 결국 ‘나만의 방식으로 여행하고 싶다’는 니즈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그 ‘자유’가 ‘상품’이라는 틀 안에 들어오는 순간, 고객의 기대와 현실, 선택과 책임, 안내와 오해가 복잡하게 뒤엉키기 시작합니다. 이 모순을 우리는 더 이상 해명하거나 방어하는 입장에서 마주해선 안 됩니다.

우리는 여행의 ‘설계자’이자 고객의 니즈를 ‘번역하는 사람’으로서, 언어와 구조 사이의 틈을 메워야 합니다. 구조를 짜되 강요하지 않고, 자유를 보장하되 방임하지 않으며, 고객의 선택을 존중하되 흐름을 설계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다시 써야 할 ‘자유여행’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정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미지 소스 출처: Unsplash
쥰쓰
글쓴이

쥰쓰

여행의 낭만보다, 여행을 파는 현실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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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원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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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ought on “자유여행, 상품이 될 수 있을까?

  1. 588

    읽고보니 여행사 입장에서 자유여행은 정말 난이도가 높은 상품이네요. 개인적으로는 도전과 실패 모두 의미있게 여길 수 있는 여행 방법이 자유여행이라고 생각했지만(그걸 강요 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상품으로써 생각해보니 정말 디테일 하게 고객 관점으로 만들어야하는 분야 같습니다. 좋은 인사이트 얻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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쥰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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