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하기 어려운 마케팅 디자인 시스템

25
0

작년 3월, 처음으로 마케팅 디자인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라이브러리를 배포했다. 쿠폰, 상품호출, 정보영역 등등 정말 중요한 큰 것부터 자잘한 것까지 마스터 컴포넌트화를 시키고 디자이너/마케터에게 안내했다. 중간중간에 예외 케이스들을 대응하거나, 새로운 케이스를 추가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가 만든 라이브러리가 잘 운영되는 줄 알았다.

어느 날, 타 디자인팀 조직장 A님과 쿠폰에 대해서 얘기하다가 이런 얘기를 들었다.

“쿠폰 가이드가 너무 빡빡해요. 안 되는 것도 너무 많고… 계속해서 새로운 쿠폰방식, 페이지 쿠폰 전개가 달라지는데 이런 기획이랑 쿠폰 컴포넌트를 맞추려다 보니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에 시간을 너무 써요. 이런 시간을 줄이게끔 가이드를 좀 열어주시면 안 될까요? 그리고…(중략)”

A님의 말을 요약하자면 [쿠폰 가이드가 현재 너무 빡빡해서 마케터와 디자이너가 커뮤니케이션하는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작업시간을 줄여줘야 하는 라이브러리가 오히려 작업 시간을 더 늘리고 있는 꼴이 되었다.


기존의 마케팅 디자인 시스템은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라이브러리에서 어떤 부분이 그들을 일하기 어렵게 했을까. 종합적으로 얘기하자면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라이브러리의 목표는 실제로 사용했을 때의 환경과 괴리감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라이브러리의 목표>

– 디자인의 일관성 : 수많은 디자이너가 1주일에 수십 개의 페이지를 생성할 때, 같은 쿠폰 + 같은 상품전시 + 같은 버튼 디자인으로 만들어야 한다.

– 마케터가 쓸 수 있는 라이브러리 : 디자이너의 손을 거치지 않더라도 마케터가 에셋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 정교하고 명확한 가이드 : 그동안 “왜 이 내용은 가이드에 없어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내용을 가이드에 담고, 에셋 프로퍼티(property)에도 적용한다.

이 2가지가 가장 컸는데,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가이드를 꽤 자세하게 적어야 했다. 특히 디자인 경험이 없는 마케터의 요구를 컨트롤하려면 가이드가 더 빡빡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건 정말로 안된다!라고 해야 그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라이브러리의 목표… 의 현실판>

– 디자인의 일관성 -> 큰 틀에서의 일관성은 유지되었으나… 가이드에 맞지 않는 디자인이 계속 만들어졌다. 쿠폰 디자인을 단순 혜택 리스트로 사용한다든지, 버튼의 라운드 값을 전혀 지키지 않는다든지 등등.

– 마케터가 쓸 수 있는 라이브러리 -> 마케터가 에셋을 수정하더라도, 잘못 수정하거나 추출하는 것을 우려한 디자이너들이 결국 확인 후 추출해 주는… 어차피 디자이너가 다시 봐줘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 정교하고 명확한 가이드 -> 오히려 가이드가 너무 빡빡해서 디자이너나 마케터에게 “이거 왜 안돼요? 되게 해 줘요 ㅠㅠ”라는 말을 더 많이 듣는다. (심지어 그 사유가 너무나도 납득이 돼서 더 눈물 남)

하지만 이것이 족쇄가 될 줄이야. 앞서 여러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라이브러리 배포와 동시에 가이드를 열어달라는 요구도 엄청나게 많았고(참고 글 : 디자인 가이드의 딜레마), 사업 방향이 너무 빠르게 변하면서 라이브러리로 고정시켰던 에셋 디자인은 어느새 구버전이 되었다. 라이브러리에 없는 디자인(새로운 케이스 대응한 쿠폰이나 버튼 등)을 더 많이 쓰기 시작했고, 사실상 라이브러리의 가이드는 거의 무용지물이 되어갔다.


사용하기 쉬운 라이브러리로 바꾸기 위한 목표

그래서 나는 지금 디자이너들이 사용하기 어려워하는 이 라이브러리를 개편하고 있다. 다들 공통적으로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외치는 내용을 반영하고, 쓸데없는 내용이나 기능은 과감히 빼고… 에셋들 중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쿠폰]을 개편 중인데, 이 개편을 진행하면서 잡은 목표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이번 개편에서는 [생산성]에 집중한다. 즉, 디자이너가 빠르게 이 쿠폰 에셋으로 페이지를 만들 수 있게 한다. 초반에서 말한 것처럼 지금까지 쿠폰을 쓰는 데에 이 가이드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얘기가 많이 들렸다. 이런 상황 때문에 작업 시간도 오래 걸리고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 생산성에 걸림돌이 되는 것들은 최대한 간소화하거나 삭제하려고 한다.

둘째, 생산성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빡빡한 가이드를 많이 오픈한다. 사실 그동안 라이브러리를 운영하면서 “이 가이드 때문에 안됩니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가능한 부분인데도 디자이너들이 안 되는 줄 알고 물어보는 경우도 많았다. 아마 디자이너나 마케터들은 이 엄청난 가이드를 보고 [안 되는 게 더 많나 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케이스를 커버할 수 있는 가이드로 열어놓으려 한다. 단,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항들은 제외하고.

셋째, 디자이너가 해당 에셋을 활용하는 것은 어느 정도 열어 놓는다. 위의 두 번째와 결이 비슷한데. 마케팅 디자인에서는 너무 변수가 많다. 내가 정한 바운더리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이 바운더리에서 벗어나면 디자이너들이 다 안 되는 줄 알고 나를 찾는다. 그러면 이 대응을 하는 내 업무 시간도…(눈물) 그래서 앞으로 개편할 쿠폰에서는 디자이너가 텍스트 기재나 컬러 변경이라도 어느 정도 가능하게끔 열어놓으려 한다.


라이브러리를 없애지 않고 [개편]하는 이유

혹자는 그런 얘기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용하기 불편하다고 하면, 마케팅 디자인에서 [라이브러리]라는 것을 없애고 그냥 더 쉬운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 부분은 나도 많은 고민을 했다. 내가 만들고 운영한 라이브러리가 너무 아까워서 붙잡고 있는 게 아닐까? 더 나은 방안이 있는데 내가 일부러 흐린 눈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한다. 아마 지금도 몇몇 회사들은 챗GPT 등을 이용해서 페이지나 배너를 몇 번의 클릭만으로 자동생성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것도 가능하다면 너무 좋겠지만! 이런 게 가능하게 하려면 AI에게 학습시킬 코어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라이브러리가 해줄 것이다.

그리고 라이브러리를 없애기에는 이미 많은 곳에서 이 에셋을 잘 쓰고 있다. 물론 절반 이상의 디자이너와 마케터가 피그마 사용 실력이 초보 단계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에셋을 잘 쓰려고 노력하고 피그마를 배우려고 한다. 그래서 여기에 가능성을 보고 라이브러리를 좀 더 운영해 보려고 한다. 대신 이 라이브러리의 사용성을 더 좋게 만들어야겠지.

브런치 글 이미지 1

라이브러리를 처음 만들고 운영해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생각보다 내 뜻대로 마케팅 디자인이 컨트롤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다소 엄격하게 에셋 가이드와 정책을 운영해야 잘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배웠다. 그리고 빠른 사업과 트렌드의 변화로 이제 막 배포한 에셋이나 가이드는 몇 주 후 바로 구버전 가이드가 되기도 한다. 생산성, 그리고 유동적인 에셋 버전 관리를 위해서 개편을 진행하고 있는데, 과연 추후에 개편될 쿠폰은 이전보다 사용성이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쿠폰 에셋 업데이트에 대한 내용은 나중에 또 글로 풀어보겠습니다)

에디터의 더 많은 인사이트 보러가기 : https://brunch.co.kr/@designerhyo

위픽레터 구독 가입하기
HYO
글쓴이

HYO

마케터와 제일 가까이서, 제일 오래 함께 일한 디자이너입니다.

큐레이션된 정보를 전달드립니다. 

합격보상금 100만원

[인아웃] 퍼포먼스/그로스 마케터

마이노멀컴퍼니

상시

합격보상금 100만원

퍼포먼스 마케터

넥스트플레이어

상시

합격보상금 100만원

[미디어커머스] 컨텐츠 총괄 팀장

테라퓨젠바이오

상시

합격보상금 100만원

[인턴] [음료사업본부] 클룹(CLOOP) 콘텐츠 마케터 (연계형)

이그니스

2025-08-25

합격보상금 100만원

[Braye] 일본 마케터

이그니스

2025-08-25

합격보상금 100만원

[음료사업본부] 클룹(CLOOP) 신규 브랜드 마케터

이그니스

2025-08-25

출처: 원티드

답글 남기기

브런치프로필 - hyo jin Kwon

HYO

다른 아티클 보기

디자이너의 소프트 스킬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이너

커머스 빅 세일 프로모션 페이지 구경해 보기

아직 구독 전이신가요?
구독하고 더 많은 콘텐츠를 확인해보세요.

이름/회사명

마케터에게 제안하기

마케팅, 강연, 출판, 프로젝트 제안을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