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사진 출처 : 밀라노 코르티나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https://www.olympics.com/ko/milano-cortina-2026/news/team-korea-day-by-day-highlights)


한국 시간 2월 5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에서 동계올림픽이 진행 중이다. 첫 설상 메달 소식과 그 외의 다양한 올림픽 소식이 지구 건너편에서 들려오고 있다.


마케팅 디자이너 14년 차. 지금까지 일해오면서 경험한 국제 스포츠 행사는 월드컵, 동/하계 올림픽, 아시안게임 모두 합쳐서 13번이다. 음식 배달 플랫폼에서 일하면서 그동안 이 행사들이 엄청난 대목임을 체감했다. 사람들은 경기를 볼 때 같이 먹을 음식이나 주류를 구매했고, 식음료 브랜드들과 관련 서비스들은 이에 맞춰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경기 결과에 따라서 이벤트 기획은 계속해서 바뀌었고, 일정이 바뀌면 그 일정대로 디자인을 조정하느라 매번 항시대기조로 있던 기억이 난다.


이번 글은 동계올림픽 시즌을 지나오면서 내가 그동안 국제 스포츠 대회 시즌의 경험 썰(한마디로 라떼 이야기)을 풀어보면서, 현재는 흐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아주 개인적인 생각을 풀어보고자 한다.



올림픽/월드컵/아시안게임 시즌 중의 디자이너(feat. 라떼 이야기)


배달 플랫폼 서비스 디자이너인 만큼, 스포츠 경기에서 매출이 올라가는 이 패턴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음식 배달에서는 월드컵을 가장 중요한 시즌으로 봤다. 매번 축구 국대 평가전이나 월드컵, 심지어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의 축구 경기 일정은 꼭 챙겼다. 그 외에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종합 스포츠 국제 대회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이 큰 경기들(축구, 야구, LOL 등)을 별도로 리스트업 해서 모니터링했다. 이 때문에 이 시즌 동안 긴급/상시 요청은 항상 많이 들어왔다. (그때 당시 급하게 디자인 요청 주느라 디자이너들을 어르고 달랜 마케터 분이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 ㅠㅠ)


나는 이런 긴급 업무를 버거워하면서도, 이런 국제 시즌 대응을 은근히 즐겼다. 약간의 국뽕(?)과 스포츠 특유의 역동성을 체감할 수 있어서랄까? 프로 스포츠를 그다지 즐기지 않았던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스포츠 국가대항전이 훨씬 도파민이 도는 순간이었다. 국민 모두를 하나로 묶는 기간이고, 참가 선수들이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노력해서 결실을 맺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기간이니까. 그리고 항상 해오던 프로모션들이 아닌 다른 방식의 프로모션 페이지를 만들 수 있어서 그 재미도 쏠쏠했다. (물론 야근은 디폴트^^)


2020년대 이후로는 디자인이 많이 심플해졌다 (도쿄 올림픽, 카타르 월드컵, 베이징 동계올림픽)

2020년대 이후로는 디자인이 많이 심플해졌다 (도쿄 올림픽, 카타르 월드컵, 베이징 동계올림픽)

디자이너의 입장으로 본다면 이 시즌 동안에는 스포츠 특유의 디자인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내가 가장 많이 보는 곳은 네이버 스포츠의 올림픽/월드컵/아시안게임 사이트였다. 네이버는 우리나라 최대의 포털 서비스인 만큼 매 대회마다 단독 페이지를 제작하는데, 매번 다르게 디자인하는 것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매번 대회 시즌마다 메인 그래픽과 종목별, 일정별, 선수별 정보를 어떻게 보여주는지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래픽, UI/UX 모두 참고할 만한 디자인들이 많았다.(이전 파리올림픽의 네이버, 다음-카카오 페이지 비교 아티클 참고 : https://designcompass.org/2024/07/30/paris-olympic-naver-kakao/)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작업한 키비주얼/배너. 월드컵 대신 세계축구대회라는 대체어를 사용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작업한 키비주얼/배너. 월드컵 대신 세계축구대회라는 대체어를 사용했다

왜 이런 것에 눈이 갈까 생각해 봤을 때, 우리나라의 국제 스포츠 대회 시즌에서 디자인으로 그 뉘앙스를 풍기기 정말 힘들다. 특히 국제 스포츠 대회는 공식 스폰서가 아닌 서비스들은 그 명칭이나 심벌을 쓸 수 없어서 더 힘들다. 그렇게 차선(?)으로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은 바로 붉은 유니폼 컬러다. 2002 월드컵 이후로 국가대표 응원을 상징하는 그 색. 아마 이 시즌 동안 레드 컬러는 가장 많이 쓰일 것이다. 그 외에도 키비주얼에도 레드 컬러를 넣을 것이냐 경기장 이미지를 배경으로 깔 것이냐 등등의 고민이 많았다. 공식 유니폼을 못 쓰게 하기도 해서 비주얼 제작할 때 이런 제재를 어떻게 피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이 시즌에는 단순히 할인을 제공할 수도 있지만, 쿠폰 뽑기나 승부예측 같은 이벤트들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경우 개발자와 협업을 해야 해서 평소보다 디자인 일정을 더 잡고 고민을 많이 했다. 한번 이 고난을 경험하고 나서 그 이후로는 매번 스포츠 경기마다 이런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이 보인다면 바로 캡처하는 버릇이 생겼다. 언제든지 참고할 수 있도록 아카이빙 하는 습관을 만든 것이다.


일적으로 긴급 업무와 많은 고민을 안긴 시즌이었지만, 추억도 있었다. 시차가 반대인 나라에서 대회를 진행하면 보통 밤 시간에 경기를 진행하는데, 회사에 직원이 몇 없던 시절에 다 같이 야근하면서 경기 중계를 같이 보던 추억도 있다. 네이버 중계 영상 송출 속도가 가장 빠른 컴퓨터에 중계를 틀어놓고 일하면서 응원하던 시절, 준결승-결승을 거쳐 메달을 땄을 때 다들 함께 좋아했던(그 와중에 일은 하던) 기억은 회사에서의 좋은 기억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디자이너가 바라본

현재 시점의 국제 대회 관심도(+마케팅 주목도)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서,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년 파리올림픽을 거쳐 현재 밀라노 동계올림픽을 봤을 때 사람들의 국제 대회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시안게임의 e-스포츠(특히 LOL) 도입과 취약 종목에서의 선전 같은 국가적인 주목도가 올라가는 순간은 있었지만 이전만큼 다들 환호하진 않는 것 같다.


이런 흐름은 당연히 마케팅으로도 이어지고, 동시에 마케팅 디자인으로도 이어진다. 현재 우리 서비스에서도 해당 국제 대회 타깃의 이벤트를 중요하게 보지 않고, 항상 대회별 페이지를 만드는 네이버도 파리 올림픽 이후로는 페이지 디자인이 많이 심플해졌다. 디자인 기조의 변화(비주얼로 주목도를 이끄는 것이 아닌 최대한 심플하게 디자인하고 운영효율을 높이는)도 있겠지만 아마 이 스포츠 시즌을 다른 이슈 등에 비해 중요하게 보지 않는 것도 있을 것이다.


매 시즌마다 올림픽 관심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출처 : B주류경제학 https://www.youtube.com/watch?v=aWjtq6I-JPE)

매 시즌마다 올림픽 관심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출처 : B주류경제학 https://www.youtube.com/watch?v=aWjtq6I-JPE)

올림픽 시즌답게 많은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는데, 내 알고리즘에는 올림픽의 주목도가 왜 예전 같지 않은지에 대한 콘텐츠가 더 많이 뜨고 있다. (특히 B주류경제학 영상이 잘 정리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보는 것을 추천!) 코로나 시국 이후로 소비 패턴이 이전과 달라지면서 그에 따른 주목도가 떨어졌다는 의견도 있고, OTT 시청이 늘고 지상파 TV 시청이 줄어들면서 중계를 더 보지 않게 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거기에 이번 동계올림픽은 JTBC 독점 중계권의 함정이 생기면서 더더욱 관심도가 떨어진 거라고 생각한다.


당장 나 자신을 보더라도 집에 TV가 없기 때문에 중계를 볼 수 없다. 평소 뉴스는 지상파 3사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접하는 내 입장에서는 올림픽 하이라이트 영상을 볼 수 없다.(JTBC 유튜브도 있긴 하지만 눈이 안 간달까요..?) 물론 경기 중계 외에도 올림픽 개최지의 이야기, 그리고 참가 선수들의 서사들을 보고 싶은 게 더 크긴 하지만, 이조차도 많이 줄어든 것 같다.(그나마 인스타 매거진을 통해 소식을 듣는 중) 이전의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에서는 지상파 3사의 다양한 관련 콘텐츠를 돌아가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 재미마저 없으니 너무 아쉽다.


올해 개최 예정인 국제 스포츠 대회 라인업(2026 WBC, 2026 북중미 월드컵,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올해 개최 예정인 국제 스포츠 대회 라인업(2026 WBC, 2026 북중미 월드컵,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이전에 특히나 좋아했던 국제 대회 대응 디자인, 그리고 이 대회들에 대한 관심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어서 아쉬움만 남는 요즘이다. 올해 국제 대회가 유독 많은데, 앞으로 WBC, 북중미 월드컵, 나고야 아시안게임 3개가 더 남아 있다. 이 3개의 시즌마다 특별 이벤트를 할 수는 없지만, 이 중 한두 시즌이라도 국제 스포츠 대회 시즌 특유의 파이팅과 환희만큼은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WBC와 월드컵에서만큼은 관심이 올라가지 않을까?)




(여담으로 제가 최근 인상 깊게 본 국제 대회 장면은 2024 파리올림픽 유도 단체전 동메달 경기였습니다)

(밀라노 동계올림픽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모든 선수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