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에서 이런 신호가 감지된다면 지금은 더 좋은 마케팅 전략이나 대행사를 찾을 때가 아닙니다.
- 광고나 프로모션,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돈을 쓰지 않으면 구매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지출이 멈추면 매출도 멈춘다.) - 우리 제품의 강점을 ‘알리는 것’을 넘어 ‘설득’을 해야 겨우 구매가 일어난다.
(지출 대비 효율마저 좋지 않다.) - 제품을 써본 사람들이 ‘좋아요’ 정도의 리뷰만 달거나 아예 달지 않는다.
(당연히 재구매도 거의 없다.) - 어그로, 후킹을 억지로라도 짜내야만 겨우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
(그래도 전환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대부분 ‘제품’에 있습니다. 다음 두 가지 경우 중 하나에 해당되면 마케팅과 무관하게 사업은 결국 실패합니다.
1) 사람들이 별로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든 경우
2) 사람들이 원하지만 거대한 경쟁사들과 비슷한 제품을 만든 경우
제품을 론칭한 후 압도적인 속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가지 영역에서 시장 내 유일한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이런 제품을 만들면 마케팅 과정에서의 치열한 경쟁이나 설득, 과장, 후킹 아이디어 등이 큰 의미가 없어집니다.
- 우리의 강점을 사실대로 말하면 그게 후킹이 됩니다.
- 비교가 되는 다른 브랜드 제품이 없기 때문에 전환율도 높아집니다.
- 입소문과 추천 등으로 비용 대비 훨씬 더 큰 성과를 얻게 됩니다.
오늘은 최근 출시된 두 개의 신제품 사례를 통해 ‘마케팅 경쟁을 초월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어보겠습니다.
바로 시작해 볼까요?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실수를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레드오션에 들어가는 겁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돈을 쓰고 있는 시장, 큰 매출을 일으키는 몇몇 거대한 브랜드들이 존재하는 시장에 들어가야 합니다. 경쟁자가 없는 시장은 그만큼 사람들의 수요도 없는 시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빠른 성장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이미 많은 경쟁자들이 만들어놓은 고정관념을 부수면서 ‘더 나은 제품’이 아닌 아예 다른 제품을 만드는 겁니다.
1. 레드오션 시장의 리더들이 만들어놓은 ‘당연한 것들’을 찾습니다.
-다수의 경쟁자들이 따르는 것들이면 더 좋습니다.
2. 그 ‘당연한 것들’ 중 일부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상충되는 것을 찾습니다.
-이 ‘일부’의 크기가 우리의 초기 시장 크기가 됩니다.
3. 정확히 그 문제(=재정의된 문제)를 해결하는 ‘다른’ 제품을 내놓습니다.
-경우에 따라 시장 검증을 통해 문제와 솔루션을 사전에 검증해 볼 수도 있습니다.
4.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말을 핵심 메시지로 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실행합니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말은 창의적인 마케팅 아이디어들로 이어집니다.
제가 소개하는 사례를 읽어보시기 전에, 여러분이 다음 두 시장에서 발견한 ‘당연한 것들’을 먼저 찾아보세요.
- 자동차
- 안마의자
두 시장 모두 이미 레드오션인 시장입니다. 몇몇 거대 브랜드들과 후발주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죠. 그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중 일부 고객들은 전혀 원하지도 않고, 만족하지도 않는 것은 없나요?
고객의 선택권을 돌려준 자동차 브랜드 [슬레이트(Slate)]
미국의 전기트럭 브랜드 [슬레이트]가 본 자동차 시장은 너무나도 불합리했습니다. 돈을 지불하는 고객의 선택권을 기업들이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시장에서 고객의 선택지는 모두 기업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기업이 나눈 몇 가지 트림, 그 트림에 묶어둔 옵션과 추가 옵션을 고객이 고르는 식이죠. 내가 프리미엄 스피커를 원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트림에 그 옵션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 비용을 무조건 지불해야 하는 겁니다.
- 재정의된 문제 :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기업이 제한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슬레이트는 완벽하게 커스텀이 가능한 합리적인 가격의 전기 트럭을 출시합니다. 모듈화 된 부품을 통해 완성되는 이 트럭은 오로지 고객의 선택에 의해 완성됩니다. 외형부터 안에 들어가는 세부 기능까지 딱 원하는 만큼만 고르고 그에 맞는 비용만 지불하면 되죠.
평균 신차 가격이 5만 달러(약 7,000만 원) 수준인 미국에서 이 전기트럭의 평균 가격은 약 3만 달러(약 4,000만 원)에 불과합니다. 합리적인 가격과 실용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소비자들에게 슬레이트는 유일한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안마를 위해 필요했던 별도의 공간을 제거한 [풀리오]
다양한 소형 안마기기를 판매하는 국내 브랜드 [풀리오]가 최근 신제품으로 안마의자를 출시했습니다. 풀리오는 일반적인 안마의자 브랜드들이 추구하는 이미지인 ‘프리미엄’을 오히려 ‘비효율적인 것’으로 보았습니다. 고가의 안마기는 뛰어난 기능만큼 덩치가 큽니다. 아주 넓은 집에 사는 고객이 아니라면 부담을 느낄 만큼 많은 공간을 차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 재정의된 문제 : 안마의자를 위해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풀리오는 사무용 의자에 안마 기능을 넣어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평소에는 사무용 의자로 사용하다가, 안마가 필요할 때는 버튼을 눌러 안마를 즐길 수 있죠. 리클라이너 기능과 발 받침대 등을 추가해 안마의자에서의 휴식과 최대한 비슷한 경험을 구현했습니다.
물론 이 의자가 완벽하게 안마의자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업무 중에도 잠시나마 안마를 받으며 휴식을 취하고 싶어 하는 분들, 기존 안마의자의 가격과 부피가 부담이 되었던 분들에게는 최고이자 유일한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안마의자 시장 내에서 일부 고객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독보적인 존재가 되는 겁니다.
제품이 남다르면 마케팅도 남다른 마케팅이 됩니다. 시장에서 ‘오직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말’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슬레이트는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인 ‘커스텀’을 마케팅에 그대로 적용합니다. 일반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이 화려한 행사장에서 신차를 발표하는 것과 달리, 슬레이트는 LA 길거리 곳곳에 5대의 커스텀 차량을 주차해 두며 큰 이목을 끌었습니다. 사람들은 독특한 디자인의 커스텀 차량에 관심을 가졌고, 인플루언서들과 기자들이 자발적으로 이를 공유하며 빠른 속도로 바이럴이 됩니다.
풀리오 역시 제품의 핵심 소구를 ‘업무와 휴식을 동시에’라는 메시지로 풀어내 디지털 광고와 TV CF로 내보냈습니다. 오직 자신들만이 할 수 있는 말을 창의적인 방식으로 전하며 빠르게 대세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남들과 ‘다른’ 존재가 되면 다른 브랜드를 비방하거나 그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습니다. 각자 다른 고객에게 도움을 주며 함께 공존할 수 있죠. 테슬라나 BMW를 선택하는 사람이 슬레이트를 선택하는 사람보다 차를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가치관이 다를 뿐입니다. 바디프렌드나 코지마 안마의자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풀리오를 선택하는 사람들보다 덜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추구하는 스타일이 다를 뿐입니다.
우리만의 고객이 간절히 원하는 제품을 만들고 그들에게 가장 확실하게 와닿을 수 있는 마케팅 메시지를 던져보세요. 이미 충분한 수요가 형성된 시장에서는 경쟁이나 승리보다 ‘다양성’과 ‘상생’이 훨씬 더 많은 이점을 가져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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