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가 ‘OS’를 수출한다는 것의 진짜 의미🧐

“여행사는 곧 사라질 산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로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하고, 인공지능이 최적의 동선을 짜주는 시대. 거대한 자본과 기술로 무장한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 공룡들 앞에서, 전통적인 여행사의 역할은 점점 희미해지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여기, 그 거인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싸움을 준비하는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하나투어는 단순히 ‘여행 상품’을 파는 것을 넘어, 수십 년간 축적한 상품 기획력과 운영 노하우 전체를 하나의 ‘운영체제(OS)’로 만들어 수출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닙니다. 경쟁의 판을 바꾸는 ‘관점의 전환’입니다. 하나투어는 어떻게 스스로를 ‘여행 상품 판매자’에서 ‘여행 솔루션 설계자’로 재정의하고 있을까요? 이들의 생존 전략 속에서 우리는 미래 여행의 패러다임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제품이 아니라 ‘설계도’를 팝니다

하나투어가 수출하려는 것의 핵심은 ‘K-패키지’ 상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상품을 만들어내는 시스템, 즉 ‘K-트래블 솔루션’입니다.

과거 한국식 패키지여행의 강점은 명확했습니다. 짧은 휴가 동안 핵심만 둘러보는 압축적 효율성, ‘가성비’ 높은 콘텐츠, 그리고 SNS 명소를 꿰뚫는 감각적 동선 설계.

이 모든 것은 다른 나라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정교하고 디테일한 ‘일정 기획력’ 덕분이었습니다.

하나투어는 바로 이 ‘기획력’이라는 무형자산을 이제 유형의 ‘솔루션’으로 만든 것입니다. 마치 숙련된 게임 개발자가 유저의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레벨을 설계하듯, 소비자의 관심사에 맞춰 여행을 촘촘하게 엮어내는 능력. ‘전문가 동반 트레킹’, ‘2030 밍글링 투어’처럼 시장의 수요를 정확히 읽고 만들어낸 히트 상품들이 바로 이 설계 능력의 증거입니다. 이제 이 설계도 자체를 해외 시장에 판매하겠다는 것이죠.

💼 복제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든 노하우

그런데 이 모든 기획력과 노하우를 어떻게 ‘수출 가능한’ 형태로 만들 수 있을까요? 바로 시스템화에 답이 있습니다.

하나투어는 최근 AI 기반 일정 설계 툴과 대화형 상담 시스템 ‘하이(H-AI)’ 등을 도입해 상품 기획부터 응대까지 여행 전 과정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며, 숙련된 기획자의 노하우를 디지털 프로세스로 구현했습니다. 이제 ‘몽골 유목 체험’이나 ‘밍글링 투어’ 같은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는 기획 방법론이 단순한 개인 역량이 아니라, 표준화된 솔루션이 된 것입니다.

“기계가 효율을 만든다면, 사람은 설렘을 설계합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섬세한 여행 기획 DNA를 전 세계 어디서든 재현할 수 있는 ‘복제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바로 K-트래블 솔루션이 단순한 상품 수출과 구별되는 지점입니다.

🧭 ‘정방향’으로 길을 내다: 콘텐츠 위에 기술을 더하는 법

하나투어의 전략은 중국의 트립닷컴 같은 글로벌 OTA와 흥미로운 대조를 이룹니다. 기술 플랫폼으로 시작해 오프라인 여행사를 인수하며 콘텐츠를 보강하는 것이 트립닷컴의 ‘역방향 전략’이라면, 하나투어는 정반대의 길을 갑니다.

수십 년간 쌓아온 기획력과 콘텐츠라는 단단한 기반 위에 기술이라는 건물을 올리는 ‘정방향 전략’을 구사하는 것입니다.

첫 공략지로 한국보다 4배 큰 동남아 시장을 정하고, 현지 파트너사와의 협력(JV)이나 M&A를 통해 진출하는 방식이 이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현지의 고객과 영업망에 하나투어의 ‘K-트래블 솔루션’이라는 강력한 엔진을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는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입니다.

🌍 여행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OS 설계자’로 진화할 뿐이다

하나투어의 과감한 실험은 여행 산업의 경쟁 패러다임이 ‘누가 더 싸게 파는가’의 싸움에서 ‘누가 더 대체 불가능한 여행 운영체제(OS)를 설계하는가’의 싸움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K-트래블 솔루션이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문화적 차이, 현지 규제 등 수많은 과제가 남아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전통 여행사가 더 이상 예약 대행자가 아니라 콘텐츠 기획자, 경험 디자이너, 그리고 글로벌 솔루션 제공자로 진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여행이란 잘 짜인 정보의 집합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시간을 가장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섬세한 ‘설계의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이미지출처: 썸네일(AI생성), 본문(하나투어,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