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은 점점 더 많은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검색은 빨라졌고, 가격 비교는 정교해졌으며, 쿠폰은 촘촘해졌습니다. 그렇다면 그만큼 우리가 플랫폼에 머무는 이유도 분명해졌을까요? 숙소 예약 앱은 많아졌지만, 기억에 남는 여행의 시작은 오히려 희미해졌습니다. 플랫폼은 ‘필요할 때 잠깐 사용하는 도구’로 남았고, 그 이상으로 관계를 맺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지점에서 여기어때의 선택은 다르게 보입니다. 여기어때는 연애 리얼리티 <72시간 소개팅>을 기획했지만, 그 콘텐츠를 자기 앱 안에 가두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쌓이기 시작한 순간

‘72시간 소개팅’은 빠르지 않습니다. 자극적인 장면을 전면에 내세우지도 않습니다. 처음 만난 두 사람이 낯선 도시에서 3일을 함께 보내는 과정을 중간을 생략하지 않고 따라갑니다. 이 콘텐츠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사건이 벌어졌는지가 아니라, 시간이 어떻게 축적되는가입니다.

72시간이라는 설정은 단순히 길어서 의미가 생긴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시간이 줄어들수록 감정이 또렷해진다는 구조가 콘텐츠 전체의 몰입도를 만들었습니다. 숏폼 시대에 모두가 1분 안에 시선을 붙잡으려 할 때, 여기어때는 시간이 지나며 마음이 깊어지는 과정을 그대로 남기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는 하나의 연출이라기보다 브랜드가 선택한 태도에 가깝습니다.

감정이 드러나는 조건: 설명보다 ‘환경’

이 프로그램에서 숙소는 적극적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도시 역시 관광 정보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대신 남는 것은 걷는 속도가 느려지는 순간, 대화가 끊기는 저녁, 관계의 온도가 달라지는 장면들입니다.

여기어때는 “이 숙소가 좋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런 시간이 가능하다는 환경을 보여줍니다. 사람의 감정은 설명보다 환경에 반응합니다. 어떤 공간에서, 어떤 리듬으로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사람의 결은 다르게 드러납니다. 이 콘텐츠는 상품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경험의 공기를 설계합니다.

왜 이 콘텐츠는 앱에 없는가: ‘물러남’의 미학

이 선택의 핵심은 이 콘텐츠가 ‘때때때 TTT’라는 별도의 유튜브 채널에서 운영된다는 점입니다. 여기어때는 이 이야기를 앱 체류 시간을 늘리거나 당장의 예약 전환을 이끌어내는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지도 않았습니다.

콘텐츠를 소유하는 대신, 한 발 물러나 이야기가 스스로 흘러가게 두었습니다. 이 거리는 중요합니다. 콘텐츠가 브랜드의 소유물이 되는 순간, 이야기는 기능에 종속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여기어때는 성과가 가장 빠르게 보이는 길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측정이 쉬운 자리에서 의도적으로 물러선 선택이었습니다.

기술은 빠르게 평준화됩니다. 가격은 결국 비교됩니다. 그 이후에 남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이 플랫폼은 사용자의 시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여기어때는 숙소 예약 앱이라는 정체성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위에 기억될 수 있는 장면 하나를 더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장면은 앱 안이 아니라, 앱 밖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플랫폼의 다음 경쟁력은 더 많은 기능이 아니라, 사용자의 삶에 서사를 입히기 위해 어디까지 물러설 수 있는가에 달려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지출처: 썸네일, 본문 <때때때 T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