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 이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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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 러너 여러분, 가죽 제품 좋아하시나요?🏃 위픽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헤비츠 성수 팩토리샵에 가면 깊이 있고 편안한 감성이 돋보이는 수많은 가죽 제품을 만날 수 있는데요. 이번 인터뷰는 그곳에 놓인 제품들처럼 오래 할수록 무르익는 일의 가치를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준비했답니다. 다년간 브랜드의 본질을 잃지 않은 채 세심한 변화를 지속한 가죽 공방 헤비츠! 이재호 CEO 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계속해도 좀처럼 질리지 않는 업을 찾아. 헤비츠 공방장 이재호 CEO님

🟦 안녕하세요! 위픽레터 구독자(위너) 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가죽 공방 헤비츠를 운영 중인 공방장 이재호입니다. 가죽 관련 일을 한 지는 15년 정도 되었고요. 여전히 가죽 공예 일이 즐겁다고 느껴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헤비츠는 2010년에 창업한 브랜드인데요. 창업 초창기 아이폰 3GS 케이스, 가방 등을 필두로 현재까지 200여 개 아이템을 제작해 왔습니다.

🟦 200여 개의 아이템이라니! 양도 양이지만 그만큼 많은 고객에게 제품과 더불어 다양한 사용 경험을 제공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되네요. 여러 제품을 출시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과의 추억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려요.

수선 요청을 하시고 한 8년 정도 사용한 반지갑을 보내 주신 분이 있었어요. 본래 가죽은 손때가 많이 타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데요. 사용 기간 대비 정말 깨끗하게 쓰신 편이라 놀랐어요. 지갑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아껴서 쓴 흔적이 역력해서 감동이었죠. 지갑을 보내시면서 손 편지로 수선 요청 내용을 적어 주셨고, 지갑에 달려 있던 포켓 몇 개를 바꾸고 바느질도 새로 해서 보내 드렸던 고객님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 고객 못지않은 헤비츠의 제품 수선 의지도 놀라운 것 같아요. 고객의 입장에서 여러모로 가치 있는 소비를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어요.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약속인 거죠?

네, 헤비츠는 제품 구입 고객들을 대상으로 무상 수리, 재료비만 받고 수선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그 부분으로 인해 제품을 오래 사용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경험들이 쌓일 때마다 보람도 있고, 환경을 위한 최소한의 소비를 도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래도 비용 부담이 많이 되는 부분인지라 처음에는 좀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생각을 바로잡았어요. 상대적으로 덜 쓰는 마케팅 비용을 여기에 쓰는 거다 생각하니 괜찮더라고요. 지금도 이런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게 저희가 제작 시설을 갖고 있잖아요. 또 무엇보다 제품을 오래 쓰고 싶은 고객들의 니즈가 확실하고요. 그래서 저희는 이런 경험을 홈페이지나 SNS에 자료로 남겨두고 있어요.

개인 고객과 기업 고객 모두를 사로잡은 무던한 브랜드의 매력

🟦 그 모든 경험 등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마케팅 효과가 생길 듯해요. 헤비츠 제품의 주요 구매층은 어떻게 되나요? 여러 제품이 만들어지는 만큼 그 폭도 넓은 편인가요?

정말 다양한데요. 중장년분들도 계시고요. 지갑의 경우 1만 원대 구매할 수 있는 제품도 있어서 젊은 분들도 꽤 저희 제품을 찾는 편이에요. 아이템의 스펙트럼이 넓다 보니 누구든 편히 찾아 주시는 것 같아요.

창업 초기부터 줄곧 생각했던 게 실생활에 유용한 제품을 보다 저렴하게 공급하자는 게 저희 목표였어요. 그래서 현재까지도 좋은 소재로 튼튼하게 만드는 걸 주안점을 삼고 있죠. 때문에 고객들께 착한 기업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이렇게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고 또는 소개해 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해 주세요. 그만큼 만족하신 분들은 저희 브랜드를 되게 좋아하시는 편이에요.

헤비츠는 고객 만족을 우선시해요. 제품을 개발할 때, 생산자 중심으로 사고하기보다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문제를 해결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편인데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고객 서비스 측면에서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들을 가장 신경 쓰고 계신가요?

제품의 기능성, 내구성을 신경 쓰는 건 기본이고요. 제품 출시 이후에도 만족도를 올리려고 노력해요. 틈이 나면 고객에게 연락을 해서 만족스러운 부분이나 그렇지 못한 부분을 체크해요. 그 과정 또한 하나의 마케팅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현재 구성원 중 세 명이 CS를 담당하고 있거든요. 적은 인원으로 보이겠지만, 저희 전체 근무 인원이 30명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고객의 불만이나 요구 사항을 듣는 게 발전에 좋은 일이지만 두렵고 힘든 일이잖아요. 여러 의견을 열심히 수렴하는 모습에 감동하셨다는 분들이 있는데요. 아마도 일회성이 아니라 10년 이상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인정해 주시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 사소한 약속을 계속 지켜 나아가는 게 믿음을 주는 포인트인 것 같아요. 소재도 자투리 가죽을 사용하실 때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더 니들 클럽이라는 상품도 매력적으로 와 닿았어요. 이러한 기획은 어떻게 다듬어지는지 궁금해요!

한동안 굵직굵직한 제품들 위주로 생산을 했더니 작은 조각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마냥 버려지는 게 아깝고 또 환경을 생각하는 차원에서 자투리 가죽으로 만들 수 있는 아이템들을 최근에 많이 개발했어요. 대표적으로 책갈피, 펜슬 커버, 키링 등 막상 만들고 보니 저희도 좋고, 그게 또 하나의 특색이 되어 주더라고요.

여러 제품을 출시하고 반응을 지켜보면서, 어쩌면 겉보기에 멋있고 거창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제품보다 실제 생활에 필요한 소소한 제품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때가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객 입장에서 꼭 필요할 것 같은 실속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집중했죠.

더 니들 클럽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집중력에서 나온 거예요. 자투리 가죽으로 만든 일반 제품만 만들지 말고, 제작 키트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발판이 됐죠. 흔히 말하는 똥손도 쉽게 만들 수 있게 하자 해서 출시하게 된 상품이에요. 저를 포함한 직원들의 주요 아이디어에 대한 세부 의견들을 주고받으며 기획을 다듬는 편이에요.

🟦 모나미, OB맥주, 리디북스 등등 기업 고객과의 협업도 눈에 띄더라고요. 다양한 제안을 받아 오셨을 텐데 어떤 포인트에서 기업 고객이 헤비츠에 연락을 주는지 알 수 있을까요?

1년에 5~6건 정도의 협업을 하는 것 같은데요. 최근에는 제네시스 부티크에 재활용 가죽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어요. 자동차 시트나 내장재로 사용된 가죽의 자투리로 필통 등의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리디북스의 경우, 페이퍼 프로 커버 제작을 진행했었는데요. 아끼는 제품에 꼭 맞는 커버를 의뢰하시고자 직접 찾아 주셨어요.

애초에 저희가 트렌드에 맞게 혹은 히트 상품 위주로 접근하지 않고 팩토리 개념으로 접근을 한 브랜드여서 그런지 기업 고객 입장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소재나 느낌을 의뢰를 하면 제작해 줄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는 것 같아요.

저희 또한 취지가 좋다면 충분히 열린 자세로 협업을 해가고 있고요. 또, 저희가 보았을 때 제품 개발에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개인이나 소기업, 스타트업과도 취지가 맞다면 직접 연락해서 협업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이전에 진행한 팩앤폴드 슬리브패드도 그렇고, 최근에는 프리마켓을 통해 알게 된 플라스틱 아파트라는 업체와도 미팅했거든요. 저희 입장에서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다면 규모와 상관없이 진행할 방법을 찾고 있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컨택 기다립니다. (웃음)

고객과의 약속, 4가지 지향점을 바탕으로 확고해진 브랜드 아이덴티티

🟦 이재호 CEO님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우직함이 돋보이는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직한 비결이 무엇인가요?

헤비츠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은 바로 “단순하고 튼튼하게”인데요. 결국 수선하기 좋도록 쉽게 제작하는 게 관건이에요. 저희가 생산하는 제품 특성상 단숨에 폭발적으로 판매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수요가 갑자기 대폭 많아지지도 않았거든요. 그래서 더욱이 좋은 시스템으로 공방을 잘 유지하는 게 브랜드 목표로 자리 잡힌 것 같아요.

저희 브랜드가 지향하는 4가지 가치가 있어요. 10년 사용, 평생 수선, 지속가능, 정직주의인데요. 우리는 과연 어떤 브랜드로 거듭나고 싶고, 그래서 어떤 걸 잘하고 싶냐 하는 생각에 부합하는 지향점이라고 여겨져요.

제가 딴 건 몰라도 리뷰를 많이 보거든요. 특히 진심이 담긴 리뷰들이 있잖아요. 그게 좋은 거든 나쁜 거든 꼼꼼히 봐요. 예를 들면 기대 안 하고 샀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10개나 더 샀다 뭐 이런 리뷰 등을 읽으면 힘을 받아요. 그게 다른 길로 안 새고 계속 중심 잡으며 이렇게 원칙을 지킬 수 있던 비결이지 않았나 싶어요.

🟦 어떤 분들이 그 지향점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는지, 공방장으로서 그 안에서 어떤 캐릭터로 활약하고 있나요?

직원별로 제작, 고객 응대, 웹 관련 업무, 재무회계 등 다양한 업무를 각자 맡고 있고요. 20대 초반부터 한 30년 된 어떤 경력자분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팀을 이루어 일하고 있는데요. 보통 1년이나 6개월 된 직원들은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어떤 기술만 습득하면 할 수가 있거든요. 일부 제품을 만들 수가 있어요. 오래된 직원은 6~7년 근무하고 있어요. 또 어느 정도 재능이 있는 직원분들은 나가서 창업을 하기도 해요.

저도 창업할 때는 초보자였고 거의 그냥 묻지마 창업을 했어요. 대략 개점휴업인 상태였죠. 근데 제가 해야 할 걸 아니까 부가 역량을 키워서 차츰 매출을 올린 거죠. 경영학도 출신이지만, 여러모로 배워야 하는 게 많았어요. 그렇게 하나하나 터득하면서 웹디자이너도 됐다가 포토그래퍼도 됐다가 여러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느끼기에 제 회사에서 역할은 한마디로 딱 ‘공방장’이거든요. 직원들 근무도 체크하고 제품 만드는 것도 중간에 꼼꼼히 살펴보고, 직접 제품 기획하고 개발도 해요. 어디 투자를 받으러 다니거나 미팅하는 일이 주가 되진 않기 때문에 공방장이란 수식이 딱 어울릴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불리고 있어요.

🟦 단순히 공방장이라고 하기엔 정말 많은 일들을 해내가고 계신 것 같아요. 제품의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를 동시 진행 중인데 팬데믹 시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당연히 있었죠. 오프라인 매장이 더 있었는데 지금은 하나만 남았어요. 그래도 저희를 믿고 좋아해 주시는 고객이 계셔서 큰 어려움 없이 팬데믹을 거쳐왔죠. 클래식하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새로움은 거의 없고 변화의 속도가 느리다는 뜻도 될 수 있지만, 클래식함을 유지하면서 섬세한 변화를 꾸준히 시도해 온 것 같아요.

경영자 입장에서 조직 구조나 사업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죠. 사실 지금 이 길이 일반적인 길은 아니거든요. 보통은 샘플실 등을 운영하고 외주를 주고 디자인실이나 마케팅실을 엄청나게 키우는 구조로 가는데 저는 운 좋게 고객들이 계속 찾아 주셔서 제작팀 위주로 회사를 키운 거예요.

시대가 원하는 감수성을 담아낼 것, 지속가능한 브랜드!

🟦 클래식함을 유지하면서도 세심한 모습으로 변화하기까지 고민하고 결단하는 과정의 연속이었을 텐데요. 앞으로 제품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싶으신가요?

더 리들 클럽을 만들 때 처음엔 지금보다 더 많은 조합이 가능하도록 만들고자 했어요. 고객이 대략 70~80%를 선택할 수 있는 어떤 조합형 제품을 만들면 어떨까? 컬러 조합, 가죽이라는 소재의 다양성을 더 많이요. 그런데 녹록지 않은 부분이 있어 지금의 모습으로 담아냈죠.

실제로 고객들 중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분들이 있어요. 본인이 이런 게 필요한데 이런 게 없어서 이런 제품을 이렇게 바꿔서 이렇게 만들어달라고 설명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제가 보기엔 그분들이 진짜 디자이너거든요? 그런 분들이랑 협업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좀 더 적극적인 고객 참여형 제품 같은 것도 좀 고민 중입니다. 고객을 향해 더 많은 선택지를 열어 두는 것이죠.

🟦 브랜드가 고객에게 어떤 만족감을 주어야 하는지 몰두하는 능력이 탁월하신 듯해요. 특히나 기획하는 업무에 있어 여타 업무보다 더 큰 즐거움을 느끼시는 것 같고요. 일을 할 때 부침 같은 건 없으신가요. 혹은 일을 하는 데 원동력 같은 게 있으실까요?

이전에 회사 생활을 3년 좀 넘게 했는데요. 그때 저는 적극적이지 못한 사람이었어요. 창업 직후 어디 공장에 가서 일도 해봤고, 일터에 간이침대를 놓고 지낸 적도 있어요. 시간을 내서 노력하고 체득한 것들이 쌓여 점차 적극적인 사람이 되어갔어요. 한눈팔지 않고 일을 했지만,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도 있었죠. 조금 더 젊었을 땐 내가 지금 뭐 하는 건가 친구들은 결혼하고 애도 낳고 그러는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경험상 어떤 일을 포기하지 않는 것도 되게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그래서 창업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데 자신이 좀 부족하다 느끼시는 분들이 있으면 그냥 적극적으로 창업을 해보시라고 일단 권하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망설이다 보면 어떤 기회도 없어지고 생각하면 할수록 창업이 쉽지 않거든요. 단, 예산 제한을 딱 두고 1년이나 2년 열심히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일단 저질러 보시는 걸 추천해요.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흘러 지금은 오래 다니는 직원분들도 생기고, 결혼해서 아이도 생기니 감회가 새로워요. 저를 포함한 직원분들의 삶의 터전이니까 헤비츠가 오래갔으면 해요. 그럴 수 있도록 책임감을 느끼며 일하고 있어요. 제작일이라는 게 시간이 꼭 필요한 일이거든요. 즐겁기만 하면 그렇게 지루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적성에 맞는 사람들은 잘 다니더라고요. 언뜻 의미가 없어 보여도 의미가 있어요.

🟦 헤비츠 하면 가죽, 제품 소재인 가죽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어요. 앞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만큼 소재의 변화도 염두에 두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가죽 자체가 육식 동물의 부산물이니까 진짜 큰 틀에서 보면 육식 동물에 대한 소비를 줄여야 하는 건 맞아요. 저도 동의하는 바인데, 어쩔 수 없이 가죽이 쓰이는 부분에 있어서는 되게 잘 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해를 거듭할수록 저희가 취급하는 베지터블 가죽이 정말 오래 쓸 수 있는 가죽이구나 하는 걸 알게 됐어요. 언젠가 기존 가죽 생산량이 줄어들고 대체 가죽이 나올 때. 지금도 파인애플로 만든 가죽이 있고, 버섯으로 만든 가죽이 있는데 그것들이 좀 더 완성화 단계에 이르면 친환경적이고 대량으로 나오는 시점이 분명히 올 거거든요. 그때의 저희는 그걸 쓸 테니까. 충분히 환경을 고려하면서 더불어 발전할 지점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주 작은 걸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자투리 가죽을 쓰거나 종이 포장지를 쓴다고 해서 얼마나 달라지냐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지속가능한 부분들을 찾아가고 싶어요.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저희 사무실 내부에 종이컵을 두지 않았어요. 제품 생산 후 평생 수선을 하는 이유도 다 이러한 맥락과 함께해요.

🟦 헤비츠 매거진 발행 경험도 있으신데요. 브랜드를 알리는 다양한 시도를 해오신 듯해요. 어찌 보면 제품이 하나의 콘텐츠나 다름없는데, 제품을 위한 콘텐츠를 부가적으로 만드는 일이 힘들진 않았나요?

매거진을 냈을 당시에는 고객들에게 제품의 가치를 더 잘 알리고 싶었어요. 시그니처 제품의 제작 배경, 소재 등 비하인드를 바탕으로 세 권 정도 엮었어요. 고객 후기도 넣어서 반응도 좋고 여러 가지 되게 장점이 많았는데 콘텐츠를 만드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종이로 제작하다 보니 부담이 크더라고요. 거기에 담당하던 직원이 퇴사하게 되어 발행을 멈추게 되어 아쉽긴 한데 또 다른 시도를 해 나아갈 예정입니다.

대중에게 더 알려지고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견고하게 다잡을 기회가 온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우선은 고객들이 살 만한 가격대에 쓸 만한 생활용품 같은 걸 많이 기획하고 제작하고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오피니언 리더들이 사용하는 장면도 목격하고 싶고요. 평소 마케팅이 제일 어렵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일단은 지금처럼 집중할 수 있는 것에 힘을 쏟으려고 합니다.

🟦 누구보다 지금의 일을 좋아하시는 게 느껴져서 저 역시 에너지를 받고 가는 기분이에요. 앞으로 헤비츠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과거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너무 열정적인 시기에는 안 되면 되게 하라 모드였던 것 같아요. 약간 독불장군처럼 보일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은 어떤 일에 있어 서포팅하려는 입장이어서 개인적으로도 더욱 성숙한 느낌이 들어요. 예전에는 너무 힘들었거든요. (웃음) 이게 진짜 맞는 길인가 하는 고민이 지금보다 더 많았어요. 저 스스로 갈등하는 순간에도 반드시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줄을 다 잡아당겼다고 해야 하나. 그러다 보니 오해가 생길 법한 순간들도 지나고, 지금 생각하면 다 추억이죠.

사실 우리나라에서 제조업 하기 쉽지 않거든요. 인건비도 인건비지만, 이런 공방을 한다는 거는 지원이 많이 없더라고요. 그래도 다행히 커스텀 공방, 그러니까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주문 제작 공방의 어떤 콘셉트는 저희가 유일해서 승산이 있었던 것 같아요. 국내에 물론 일반 소규모 공방들은 있지만 거기서 디자인, 마케팅, 기획, 개발, 서비스까지 다 하진 않잖아요. 컬래버레이션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업체가 생각보다 없어요. 이 장점을 바탕으로 지금을 잘 유지하면서 규모를 더 키워 큰 기업과도 꾸준히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 오늘 전해 주신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 땀 한 땀 정성껏 만든 가죽 제품과 일하는 사람의 모습이 닮아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렇네요. 저희 제품은 막 샀을 때, 1~2년 됐을 때, 해를 거듭할수록 관리를 잘해서 아껴 쓰면 되게 아름답게 모양이 잡히고 하거든요. 저라는 사람도 그런 것 같아요. 일로써 길들인 느낌이 있어요. 지나온 날들 속에서 스스로 중심을 잡고 발전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여러 가지 일을 잘 아우를 수 있는 리더가 되긴 어려웠을 것 같아요. 가죽이 에이징 되는 것처럼, 사람도 에이징 되는 거니까요.

Q. 초기 스타트업의 상황상 부득이하게 많은 업무를 외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언제쯤 인력 내재화를 진행하는 것이 좋을까요? 매출, 투자 단계 등 기준이 되는 지표를 무엇으로 보면 좋을지도 궁금해요.

A. 인력 내재화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리스크라 여길 수도 있지만, 현재 많은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내재화를 통해 인력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헤비츠를 운영하면서 외주도 맡겨보고 했는데, 인건비의 경우 투자만큼 중요한 게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왕이면 현재의 상황을 내부에서 잘 알아주며 일할 분과 합심하는 게 좋다는 판단인데요. 어떤 기준의 지표를 살피든 업종의 특성이나 생태를 고려해서 잘 결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Q. 현재 헤비츠 공방장으로서 품고 있는 고민은?

일중독입니다. 잠도 오래 안 자요. 스스로 압박감도 있지만 한 7~8년을 그렇게 살다 보니 체질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일을 할 땐 즐겁습니다. 그런데도 불쑥 현타가 올 때가 있어요. 이럴 때 어떤 식으로 어려움을 해결하는지, 마음가짐을 어떻게 하는지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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