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촉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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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시지는 어떠세요?

최근에 한 스타트업 대표님이 마케팅 관련 조언을 구하러 회사에 방문하셨다. 적지 않은 규모의 투자를 받다 보니 빠르게 실적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작년에는 꽤나 유명한 기업으로부터 브랜드 컨설팅도 받고,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유명한 대행사를 통해 광고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했다. 투자자의 기대는 크고 실적은 생각보다 나오지 않고 매우 곤란한 상황으로 보였다.

큰돈을 들여서 만든 브랜드 슬로건에 대해 나의 의견을 물었다. 순간 마케터의 촉이 그것은 별로라고 알려주었다. 입을 가까스로 닫았다. 대신 다음과 같이 물었다.

대표님이 타깃으로 생각하는 고객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고객의 반응은 미미했다고 한다. 그러면 메시지는 좋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메시지의 좋고 나쁨은 마케터가 아닌 고객이 결정한다고 덧붙이면서.

마케터가 쉽게 빠지는 함정이 있다. 특히나 경험치가 높을수록 이 함정에 더욱 깊이 빠지게 된다. 그것은 바로 마케팅의 좋고 나쁨을 본인 기준으로 빠르게 판단하는 것이다. 경험치가 쌓이면 쌓일수록, 성공의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더욱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타 회사의 마케팅 캠페인을 보고 즉각적으로 좋고 나쁨을 판단하게 된다. 그것이 영상이 되었건 사진이 되었건 메시지가 되었건 간에 말이다. 고객을 까맣게 잊는 것이다.

작년에 주변 마케터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던 광고가 있었다. 대부분의 마케터가 한 번쯤은 하고 싶었던 멋진 광고였다. 하지만 그 광고는 결과적으로 실패에 가까웠다. 광고주의 이야기를 건너서 듣게 되었는데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이처럼 고객을 고려하지 않는, 하지만 경험이 많은 마케터는 마케터들에게만 인정받는 마케팅을 할 가능성이 높다. 마치 대중을 고려하지 않고 예술의 극단을 추구하는 예술영화처럼 말이다. 하지만 마케터는 ‘고객’이 있기에 ‘마켓’이 있기에 존재한다. 예술성과 대중성, 마케터와 고객의 호평을 모두 받을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조건적으로 ‘대중성’ 그리고 ‘고객의 호평’이다. 마케터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가 정의한 마케팅을 나의 해석을 붙여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고객 가치를 탐구하고, 고객 가치를 창출하며, 고객 가치를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 즉 마케팅의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이 함께하고 그 시작은 ‘고객 가치 탐구’이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객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헤아리는 것이 마케팅의 시작이다. 마케터의 촉은 이를 헤아릴 때에만 유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TV, 신문, 라디오, 잡지와 같은 4대 매체가 주요한 광고채널이었다. 이때는 고객의 반응을 알기 힘들었다. 미국의 기업인 존 워너메이커는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광고에 쓰는 돈 절반이 낭비인데, 어느 쪽 절반이 낭비인지 모르는 게 문제네요.”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디지털 매체가 주요 광고채널인 오늘날은 상황이 다르다. 고객이 광고를 스킵하지 않고 보는지, 광고에 끌려서 클릭을 하는지 등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마케터는 이러한 정보를 통해 어떠한 메시지가 반응이 좋은지를 판단할 수 있다. 즉 다양한 메시지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어떠한 메시지가 고객에게 가장 반응이 좋은지를 보고 그것을 집중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고객의 마음을 알기 위해 끝없이 테스트하고, 어느 정도 확신이 생기면 그것에 집중하는 일. 이것을 7글자로 ‘퍼포먼스 마케팅’이라고도 부른다.

그렇다고 고객의 말이나 행동만 보고 있으면 안 된다. 반드시 그에 대한 이유를 마케터의 촉으로 헤아려야 한다. 포드의 창업자 헨리 포드의 “고객의 말만 들었다면 자동차가 아닌 더 빠른 말을 만들었을 것이다”라는 말을 잘 생각해야 한다. 예전에 한 고객사에서 데이터상 고객 반응이 너무 좋다는 광고를 살펴보았는데, 알고 보니 광고를 실수로 누를 수밖에 없는 형태의 광고였다. 데이터만 보면 고객 반응이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객을 짜증 나게 만드는 광고였던 것이다. 이처럼 고객 데이터 뒤에 숨은 의미를 헤아리지 않는다면 또 다른 함정에 빠지게 된다.

공자는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고 말했다. 이를 거칠게 번역하면 “생각하지 않고 공부만 하면 쓸모없고, 공부하지 않고 생각만 하면 위태롭다”이다. 마케터의 촉을 이에 빗대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고객을 헤아리지 않고 마케터의 촉만 발휘하면 쓸모없고, 마케터의 촉이 없이 고객만 헤아리고 있으면 위태롭다.”

마케터의 촉은 이처럼 고객과 함께해야 빛을 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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