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電気よ、動詞になれ。
전기여, 동사가 돼라.
명사(名詞)인 무언가를 동사(動詞)라고 칭하는 표현을 처음 본 것은 광고계에 입문한 20세기 말, <세계 캐치프레이즈선>이라는 책에서였다. 세계의 유명 카피와 슬로건을 모은 책이었다.
<유통, 서비스, 기타> 카테고리에 한큐백화점의 카피로 소개된 짧은 한 줄이 내 망막에 맺힌 후 시신경을 거쳐 대뇌에 20여 년 동안 각인이 되어 있었으니 그 카피는 바로,
여자는 동사(動詞).
아, 카피를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사람을 품사로 표현하다니. 나중에 이 카피가 실려 있는 원래 광고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찾을 수는 없었다. 사람을 동사로 표현한 비주얼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원작은 못 찾았지만, 이 카피는 늘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한참 뒤 한국의 광고에 추상명사를 동사로 표현한 카피가 등장한다.
2005년에 온에어 된 대한적십자사의 TV광고의 슬로건이 ‘사랑은 동사다’였다. 한큐백화점의 ‘여성은 동사’라는 슬로건 속 ‘동사’는 ‘변화한다’, ‘능동적이다’ 등의 의미를 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광고 속 ‘동사’는 ‘실천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었다. 좋은 의미를 담은 카피였지만, TV광고 전문 사이트인 TVCF.co.kr에 남겨진 댓글을 보면 이 뜻을 정확히 헤아리지 못한 시청자도 많았던 것 같다. 꽤 많은 댓글이 도대체 ‘사랑은 동사다’가 무슨 뜻이냐고 묻고 있다. 좋은 카피를 많은 대중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대중의 잘못인가, 카피라이터의 잘못인가.
이후로 ‘OO은 동사’라는 문장을 광고나 잡문에서 자주 보게 되면서, ‘OO은 동사’라는 표현이 예전만큼 멋있게 보이지는 않게 됐다. 그런데, 최근에 이 표현을 품격있게 되살려 낸 광고를 보게 됐다.
“우리에게 아름다움이란 형용사가 아니라 동사니까” 라는 카피를 던지는 멀츠에스테틱스 TV광고, 그리고 일본 기업 메이덴샤(明電舎)의 “전기여, 동사(動詞)가 돼라” 캠페인이다. 두 광고는 예전에 자주 쓰여 신선도가 다소 떨어진 표현을 세련되면서도 따뜻한 감각으로 품격 있게 되살려놨다. 역시, ‘뭐라고 표현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표현하는가’의 힘도 중요한 것이다.
메인덴샤 캠페인의 한 TV광고의 내용을 보자. 시골에서 도시로 향한 소녀. 부푼 가슴을 안고 도착한 도시는 소녀를 반겨주지 않는다.
어두웠던 소녀의 방에 불이 켜진다. 그리고 흐르는 내레이션.
전기여, 비추어라.
누군가를 받쳐주기 위해
전기여, 동사가 돼라
화면이 바뀌면 메이덴샤의 작업현장과 직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위로 자막이 생겨난다.
전기여, 받쳐라.
전기여, 지켜보라.
전기여, 격려하라.
전기여, 북돋아라.
전기여, 응원하라.
전기여, 동사가 돼라
그렇다. 전기는 ‘양과 음의 두 부호를 가진 전하가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광고를 통해서 전기는 그렇게 존재하는 상태가 아니라, 그로 인해 할 수 있는 수백, 수천, 수만 가지의 일들과 가능성이 된다.
<電気よ、動詞になれ>캠페인은 신문광고, 홍보영상 등으로 만들어졌고, 전기가 할 수 있는 수많은 일들을 ‘동사’로 표현하여 전달하고 있다. 이 캠페인의 신문광고는 2020년 제69회 일경광고상(日経広告賞) <전기,통신,IT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TV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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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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