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디자이너의 UT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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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쓴 글 [마케팅 디자인과 UX의 연관성​]에서 짧게 UT를 언급한 적이 있다. 이 사용성 테스트가 실제 내가 디자인한 결과물이 사용자에게 편리한지 그렇지 않은지 알아보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는데, 이 글에서 언급한 UT 이후에도 관련 UT 리뷰를 들은 적도 있었고, 내가 직접 UT에 처음부터 끝까지 가볍게 참석한 적도 있었다. 오늘은 마케팅 디자인 구좌에 대한 UT에 집중해서 나의 주관적인 경험을 얘기해 보고자 한다.


마케팅 디자인에서 UT가 절실해지는 시점

나는 현재 회사 내에서 이벤트 페이지(+더 나아가면 그 이후의 혜택 경험)의 사용성을 개선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점점 많아지는 서비스, 점점 다양해지는 이벤트나 혜택 제공 유형에 따라 이 수많은 혜택의 내용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디자인 정책을 만들 겸, 이왕 만드는 거 사용성도 개선하고자 하는 목적이 크다.

여기서 [디자인 정책]을 세우는 것은 의외로 쉽다. 기존에 디자인이 잘 잡혀있다면 그 디자인을 따라서 정책을 잡으면 되니까. 문제는 [사용성 개선]이다. 대체로 크리에이티브, 비주얼 룩의 중요도가 높은 마케팅 디자인 영역에서 사용성 개선을 고민한 사례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마케팅 디자이너는 “이 이벤트가 어떤 컨셉으로 예뻐 보여야 할까?” “이 페이지와 배너가 어떻게 디자인되어야 사용자 눈에 띌까?”를 고민하지 “이 페이지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사용자가 잘 이해할까?”를 더 고민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페이지는 정해진 포맷이 있어서 그 포맷에서 컨셉만 다르게 디자인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문제는 그 [정해진 포맷]의 사용성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페이지가 예뻐도 사용자 혜택 경험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UI/UX 심리학 법칙 중 [피크엔드의 법칙]이 있는데, 이는 사용자의 기억에 남는 것은 결국 최종_마지막_진짜 마지막 경험에 따른다는 것이다. 이 페이지의 최종 목적인 “혜택을 받는 여정”이 좋지 않으면 그 쓸모를 다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물론 이 심리학 법칙 중에서 [심미적 사용성 법칙]이라는 “이쁘면 다 용서된다(…)“는 법칙도 있지만, 사용자가 최종적으로 혜택을 받는 [실제 혜택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서 이 사용성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비주얼이나 디자인 디테일 위주로 본 사람들에게 이 사용성 개선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언제나 혼자 디자인을 진행하거나 피드백을 주는 마케터나 디자이너들의 리뷰만 들을 뿐, 실제 사용자가 이 페이지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알 길이 없다. 추후 마케터가 해당 페이지로 사용자들이 혜택을 제대로 받았는지 데이터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 데이터가 나온 사유가 과연 디자인인지 알 수 없어서 측정하기 애매하다. 예를 들면, 배너를 클릭하거나 버튼을 클릭할 때 [그렇게 디자인되어 있어서]도 있겠지만, 배너가 게재된 때와 장소의 영향도 있다. 그래서 마케터나 기획자에게 데이터를 요청하면, 그들도 “CTR이나 사용 횟수에는 디자인 이외의 영향이 있을 수도 있어요”라는 코멘트를 항상 달아놓는다.

그래서 마케팅 디자인에도 UT가 필요하다. 실제로 사용자가 이 페이지를 봤을 때의 느낌, 경험, 그리고 이 디자인이 그 용도에 맞게 잘 인지되는지(사실 이 “인지”라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야기를 직접 일반 사용자의 입을 통해 듣는 것만큼 직접적인 경험이 없다. 나는 그것을 이전의 사용자 혜택경험 UT를 통해 깨달았고, 나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디자이너들도 경험했으면 했다.


UT 준비부터 진행까지

어느 날 UT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실제 사용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의 신청을 받아서 가볍게 테스트를 진행하는 시간을 마련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나는 바로 신청했고,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디자이너들은 참관 및 기록 자격으로 함께 참여했다. 나는 여기서 UT 설계(질문지 작성, UT 담당부서와의 피드백 주고받기)와 테스트 진행을 담당했다.

아무래도 주관하는 부서가 별도로 있다 보니까 사실상 테스트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들은 해당 부서의 담당자분들이 준비해 주셨다. 나 이외에도 수많은 부서(프로덕트 디자인, 콘텐츠 기획 및 디자인, CS부서, 서비스기획, 개발 등)에서 해당 행사에 참여했고, 그들은 UT를 실제로 주도적으로 진행한 적이 없기 때문에 담당자분들이 여러모로 많이 도와주셨다. 그분들 덕분에 UT가 어떻게 준비되는지 알 수 있었고, 실제로 사용자 조사를 할 때 어느 부분이 중요한지 배웠다.

우리 팀에서 진행한 UT의 과정들과 나의 주관적인 소감을 대략 살펴보자면 아래와 같다. (자세한 UT 내용은 대외비 사항도 있어서 이번에는 생략하겠다)

STEP 1) 이번 UT에서 어떤 것을 알아보고 싶은지 정하고, 사용자가 이를 경험하기 위한 flow를 설계한다.

– 본격적인 UT에서는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여기서 알아볼 수 있는 것을 가능한 모두 알아보려 하지만 우리는 시간제한이 있어서 제일 우선순위가 높은 사항들 1~2가지 정도만 주목적으로 잡았다.

– 만약 실제 라이브가 되지 않는 화면에 대한 혜택경험을 알아보고자 한다면, 프로토타입을 준비해야 한다. 여기서 마케팅 디자인같은 경우 단순히 [배너]와 [이벤트 페이지]만 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이 페이지를 통해 쿠폰이나 포인트 등의 혜택을 확인하고 이를 상품 탐색 및 결제에 적용하는데 문제가 없는지도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UT 당일에 라이브되는 페이지로 테스트하고자 했다. 이 때문에 정말 알아보고 싶은 부분을 제외시킨 아쉬움도 있었다. (다들 피그마로 프로토타이핑을 할 시간이 부족해서 최대한 라이브되는 앱으로 진행)

STEP 2) 목적에 맞는 답변을 얻기 위한 사용자의 미션을 정하고, 미션별 질문사항들을 세세하게 정리한다.(+담당자의 피드백)

– UT에서 물어보고자 하는 사항들과 테스트 대상(어떤 이벤트 페이지로 테스트할 것인지?)이 정해졌으면, 본격적으로 사용자에게 던질 미션을 지정한다. 우리는 이벤트 페이지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미션을 지정했다.

– 나는 “사용자에게 반드시 이 페이지에서 확인하고 상품을 구매해 주세요~”라는 미션이 맞는지 의문이 들어서 담당자와 피드백 시간에 해당 사항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는데, 담당자 분은 만약 이 페이지가 테스트 대상이라면 이벤트 페이지 확인을 필수로 거치는 것이 맞다고 답을 주셨다. (물론 UT 진행 목적에 따라 다를 수 있음)

– 피드백을 받는 시간에 질문사항에 대한 확인도 받았지만, 주로 “어떤 질문을 해야 사용자가 막힘 없이 본인의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지” 중점적으로 알려주셨다.

– 생각보다 질문사항을 대사마냥 꼼꼼히 적어야 해서 “이렇게까지 적어야 하나?” 싶었지만 ,막상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에는 이렇게 세세하게 적어놓는 것이 더 도움이 되었다.

STEP 3) 실제 UT를 진행하면서 사용자의 경험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 내가 주로 질문에 집중할 거라서 기록을 하지 못할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참관 디자이너들에게 기록을 요청했는데 잘한 일이었다. 질문하는 사람은 전혀 기록에 신경쓰지 못한다. 나중에 행사 리뷰하는 시간에도 [기록보다는 사용자의 행동을 눈에 담고 관찰하는 것에 집중하라]고 담당자 분들이 조언해 주셨다.

– 이전에 진행한 UT 참관의 경험으로 화면 녹화(사용자 모두가 아이폰이라 화면 녹화가 가능함)와 대화내용 녹음이 가능한지 미리 물어봤고, 기록용으로는 사용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서 녹화 및 녹음을 진행했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 이슈로 테스트 날짜 후 1주일 후에는 파기함) 가능하면 영상이나 음성파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 UT 테스트 시간이 모자를 것 같다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남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여분의 질문사항을 마련해도 좋다. 나같은 경우 여분의 질문사항도 준비했지만, 그때그때 사용자의 행동을 보고 추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정말 짧은 시간 동안 여러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UT를 진행해야 해서 UT 당일에는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내향인인 내가 질문을 하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UT 진행 전에는 잔뜩 긴장했다. 다행인 것은 해당 UT 행사를 처음 진행하는 단계라서 테스트 대상자가 사내구성원(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이어서 진행하기 수월했다는 것, 그리고 대상자들이 적극적으로 응해주고 질문에 대답해줬다는 것이다. UT가 끝나고 나서 그날 밤 제대로 꿀잠을 잘 정도로 기가 많이 빨렸지만, 이 다음에 디자이너들과 리뷰를 진행했을 때  모두가 UT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고 리뷰했다.


이제 마케팅 디자인 구좌 대상으로

UT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

UT는 앱 서비스에서 사용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프로덕트 경험이다 보니, 배너나 이벤트페이지 등의 마케팅 디자인 구좌 대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 경험이 전무하다 보니 실제로 담당자들에게 [이벤트 페이지를 대상으로 UT를 해보고 싶어요]라고 요청하면, 그분들도 실제 UT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평소보다 많이 고민하신다. (대체로 이 페이지나 배너만 대상으로 하지 않고, 배너-페이지를 거쳐서 앱 최종 경험 완료까지의 여정을 구상한다)

나 역시 본격적으로 마케팅 디자인 구좌로 UT를 진행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이번의 사내구성원 대상 UT 행사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아무래도 배너나 이벤트 페이지에서는 사용자가 1차로 눈으로 본 후 바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인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 배너나 페이지를 보고 바로 드는 생각]을 들을 수 있는 UT가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라이브 및 교체가 자주 발생하는 마케팅 디자인에서는 데이터보다 UT에서 인사이트를 많이 얻을지도 모른다.

이번 UT 행사를 진행하고 내용을 기록하면서 이 다음에도 이런 행사가 준비된다면 또 참석해도 괜찮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물론 재참석이 가능하다면…) 담당 부서에 우리팀이 이 행사에 관심이 정말로 많고 적극 참여하고 싶다는 뉘앙스로 많이 표현했으니까 또 불러주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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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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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O

마케터와 제일 가까이서, 제일 오래 함께 일한 디자이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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