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음보다 다름

무엇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20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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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YES24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마케터는 엔지니어에게 상식을 뛰어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품을 만들어 주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차별화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마케터가 이루는 것이다. 

즉 아주 작은 차이를 소비자에게 어떻게 각인시키느냐가 차별화를 결정한다. 

기술이 빛의 속도로 발달하는 오늘날에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쟁사들과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기 힘들다. 

그보다는 작은 차이 하나를 제대로 세워 소비자 한 명의 마음을 흔들고 그 요소가 다른 사람의 마음도 흔들고 그 진동이 시장 전체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다는 것이 차별화의 원리다. 

그럼 어떻게 이 차별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응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Ⅰ. 누구에게 다름을 인정받을 것인가?

비행기의 퍼스트나 비즈니스 클래스에 타면 항공사에서 VIP 승객이라면 선물을 주곤 한다. 그런데 이 선물이라는 게, 간혹 쓸모가 참 애매하다. 예전에는 남자들에게는 넥타이를 여자들에게는 스카프를 주었다. 

소재도 실크인 데다 디자인도 고급스러웠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일등석을 타는 여자 승객들 중 명품 브랜드가 아닌 사은품 스카프를 반갑게 두르고 다닐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거의 없다. 

그렇다면 왜 그런 선물을 주는 것일까?

그 선물을 누가 골랐을까 짐작해보면 답이 나온다. 아마도 마케팅 담당자가 제안하고, 젊고 똑똑한 마케팅 담당 임원이 승낙했을 것이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으면 좋아할 만한 품목이니 승객도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말로만 소비자의 관점에서 생각하자고 하고, 실제로는 여전히 마케팅 담당자나 임원의 개인적 관점에 머무를 때가 많다. 


 Ⅱ. 나음보다 다름을 추구하라. 

맥도널드를 성공시킨 레이 크록에 관한 이야기는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라는 책에도 나오지만 차별화의 본질을 잘 설명해주는 사례이므로 여기에 다시 한번 요약한다. 

크록은 직원들에게 강조한 말은 다음과 같다. 

언제나 잊지 마세요. 우리는 햄버거 비즈니스를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쇼 비즈니스를 하는 겁이다. 

맥도널드가 햄버거 비즈니스를 하는 게 아니고 쇼 비즈니스라니? 크록은 평소 직원들에게 QSV&C를 분명하게 보여주라고 주문했다. 

여기서 Q는 품질과 신속함, S는 서비스, C는 청결, V는 가치를 의미한다. 즉 좋은 품질의 제품을 신속하고 친절하게 서비스하고 늘 깨끗하게 하며, 아울러 맥도널드의 가치를 지키라는 뜻인데, 중요한 것은 그런 구호가 아니다. 

그것을 고객들이 분명하게 느끼게끔 보여주라 Show 하라는 것이다. 

얘기인즉슨, 실제 몇 초 빨리 서비스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빨리 갖다 주는 것처럼 느끼게 하고 막연하게 좋은 서비스가 아니라 큰소리로 인사하는 등 대접받는 느낌을 확실하게 주라는 것이다. 

또 햄버거를 먹으려고 입을 크게 벌리면 눈은 자연히 천장의 조명등을 향하게 되니 거기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해라. 

음식을 깨끗이 만든 것처럼 보이려면 환경이 청결해 보여야 한다. 특히 화장실을 깨끗해야 한다. 그래야 보이지 않는 주방도 깨끗하다고 여길 테니까. 

미국의 국민 브랜드인 맥도널드는 결코 경쟁사보다 비싼 값에 햄버거를 판매하지 않는다. 하지만 햄버거를 아무 종이로나 싸지 않고 맥도널드 로고가 선명하게 인쇄된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기름종이로 포장해준다. 

내가 먹는 햄버거가 가격 대비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Ⅲ. 최소량의 법칙을 충족시켜라. 

독일의 식물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가 제창한 최소량의 법칙을 설명한다. 식물이 자라는 데는 탄소, 수소, 질소, 인, 황, 칼륨, 칼슘, 마그네슘, 철분 등 10여 가지 원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하나라도 없거나 부족하면 다른 원소가 아무리 많아도 식물이 정상적으로 자랄 수 없다. 

즉 식물의 성장은 결핍된 원소 양에 의해 제한되며, 이 원소를 공급해주어야만 계속 자란다. 

리비히는 이를 기다란 나무판자를 붙여서 만든 물통에 빗대어 설명했다. 통에 물을 채울 때 아무리 다른 판자들이 높아도 판자 하나가 짧으면 그곳으로 물이 새 나가고 만다. 

생장은 자원(영양)의 총량이 아니라 최소량의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제품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장점을 강화하기 위해 무언가를 희생한다면 제품의 수준은 그 부족한 부분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맥줏집에 갔다고 치자. 어떤 기준으로 맥줏집을 평가할 것인가?

안주가 맛있는가? 맥주 종류는 다양한가? 인테리어는 멋진가? 다른 곳만큼 친절한가? 가격이 저렴한가? 주차가 편한가?

우리 경험을 떠올려보자. 안주 맛이나 술의 종류, 인테리어나 친절도 가격이나 주차 등에서 어느 한 가지가 실망스러우면 그곳에 다시 갈 가능성은 꽤 낮아진다. 

말하자면 최소량의 법칙을 일단 만족시켜야 한다. 그런 다음에 그 술집을 찾아야 할 다른 요소가 있어야 다시 가게 된다. 

다른 조건들이 유사하다면 다시 말해 최소량의 법칙이 충족된다면 그 후에 사람들은 작은 차이로 쉽사리 결정을 내리곤 한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대부분 아주 사소한 근거로 의사결정을 한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점 겸 쇼핑몰인 아마존 닷컴의 제프 베조스는 자신의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경쟁사보다 10배 성장하길 원한다면 10%만 달리 하면 됩니다. 브랜드 간의 작은 차이가 매출의 큰 차이를 낳는다는 사실을. 

출발선에서 5도만 각도를 틀어도 도착 지점은 100km의 차이가 나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Ⅳ. 가격 대비 품질이라는 가치

서양 사람들에게 우리의 모나미 볼펜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빅이다. 

빅은 흔히 세계 최초의 일회용품이라 불리는데, 여기서 일회용이란 한 번밖에 못 쓴다는 의미가 아니라 잉크를 충전하거나 교환해서 계속 쓸 수 있는 제품과 달리 다 쓰면 통째로 버리게끔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볼펜에 그친 모나미와 달리, 빅은 각종 일회용 제품의 대명사가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빅이라 하면 볼펜과 작과 저렴한 라이터를 떠올리지만 빅이라는 브랜드로 60년이 넘도록 시장에 나온 제품은 수천 가지에 이른다. 문구류, 라이터, 면도기부터 선불카드를 사용하는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제품군도 다양하다. 

모두 일회용에 가깝고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소비재다. 

수많은 제품군을 관통하는 빅의 철학은 분명하다. 저렴한 가격 대비 최상의 품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겉모습만 고급스럽게 만든 볼펜이 10달러에 육박하던 시절에 안정적인 성능의 제품을 개발해 고작 29센트의 가격으로 내놓은 창립자 마르셀 비쉬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어져온 철학이다. 

현재도 희소성 있는 제품보다는 모든 계층의 소비자가 언제나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빅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최근 10년 동안에도 가격을 인상하는 대신, 원가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생산성 개선에 주력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렇게 지켜온 철학은 세월을 거치면서 빅 제품을 매우 독특한 반열에 올려놓았다. 

빅은 볼펜을 뜻하는 보통명사가 되었고 젊은 대학생의 주머니 속뿐 아니라 대기업 중역의 집무실 서랍에도 있고 어학사전뿐 아니라 디자인 연감에도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브랜드가 되었다. 

가치는 상대적인 것이기에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지만, 어떤 기업이 가치 있는 기업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는 있다. 

만일 그 기업이 사라진다면 사람들이 아쉬워하겠는가?라고 질문해보자. 

사람들이 아쉬워한다면 가치가 높은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그러나 그 기업이 없어져도 사람들이 아쉬워하지 않는다면 가치 높은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높은 가성비를 지향하는 기업이라면 자문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Ⅴ. 좋은 이미지는 결코 저절로 형성되지 않는다. 

차별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이미지로 귀결된다. 이미지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 기관 상품 등이 대중에게 주는 인상을 의미하지만 마케팅에서 말하는 경쟁력으로서의 이미지란 각 카테고리에서 누리는 최고의 명성이나 호감이다. 

정상에 오르기는 어렵지만 정상을 한 번 차지하면 진입장벽이라는 측면에서 넘보기 힘든 브랜드가 된다. 정상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그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차별화 수단인 셈이다. 

마케팅 전쟁은 고객의 마음속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이미지 정상에 있는 제품을 쓰는 고객의 마음을 공략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다양한 장애 요소가 있다. 

가령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만 봐도, 제품의 메시지가 수백만 고객들에게 전해지기까지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그 사이 정상에 있는 기업은 추격하는 기업의 메시지를 무력화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다. 

한 번 길들여진 고객은 잘 떠나지 않는다.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은 결코 반도체 칩이나 액정화면 기술에서 앞서가는 회사가 아니다. 다만 기술을 편집하는 능력으로 앱의 사용을 비롯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함으로써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기술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애플의 DNA에 자리 잡고 있다. 기술이 인문학과 결합했을 때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 글을 마치며 ]

마케팅적인 차별화를 만들어 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측면에서는 자신들의 제품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에 대한 집중을 하다 보면 어느새 소비자는 없어지고 자신이 만들어낸 제품에 대한 애착이 모든 시야를 가리게 된다. 

하지만 이것도 나쁜 방향은 아니다. 최초의 시작은 현재보다 무엇이라도 나은 쪽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초의 시작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면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 생각이 날 수 있다. 

이를 순차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렇다. 현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무엇인가 문제점을 발견했다. 

그것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였고 차별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것이 어떤 변화가 있는지에 대해서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려는 노력을 한다. 

이 과정에서 제품의 특장점만을 소개하는 것이 일차적인 마케팅의 목적이다. 

이를 두고 차별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단계를 넘어서 사용자 측면에서 어떤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인가가 소비자 만족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를 더 뛰어넘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내는 단계로까지 발전될 수 있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차별화의 완성이고 마케팅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해 본 사람들은 사용하는 과정을 통해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게 된다. 

그리고 제품이나 서비스는 그 본질적인 가치를 넘어 사람들의 이미지에 각인이 되고 이 차이가 브랜딩으로 연결이 된다. 

브랜딩으로 연결된 것은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연계가 되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 

결국 이것이 경쟁에서 나은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다름을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가격적인 요소가 되었든 서비스가 되었든 기술적인 변화가 되었든 오로지 경쟁만 의식하면 자신들이 가고 있는 방향이 어떤 쪽인지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생겨난다. 

이것저것 열심히 시도해보고 변화도 만들어내고 성과도 이루어낼 수 있겠지만 상당한 피로감이 쌓이게 되고 이는 지속성이라는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 

지속성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연결되어서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힘든 반면 가장 높은 가치가 될 수 있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나오는 두 가지를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첫 째는 최소량의 법칙이며 두 번째는 고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보여주는 것이다. 

 참고 도서 : 나음보다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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