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반도체 지정학

21세기 지정학 리스크 속 어떻게 반도체 초강국이 될 것인가
20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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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반도체 지정학> 표지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미래 사회 인프라

현재의 지정학은 어떨까? 육지와 바다를 제압하는 것만으로는 우위에 설 수 없다. 패권 경쟁의 또 다른 무대는 디지털 정보가 오가는 사이버 공간이다. 가상적인 데이터를 받아들이며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하드웨어는 반도체 밖에 없다. 반도체는 그 전략적인 가치가 높아져 국제정세를 생각하는 데 뺄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대만, 한국, 싱가포르, 독일 등 세게에 퍼지는 위험을 감지한 나라들은 일제히 자기 나라의 반도체 산업을 강하게 만들겠다고 달려들고 있다. 난세게 나리를 지키는 힘이 작은 칩 속에 담겨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반도체 CEO 서밋에서 한 말은 맞다. 

반도체는 모든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필수적인 부품으로 반도체가 없으면 사람들의 생활이 불가능하다. 

사람들이 삶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탱하는 사회 인프라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서플라이 체인을 공략함으로써 적대하는 나라의 사회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 핵무기나 미사일은 물론이고 반도체 공급을 끊는 것이 유효한 공격 수단이 될지 모른다. 이처럼 반도체는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물건이 되었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현재보다 미래에는 반도체가 더 중요한 물건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의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고 반도체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알아두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점을 기초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한 번 알아보자. 


Ⅰ. 약점 극복을 위한 미국의 야심

미국에는 설계가 뛰어난 기업은 있지만 물건 만들기가 취약하다. 유력한 파운드리가 미국 내에 없고, 웨이퍼 절단이나 패키징 등을 거쳐 칩으로 완성되는 후공정 산업도 취약하다. 

미국 정부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TSMC 공장을 유치하면 미국 내에서 공급망이 끊김 없이 연결된다. 이 회사를 뒤쫓아 후공정 기업과 소재 업체, 기기 유지 보수 기업도 아시아에서 진출할 것이다. 

TSMC를 구심점으로 삼아 새로운 생태계를 애리조나에 구축할 수 있다. 

이러한 바이든 정권의 발상은 사실 지극히 단순하다. 세계 반도체 기업의 점유율을 분야별로 나타나서 보자. 

반도체 칩은 미국이 51%, 대만 6%, 유럽 10%, 일본 10%, 중국 5%, 한국 18%

설계 소프트웨어 미국 96%

요소회로 라이선스 미국 52%, 유럽 43%, 중국 2%

반도체 제조 장치 미국 46%, 유럽 22%, 일본 31%

파운드리 미국 10%, 대만 71%, 중국 7%, 한국 9%

제조 후공정 미국 19%, 대만 54%, 중국 24%

웨이퍼 대만 17%, 유럽 13%, 일본 57$, 한국 12%

대부분의 영역에서 이미 미국이 선두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족한 부분이라면 제조와 소재뿐이다. 

과거 반도체 강국이었던 일본이 선두인 것은 웨이퍼뿐이다. 일본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반도체 제조장치도 전체로 보면 미국 기업의 점유율이 높다. 가령 웨이퍼에 박막을 형성하는 장치나 연마하는 장치는 거의 미국 어플라이드 머터리얼즈의 독점 상태다. 

검사장치는 KLA 텐코, 식각장치는 램리서치 등 모든 제조장치에서 미국 기업이 선두를 독점하고 있다. 도쿄 일렉트론과 스크린 홀딩스 등 일본 업체는 분명 몇몇 영역에서는 점유율 선두를 차지하지만, 제조장치 전체로 보면 미국 업체, 특히 AMAT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실제로 칩을 제조하는 파운드리와 제조 후공정을 보면 대만의 점유율이 특출나다. 

따라서 바이든 정권의 목적은 미국에 부족한 제조 분야 메우기다.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면 외국으로부터 반도체 산업을 지킬 수도, 외국을 공격할 수도 있게 된다. 대만의 TSMC를 불러들이는 작전은 반도체 체인을 미국 내에서 완결하기 위해서다. 


Ⅱ. 충돌하는 이해관계

TSMC 발표에 따르면 애리조나 공장은 2021년 중 착공해 2024년 조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회로선폭이 5 나노미터인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여 월산 2만 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예정이며, 총투자액은 120억 달러에 이른다. 내역은 밝히지 않았지만 상당 부분은 미 연방정부의 보조금으로 보인다. 

연방정부뿐 아니라 애리조자 주정부와 피닉스 시도 움직이고 있다. 2020년 말에는 공업용수, 산업도로, 배수처리시설 등 인프라를 정비하는 2억 5백만 달러의 예산을 시가 확보했다. 다만 TSMC는 착공 직전까지 미국 정부와 협상을 이어갈 태세다. 

미국에서의 생산 채산성에 의문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애리조나 진출을 결정한 이 회사의 성명문은 이렇게 이어진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앞서 읽은 투자정책을 채택하여 미국 내에서 최첨단 반도체 기술의 사업 전개를 가능케 하는 글로벌 경쟁력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것도 우회적인 문구지만, 요약하면 보조금을 포함해 미국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겠다고 약속해 마지못해 진출을 결정했다는 뜻이다. 미국 공장 건설은 대만보다 2~3배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그 차이를 보조금으로 메워주지 않는 한, TSMC가 정상적으로 사업을 하기란 불가능하다. 

서플라이 체인을 수중에 넣고 싶은 미 정부의 국가 안전보장 논리와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TSMC의 기업 경영 논리라는 상충되는 두 가치관이 유치계획의 이면에서 충돌하고 있다. 애리조나에 투자하는 것은 TSMC 뿐이 아니다. 세계 1,2위를 오가는 반도체 메이커인 미국 인텔은 2021년 3월 23일 해당 주에 200억 달러를 들여 새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피닉스와 인접한 챈들러 시에 공장 2개를 짓고 파운드리 사업에도 뛰어들어 다른 반도체 업체로부터 제조를 위탁받을 계획이다. 인텔의 공장 가동은 2024년 TSMC와 시기가 딱 맞다. 

그동안 자사 제품만 생산하던 반도체의 왕자가 공장을 다른 회사에 개방한다. 바이든 측근들이 쓴 시나리오일 것이다. 상무장관 지나 러몬도는 앞서 언급한 인텔의 발표와 동시에 성명을 냈다. 인텔의 투자는 미국의 기술혁신과 리더십을 지키고 미국 경제와 국가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틀림없이 그해 2월 CEO에 갓 취임한 팻 겔싱어가 바이든의 반도체 전략에 맞추어 움직였을 것이다. 


Ⅲ. 또 다른 거대 세력 유럽의 움직임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만큼이나 또 다른 거대 경제권인 유럽의 움직임도 간과할 수 없다. 워싱턴이 반도체 전략을 본격화할 무렵, 유럽연합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3월 9일 브뤼셀, EU의 행정부인 집행위원회는 2030년을 향한 산업 전략 디지털 캠퍼스를 발표했다. EU 지역 내 반도체 생산을 10년 동안 2배 증가시킨다는 의욕적인 목표를 내걸었다. 

구체적으로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거지가 있는 ST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 네덜란드 NXP 세미컨덕턱스, 독일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 네덜란드 ASML 등 반도체 분야 기업을 모두 모아 유럽 반도체 연합을 결성한다는 구상을 그리고 있다. 

EU는 칩 설계부터 2 나노미터 공정까지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이나 아시아 세력의 뒤만 쫓아가서는 안 된다는 초조함을 표현했지만 높은 목표를 세웠으니 공적자금을 쏟아부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할 것으로 보인다. 


Ⅳ. 자유무역의 종식

눈사태를 맞은 것처럼 세계에서 보조금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그 광경은 마치 20세기 미국과 소련 동서 진영의 군비 확대 경쟁 같다. 상대가 군사비를 늘리면 이쪽도 늘린다. 그러면 또 상대가 더 쌓는 그 과열 경쟁 말이다. 일본 정부는 미국, 중국, 유럽에 한두 발짝 뒤처져 있다. 2021년 여름 시점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도 수백억 엔 단위의 지원책에 불과하다. 

산업에 대한 정부 개입이나 대규모 보조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있지만, 바람직한지 바람직하지 않은지를 떠나 세계가 일제히 산업정책에 나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냉전시기에 미소가 경쟁한 것은 군사력만이 아니다. 군사력을 뒷받침하는 기술개발에서도 치열하게 싸웠다. 그 결과 시장원리의 자유 경쟁에서 격리된 군사 산업이 발달했고 록히드, 맥도넬 더글러스, 레이시온 등이 당시의 첨단 기술을 개척해 나갔다. 

달에 인류를 보내겠다는 존 F 케네디 행정부의 아폴로 계획도 군 확대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 미항공구주국의 주도로 군사 목적에 응용 가능한 분야에 대한 미국의 기술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항공공학, 컴퓨터, 통신, 소재, 로켓, 의학 등의 분야에서 미국이 세계를 압도하는 강한 힘을 구축한 것은 달 탐사를 명목으로 하는 나사의 산업 정책의 성과다. 

지금 미중의 신냉전으로 보조금 확대 경쟁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국가안보라는 이름 아래 경제를 시장에 맡기는 자유방임주의는 시들해질 것이다. 

자유무역주의에 기초한 통상정책이나 독점금지법에 따른 경쟁정책은 예외 투성이가 될 것이다. 

그 필두가 반도체다. 

세계 각국은 반도체가 가진 지정학적 가치를 깨달았다. 한 차례 가속화된 정부의 산업 개입 흐름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자유무역 시대의 끝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글을 마치며 ]

반도체가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국가들은 더더욱 반도체의 미래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주도권은 첨단 기술을 가진 기업들에 있고 얼마나 많은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는가가 국력이 되는 상황이 올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보게 된다면 국가의 예산의 일정 부분을 반도체라는 산업에 투자하고 육성하는 것이 일견 이해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기술력은 기업의 것이기도 하지만 국가적인 재산이라는 점도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반도체 산업이 지정학적인 문제로까지 번져나가고 앞으로의 패권경쟁에서도 주요한 무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은 당연하다고 보인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이 얼마나 많은 반도체 밸류체인의 부분을 가져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제조와 생산을 제외하고서는 대부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 기술력까지 보완이 되는 것은 시간적인 문제라고 보인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지금까지의 발전은 어찌어찌해 왔지만 앞으로의 발전에는 다른 국가와의 연합이 이루어지지 못해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미국은 반도체 패권이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상황이 될 때까지 이런 압박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보인다. 

2022년부터 시작된 반도체 주요 기업들의 미국행은 2023년 들어 가시화되고 있고 공장 구축으로까지 실체화되어가고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이 계획대로라면 2030년에는 미국이 원하는 어느 정도의 성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된다.

이 과정에서 결국 중국이 어느 정도까지 기술적인 격차를 쫓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만 남게 된다. 또한 반도체를 떠나 자유무역의 종식이라는 측면에서도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반도체로 인해서 탄생된 미중 갈등은 다른 무역에서도 연쇄적으로 발생되고 번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원자재를 갖기 위한 미중의 노력도 예전과는 달리 격화될 것이고 이를 둘러싼 각국의 쟁탈전도 상당히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점점 더 국가 간 외교적인 협상과 다양한 국제 무역기구가 탄생될 수도 있고 없어질 수도 있고 협약이 새로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는 결국 지난 몇 십 년 동안 이어져 오던 자유무역의 종식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유무역을 결과물로 인해서 지금까지 저렴한 노동력을 공급하던 국가에서 생산된 결과물을 통해 물가 안정을 이루어나 값싼 생산품을 사용하던 시대가 가고 불균형으로 인해서 예전과 달리 더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후 그동안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자유 무역 체제의 중요성이 전 세계인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고 자국 위주의 보호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많은 국가들로 인해서 세계 경제가 더 급격하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 개인적으로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참고 도서 : 2030 반도체 지정학 (오타 야스히코)

* 박천욱님의 더 많은 생각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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