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성수동에 기묘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미국 국방부와 CIA를 고객으로 둔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가 후드티와 모자를 파는 팝업 스토어를 열었고, 수백 명의 사람들이 ‘오픈런’을 감행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B2B 기업의 마케팅 이벤트가 아닙니다. 기술 산업의 게임의 룰이 확실히 바뀌었음을 알리는 방점이었습니다.
/ 1. 새로운 권력의 법칙: 기술이 아닌 ‘팬덤’
과거의 기술 기업은 최고의 제품으로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리더들이 제품 뒤에 숨지 않습니다. 스스로 제품의 ‘얼굴’이자 ‘상징’이 되어 기업을 알립니다.
젠슨 황(엔비디아): GPU 성능을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저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무대에 올라, AI 혁명이라는 거대한 서사를 설파하는 ‘록스타’가 됩니다.
샘 올트먼(OpenAI): 논문 뒤에 숨지 않습니다. 유튜버, 팟캐스터들과 만나 대화하며 ‘AI가 만들 미래’라는 비전을 대중의 언어로 번역합니다.
일론 머스크(테슬라): SNS를 통해 자신들의 제품이 뛰어남을 알리는 동시에, 경쟁사의 제품 디스까지 합니다. 대중과 격의 없이 이야기하고 토론하며 친근감을 줍니다.
팔란티어 CEO 알렉스 카프도 마찬가지입니다. 캐주얼 정장에 캡모자를 쓴 채 팝업에 나타나 특유의 괴짜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과 사진을 찍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명확합니다. 더 이상 기술의 우월함만으로 경쟁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매력적인 페르소나를 통해 투자자, 인재, 대중을 끌어들이는 ‘팬덤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 2. 왜 ‘매력’이 중요해졌는가?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고,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최고의 기술’이라는 말은 더 이상 절대적인 힘을 갖지 못합니다. 이제 사람들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만드는 ‘사람과 이야기’에 투자합니다.
팔란티어 팝업에 줄을 선 사람들이 팔란티어의 기술력을 검증하고자 왔을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스마트폰 주식 앱에서만 보던 추상적인 기업이 실재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소속감을 느끼고, 비전에 동참하고 있다는 믿음을 사러 온 것입니다.
/ 3. 결론: 당신의 기술은 ‘최고’인가, ‘매력적’인가?
이제 우리 기업들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시간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R&D 보고서와 기술 사양서 뒤에 숨어 “우리 기술이 최고다”라고만 외치고 있지는 않나요? 물론 최고의 기술을 만드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람들이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돈을 쓰고, 열광적으로 지지하게 만들 ‘매력적인 이야기’와 ‘대체 불가능한 리더’가 있는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AI 시대의 진정한 전쟁터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