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한 오프라인 모임에서 '감마 Gamma'라는 서비스를 처음 알게 됐습니다. 사용해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짧은 프롬프트 한 줄 입력했을 뿐인데 약 10페이지 분량의 PPT를 꽤 멋진 디자인으로 제 눈앞에서 뚝딱 만들어줬거든요.


현재 감마는 연 매출 약 1400억, 2조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는 서비스가 됐습니다. 50명의 팀으로 출시 2년 만에 이뤄낸 성과입니다. 최근 감마의 공동창업자 Grant Lee가 미국의 유명 뉴스레터 인터뷰에 참여해 사업 초기에 했던 노력들을 공유했는데요. 작은 규모로 큰 임팩트를 내고 싶은 팀, 이제 막 시작한 초기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는 실전 팁들이 넘쳐납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들을 공유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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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서 나온 Grant Lee의 조언 일부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재편집했습니다.



1. '바이럴 머신'을 만들지 못하면 실패합니다.


22년 8월 베타 버전을 프로덕트 헌트(Product Hunt)에 출시했고 꽤 좋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오늘의 제품', '금주의 제품', '이달의 제품'을 모두 수상했죠. PMF를 찾았다고 기뻐할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문제를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초기 사용자들이 우리 서비스를 다시 사용하는 비율(리텐션)이 현저히 낮았습니다.

새로운 사용자들이 매일 들어오긴 했지만 증가 속도가 매우 느렸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력한 입소문을 통한 바이럴이 되지 않았습니다.


'마케팅에 돈을 써볼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리는 이 제품의 한계를 이미 느끼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창업자는 제품 자체를 '바이럴 머신'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합니다. 이 부분을 제대로 해내면 다른 모든 일이 쉬워집니다. B2C, B2B 제품 모두에 적용됩니다.


우리 초기 고객이 자신의 동료나 지인들에게 우리 제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적극 추천해야 합니다. 그래야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돈을 쓰는 마케팅은 (그 자체로 폭발력이 있는 제품의) 증폭기 역할만 할 뿐입니다.


(*제품 자체의 바이럴 없이 돈을 쓰는 마케팅으로 트래픽을 만들어 성장하는 건 지금 시대에 사실상 성공하기 매우 어려운 접근 방식입니다.)



2. 감마를 '바이럴 머신'으로 개선한 방법


고객이 제품을 경험하는 첫 30초를 마법의 순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우리 서비스에 처음 들어와서 가치를 얻기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단축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죠. 온보딩 과정을 개편하는 데에만 3~4개월을 투자했습니다.


주요 접근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고객은 이기적이고, 허영심이 많고, 게으르다고 가정해야 합니다. 그들은 새로운 도구를 배울 의향이 없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먼저 그들이 행동할 수 있는 동기를 모든 온보딩 과정에서 심어줘야 합니다.)

2. 스타트업은 시간도, 자원도 부족합니다. 모든 에너지를 단 하나의 경험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게 우리에게는 '자, 이제 단 몇 초만에 멋진 슬라이드를 만들어봐'였습니다. (+이 경험을 충격적으로 만들기 위해 AI를 도입)

3. 만들어진 결과물을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마법 같은 경험 → 공유의 과정까지 생길 수 있는 모든 마찰을 제거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런 온보딩 경험을 만들기 위해 우리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초대해 이 제품을 써보고 느껴지는 모든 것을 말로 표현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들의 실제 사용 모습을 관찰하면서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할지 파악하고, 그걸 적용하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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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 로그인 후 2~3번의 클릭으로 만들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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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으로 생성 화면을 보여주고, 우측 하단 체크리스트로 다음 할 일을 알려줍니다.


23년 3월 말에 온보딩 경험 전체를 개편하고 AI까지 적용한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그 어떤 유료 마케팅도 하지 않았습니다. 첫날에 수천 명의 고객이 몰렸습니다. 다음 날에는 5,000명, 얼마 후부터는 하루 20,000명의 새로운 고객이 생겼습니다. 프로덕트 헌트 출시 때와는 완전히 다른 수준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때 PMF를 찾았다고 확신했습니다.



3. 콘텐츠 마케팅은 가치 교환의 과정입니다.


경쟁이 심한 시장에서 창업자가 직접 목소리를 내는 콘텐츠 마케팅은 필수적입니다. 마케팅 팀에 위임하거나 에이전시를 고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품을 만든 자신이 어떻게 소음을 뚫고 사람들에게 우리 제품의 스토리를 전달할 것인가를 계속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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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드인, X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Grant Lee


단기적인 '광고'가 아닌 장기적인 '관계 구축'에 초점을 맞추세요. 콘텐츠 마케팅은 '가치 교환'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선의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유용한 콘텐츠를 통해 많은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우리 제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겁니다.


개선된 제품을 출시할 때 저희는 트위터를 통해 바이럴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의도적으로 논란이 될만한 도발적인 트윗을 게시했습니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술이 곧 쓸모없어질 겁니다' 같은 내용이었죠. 며칠 후 그 트윗이 바이럴 되기 시작했고, Paul Graham(유명 투자자이자 스타트업 멘토)이 댓글을 달면서 더 빠르게 퍼졌습니다. 소음을 뚫고 청중에게 닿기 위해서는 약간의 논란을 활용하는 것도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랑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배운 유용한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세요. 저는 늘 제가 배운 것, 관찰한 것, 흥미로웠던 것, 잘 먹혔던 전략 등을 메모합니다. 그리고 그중 일부를 발전시켜 저희 팀원들에게 먼저 보여줍니다. 그중 '오! 이런 건 처음 들어봐요', '오, 이건 신선한 생각인데요?' 같은 반응이 나오는 내용들만 게시물로 작성하기 시작합니다. 저 역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여전히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의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는 것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습니다. 읽을 것도, 처리할 것도 너무 많습니다. 높은 기준을 가지고 콘텐츠를 발행하세요. 얕게 고민한 수준 낮은 콘텐츠를 읽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4. 건강하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유료 마케팅 비중


신규 고객의 50% 이상이 유료 마케팅을 통해 유입되고 있다면 성장 엔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바이럴이 없는 제품을 만드는 건 '깨진 양동이'를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돈을 써서 퍼널 최상단에 물을 부어도 (=유료 마케팅으로 트래픽을 쏟아부어도) 전부 이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감마를 예로 들면,


지금도 감마의 신규 고객 중 50% 이상은 gamma.app, Gamma와 같은 브랜드 키워드 검색을 통해 유입됩니다. 그들은 어디선가 감마에 대해 듣고 직접 검색합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가장 큰 증폭기의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성과가 실제 데이터보다 1.5배 이상 증폭되는 것을 자주 목격합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진행되는 시점에 브랜드 키워드 검색을 통해 전환되는 고객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는 현상)


비중이 크진 않지만 일부 고객은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유입됩니다. 회사가 성장할수록 브랜딩과 퍼포먼스에도 투자를 해야 합니다. 단, 제품에서 충분한 바이럴의 신호가 보이기 전까지는 퍼포먼스 마케팅에 투자하는 것을 권하지 않습니다.



5. 작은 기업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실제 우리 매출에 가장 큰 임팩트를 주는 고객 집단을 찾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저는 그들을 '에코 챔버'라고 부릅니다. 저희의 경우 '교사'가 에코챔버였습니다. 그들은 매일 많은 양의 슬라이드를 만들고, 커뮤니티에서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에 대해 많은 정보를 공유합니다.


[에코 챔버의 두 가지 요건]

1. 우리 제품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일을 거의 매일 합니다. (=높은 체감 가치 + 리텐션)
2. 정보를 공유하기 좋은 환경, 커뮤니티 집단에서 활동합니다. (=입소문에 유리)


초기에 저희는 이 에코 챔버에 해당하는 고객이 진심으로 믿고 애정하는 인플루언서를 직접 한 명 한 명 찾아 컨택했습니다. 확장하기 어려운 방식이지만, 이 과정을 거쳐야 이후 에이전시와 일을 하더라도 인플루언서를 더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산을 쪼개 여러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와 일하면서 무엇이 먹히는지 (=어떤 메시지, 멘트, 흐름, 화면 구성 등)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저희의 경우 1명 당 약 30만 원 ~ 100만 원 수준으로 예산을 배분해 월에 약 20명과 협업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인플루언서와의 소통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제가 직접 연락해 사용법을 친절히 안내하고, 그가 이 제품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느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습니다. 엄격한 가이드를 주지는 않았지만, 좋은 콘텐츠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생산적인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그들이 우리를 한 팀으로 느낄 수 있도록 우리의 브랜드 자산 역시 언제든 접근할 수 있도록 열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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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공개된 감마의 구체적인 브랜드 가이드


인플루언서가 이 제품을 '내 것'으로 인식할 때 좋은 콘텐츠가 나옵니다. 정말 많이 사용해 보고, 앞으로도 사용하고 싶은 제품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추천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팔로워들이 반응합니다. 짜인 기획이나 어설픈 바이럴 스크립트로는 큰 효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질을 먼저 갖추고 양을 서서히 늘려가는 것이 좋습니다.





서비스뿐 아니라 물성이 있는 제품 역시 바이럴리티 여부가 성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디지털로 표현할 수 있는 글(카피), 이미지, 영상이라는 세 가지 시각적 수단으로 표현했을 때 우리 제품이 '놀라움'이라는 반응과 '공유'라는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과정을 힘들고 어렵다며 건너뛰고 시작하는 마케팅 여정은 매우 험난할 수밖에 없습니다.


광고가 유용한 수단이 되는 상황은 이제 두 가지뿐입니다.


바이럴리티를 빠르게 검증하고 싶을 때

바이럴리티를 증폭시키고 싶을 때


만약 아직도 광고의 ROAS수치만 보며 모든 성장을 디지털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면, 시야를 조금 더 넓혀 '고객이 적극적으로 입소문을 퍼트릴 무언가를 기획하고 개선하는 일'에 시간과 예산을 배분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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