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올해 연차를 빨리 소진하라고 연락이 왔다. 나는 달력을 확인한 후, 바로 연차 소진 계획서를 제출했다. 계획서는 그대로 연차 결제로 이어졌고, 그때 서류에 작성한 대로 나는 연말에 1주일가량의 휴가를 쓰고 쉬고 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다. 벌써 2025년이 끝이라고?? 사실 매년 막바지마다 연말결산을 하고, 내년 계획을 세우는 것은 몇 년 전부터 항상 진행하고 있었다. 이번에 연말결산을 링크드인에만 올리고 브런치에 쓰지 않으려 했지만... 좀 더 진지한 얘기를 길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브런치에도 써본다.


- 이 글은 올해 초에 쓴 [시니어 디자이너의 2025 계획]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 또 다른 연말결산 / 내년 계획에 대한 글은 제 링크드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좀 더 친근한 어투의 글입니다)



2025년의 나는 연초 계획을 잘 수행했을까?


1. 영어회화 공부하기 -> 꾸준히 진행 중

지난해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였다. 많은 회사원들이 언어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과외를 한다. 그리고 수많은 교육 서비스들이 있다. 코로나 시국 이후로 해외에 잘 나가지 않으면서 영어 실력이 바닥을 쳤던 나는, 영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쫄보가 되었다.


하지만 CONFIG 같은 해외 콘퍼런스의 영상을 접하면서 영어 학습의 중요성을 크게 깨달았다. 해외의 디자인 관련 영상들이 모두 친절하게 한국어 자막을 설정해주지 않는다. 그들의 말을 이해하려면 언어를 배울 필요가 있었다. 나도 CONFIG에 가고 싶다고 얘기하고 싶어도 영어 초짜에게는 그럴 자신이 없었다. 그 이후 나는 올해 초 계획을 세우고 나서 스픽에서 진행하는 프로모션을 발견하자마자 스픽을 결제했다.


다행히도 나는 꾸준히 스픽 앱으로 하루에 최소 2개의 강의를 들었다. 해외여행용 영어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강의를 들었다. 스픽이 반복 연습에 특화되어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문장이 입에서 나오게 할 수 있었다. 물론 문장 하나가 자연스럽게 나오려면 아직 멀었지만, 적어도 커피 주문 정도는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다. 지금 듣고 있는 코스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좀 더 어려운 코스를 도전해보려 한다.


2. 포트폴리오 진짜로 만들기 -> 4분기부터 시작함

나는 지금 1년 동안 포트폴리오 1:1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나에게 멘토링을 듣는 분들의 포폴을 1년간 엄청나게 많이 봐왔다. 근데 내 포트폴리오는 전혀 업데이트하지 못하고 있다. 참고로 내 포트폴리오는 22년도에 멈춰 있다. 외부 활동용으로 제출한 내 포트폴리오는 22년에 만든 포트폴리오다.


22년 이후로도 몇 번의 좋은 제안을 받았으나, 당시의 나는 회사에서 하던 프로젝트도 있었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했었다. 하지만 현재 이런 제안에 대해 좀 더 마음을 열어놓기로 생각하고 나서, 나는 본격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당장 상황을 코앞에 두고 포트폴리오를 급하게 만든다면, 내가 원하는 퀄리티의 포트폴리오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좋은 기회는 내가 준비되었을 때 오지 않는다. 갑자기 찾아온다. 이에 대비해서 내가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디자이너에게는 그 [준비]가 포트폴리오 제작이다. 지금 인트로는 어느 정도 완성했는데, 본문 만들기가 여간 쉽지 않다. 내가 다른 디자이너들에게 말했던 포트폴리오 피드백 사항들을 곱씹으면서 만드니까 더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내년에는 좋은 포트폴리오 하나 제대로 완성했으면 한다.


3. 브런치북 만들어서 출판 응모하기 -> 응모했으나 탈락!

브런치북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내가 매거진으로 쓰고 있던 [시니어 디자이너]에 관련된 글을 다시 엮으면 되는 거니까. 그렇게 탄생한 브런치북이 [저도 시니어 디자이너가 처음이라서] 다. 이 브런치북으로 2025 브런치북 출판에 응모했으나 탈락했다. (브런치에는 숨은 고수들이 정말 많았다...)


나보다 글을 훨씬 더 잘 쓰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내 글이 잘 팔릴 것 같지 않아서 뽑히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애초에 [책 출판]을 목적으로 글을 썼다면 지금처럼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내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이에 공감했기를 바라면서 브런치북 공모 프로젝트 챕터를 접었다. 그리고 브런치북 응모만이 책 출판의 길이 아니기 때문에 기회는 언제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외에도 나는 계획한 것 외에도 많은 것들을 해냈다. 1년 동안 지속한 포트폴리오 멘토링, 그리고 여기에서 이어진 비전공자 대상 포트폴리오 특강, 패스트캠퍼스에서의 세미나, 여러 번의 커피챗과 인터뷰 그리고 다양한 콘퍼런스 참여 등등. 외부 활동이 점점 많아지면서 내 얘기를 펼칠 기회 또한 많아졌다. 처음에는 발표하는 것조차 무서워하던 내가 이제는 [이런 자리가 더 있었으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는 더 성장했다 생각하는 부분도 있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그리고 나는 1월이 시작하자마자 팀을 이동한다. 이 결정이 나에게 좋은 결정인지, 그렇지 않은 결정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내년이 내 커리어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고, 2026년의 회사에서 내가 어떻게 일하고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잘 그려지지 않는다.



2026년에는 어떤 목표를 세울까?


회사 안팎으로 기대되는 점, 불안한 점이 모두 있지만 2026년은 온다. 내가 시간을 멈출 수는 없으니까. 내가 알지 못하는 변화가 있다 해도 나는 지난해보다 좀 더 나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대략적인 목표를 몇 가지라도 세워야 한다.


1. 대학원 알아보기. 실제 지원까지 가면 더 좋고.

매번 글을 쓰고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내가 아는 것의 바닥이 보이고 있다. 세미나는 누군가에게 내 지식을 알려주기 위해 마련된 자리인데, 여기서 내 지식의 한계를 느낀 것이다. 내가 학교에서 배우고 회사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대학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회사에 실제로 대학원에 재학 중인 디자이너가 몇몇 있는데, 그중 한 분의 UX 디자인 대학원 커리큘럼을 보니 꽤 유익하고 재밌어 보였다. 어쩌면 대학원에서 내가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을 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어디 대학원을 갈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회사의 일과 나의 재정 상황에 따라서 못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내가 처음으로 학교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2. 포트폴리오 진짜로 완성하기.

외부에서 활동할 때, 담당자분이 내 이력과 포트폴리오(또는 공개 가능한 작업물)를 요구할 때가 있다. 25년까지는 이게 참 난감했다. 대부분 포트폴리오에서 가져다가 사용하셨는데 이 포트폴리오 퀄리티가 정말 안 좋았기 때문이다(눈물). 나는 그 정도만 만드는 디자이너가 아닌데!


그래서 나에게는 지금 이전에 항상 전달한 포트폴리오보다 훨씬 더 좋은 최신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아직 본문을 만들지 못한 포트폴리오, 2026년도에는 꼭 완성하자.


3. AI를 놓지 않기. 특히 바이브 코딩 쪽으로.

올해 잘한 일 중 하나는 하반기에 AI를 경험해 봤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팀을 이동했다고 AI를 손 놓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바뀌는 조직에서도 AI를 쓰겠지만 나는 좀 더 바이브코딩 방향으로 AI를 쓰고 싶다.


생성형 AI는 항상 쓰겠지만 바이브코딩 툴을 쓸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프롬프트 쓰는 것도 미숙해 보이고, AI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퍼포먼스를 잘 내게 하고 싶다. 강연을 듣거나, 내가 따로 연습을 하거나 해서 25년보다 좀 더 AI를 잘 쓰는 사람이 되어야지.


4. 내가 회사에서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 하나라도 하기

사실 이 목표는 내 경력의 디자이너라면 충분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내년에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적어도 이 조직에 내가 있어야 할 이유 하나라도 만들려고 한다.


적어도 내가 내세울 만한, 회사에 크게 기여한, 나의 성장을 증명한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이를 수행하기. 내 2026년 회사생활의 목표이다.




나는 2025년을 참 다이내믹했다고 얘기한다. 좋은 기억도 많지만 하반기 들어서 아쉬운 기억이 더 많아서 마무리가 찝찝할 뿐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조금이라도 이 아쉬운 기억이 덜했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나은 나 자신이 되길 바라면서 2025년을 떠나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