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1년 동안 포트폴리오 멘토링을 진행해 왔다. 그래서 회사에서 채용을 진행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채용 시즌만큼 수많은 포트폴리오를 봤다.
나를 마케팅 디자이너로 소개하는 만큼 마케팅/콘텐츠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봤는데, 당연하지만 마케팅 디자이너의 포폴에는 배너/이벤트 관련 프로젝트가 들어가야 한다. 근데 배너나 이벤트 페이지를 포트폴리오에 "잘" 넣기 쉽지 않다. 프로덕트나 브랜드 디자인 포트폴리오와는 다른 어려움이 있다.
경력부터 산업군까지 다양한 마케팅 디자인의 포트폴리오를 보다 보면 공통적으로 보이는 문제점들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1년간 내가 디자이너들에게 말한 내용을 정리할 겸, 내가 서류를 심사할 때 어떤 포트폴리오를 인상 깊게 보았는지도 돌아보기 위해 포트폴리오 관련된 주관적인 글을 써보려 한다.
- 이 글은 개인적인 의견이 담긴 글입니다. 각 회사별 서류 심사관들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해당 글은 포트폴리오를 PDF로 만들 때의 기준입니다. 웹사이트로 만들 경우 다를 수 있습니다.
마케팅 디자인 포트폴리오의 가장 어려운 점은?
내가 생각하는 마케팅 디자인 포트폴리오의 어려운 점은 아래 3가지다.
1) 속도가 중요한 마케팅 디자인 업무 특성상, 깊이 있는 작업물을 내기 어렵다. 대부분 빠르게 만든 배너 또는 이벤트 페이지라서 자칫하면 가벼워 보인다.
2) 작업물이 너무 많아서 이걸 다 보여주고 싶어도 어떻게 포트폴리오에 보여줄지 모르겠다. 이 많은 걸 다 넣으면 포트폴리오 장 수가 100장이 넘어갈 것이다.
3) 대부분 정해진 템플릿 내에서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차별점을 주기 어렵다.
첫 번째 어려움, 마케팅 디자인이 다른 디자인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속도]다. 적어도 몇 주 이상 진행되는 디자인 프로젝트에 비하면 배너 또는 이벤트 페이지 작업은 1주일, 빠르면 단 몇 시간 내에 작업해야 한다. 그래서 일정 기간 동안 훨씬 많은 작업물들이 나온다. 이러한 업무 특성상 다른 디자인 프로젝트들에 비해 업무가 가벼워 보여서 이 작업물을 넣을지 말지 고민이 많다. 이 때문인지 몇몇 마케팅 디자인 포트폴리오에서는 첫 번째 프로젝트가 마케팅 디자인이 아닌 브랜드 또는 프로덕트 디자인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 어려움, 위의 첫 번째 어려움 때문에 주변의 마케팅 디자이너들이 포폴 제작, 연말 평가를 목적으로 자신의 작업물을 정리할 때 이런 고민을 한다. "내가 프로젝트를 나눌 때, 작업물 하나하나를 나눠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 중 제일 잘 한 작업물만 골라서 올려야 할까?" 다 넣어야 할 것 같은데 이 많은 것을 다 넣으면 포폴 용량만 커지고.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마케팅 디자이너의 역량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어려움, 이는 아마 경력이 얼마 안 된 디자이너들의 고민일 것이다. 처음 마케팅 디자인을 시작한다면 대부분은 템플릿이 정해진 디자인에서 베리에이션 하는 업무부터 시작한다. 특히 배너가 그렇다. 배너는 대부분 템플릿이 정해져 있다. 그게 운영이 쉽기 때문이다. 근데 다른 사람이 정해준 템플릿대로 만든 배너를 포트폴리오에 넣을 수 있을까? 정해진 템플릿 내에서 만든 디자인 업무에서 내가 어떤 고민을 하고 정성을 들이는지 보여주는 것도 참 어렵다.
비주얼은 기본, 여기에 더 깊이 있는 [나]를 보여줘야 한다
위의 3가지 어려움은 [속도에 치중한 나머지 깊이 있게 작업하기 어려운] 마케팅 디자인 업무 특성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정해진 템플릿으로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시즌, 특정 시간에만 라이브 되고 내려가는 배너나 이벤트 페이지들은 누군가가 깊게 보지 않으면 있었는지도 모를 디자인이다.
이 때문에 마케팅 디자인 포트폴리오에서는 [이 사람이 마케팅 디자인을 대하는 자세]가 티가 날 수밖에 없다. 정말 단순하게 만들면 [그냥 배너나 페이지를 공장돌리기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이 글을 보는 분들이 "나는 작은 배너 하나 작업할 때에도 이것저것 많이 생각하면서 만드는 사람이야!"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면, 단순히 작업물을 나열하지 않고 여기에 [내가 이 디자인을 진행하면서 했던 고민]을 포트폴리오에 넣는 것이 중요하다.
가끔 그런 포트폴리오가 있다. 포트폴리오 PDF 파일을 보는데 장표 1장당 배너와 이벤트 페이지가 1개씩 들어 있다. 심지어 이 작업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000 작업 - 여기서 설명이 끝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포트폴리오는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배너와 이벤트 페이지(또는 상세 페이지)를 공장 돌리듯이 만든] 포트폴리오다. 다시 말해 [아무 생각 없이 정해진 범위 내에 디자인만 만든 사람]으로 보이기 쉽다. 안타깝게도 회사에서는 이런 사람을 뽑지 않는다. 이런 사람을 뽑는다면, 기간제나 아르바이트를 뽑을 것이다.
그러면 이런 배너와 페이지들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 내 배너오 이벤트페이지 작업물들을 [프로젝트화] 해야 한다. 보통 PDF로 만드는 포트폴리오에서는 프로젝트별로 본문을 구성하며, 이 프로젝트들은 중요할수록 많은 장표를 할당받는다.(1,2번째에 위치한 프로젝트들의 장표 수가 많은 이유가 있다) 이런 포폴 파일이 많은 와중에 1 배너 1장 표 또는 1페이지 1장 표로 구성한다면? 다른 포트폴리오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져 보일 것이다.
이전 노폴 세미나에서 예시로 들은 이벤트 페이지 카테고리화
단타성 작업이 많은 마케팅 디자인에서 [프로젝트화]를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내가 작업한 디자인들을 카테고리로 묶는 방법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에는 그동안 작업한 배너나 이벤트 페이지가 엄청나게 많은데, 매스 프로모션이나 캠페인처럼 규모가 큰 프로젝트들 제외한 상시 작업들은 목적이나 용도에 따라 묶어버렸다.
[이벤트 페이지] : 페이지 디자인과 다양한 이벤트 운영에 초점을 맞춘다.
- 커머스 서비스 프로모션
- 제휴사(프랜차이즈 브랜드, 결제사 등)를 돋보여야 하는 프로모션
- 매거진처럼 콘텐츠로 보이게 하는 프로모션]
[배너] : 수많은 배너를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 배너 템플릿을 내가 만든 케이스 + 이 템플릿으로 운영한 배너들
- 일반 템플릿 외에 특수 케이스 배너(눈에 띄어야 하는 이벤트의 배너들)
그리고 여기서 디자인 작업하면서 어떻게 고민했는지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작업물 자체에서 압도하는 퀄리티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장표에서 기교를 부리는 것이 좋은데, 그 기교가 바로 [장표 디자인]이다. 이 장표 디자인을 통해서 나의 고민을 얘기할 줄 알아야 한다. 도표로 넣어보고, 연장선을 과감히 써서 디테일한 부분에 설명을 더하는 것도 좋다. 내 프로젝트를 돋보이는 수단으로 장표 자체를 잘 디자인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좋은 퀄리티의 작업물을 토대로 만들어야 한다. 운영 속도도 중요하지만 디자인의 퀄리티 역시 좋아야 한다. 디자인할 때 비주얼 만드는 실력은 기본, 내가 여기서 어떤 고민과 생각을 하고 작업하는지 포트폴리오로 보여줘야 한다.
포트폴리오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나 역시 현재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다.(외부 활동할 때에 내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홍보 자료를 만들기 때문에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더라) 역시나 경력이 오래된 사람에게도 포트폴리오 만드는 것은 어렵더라. 지금 프로젝트 설명하는 본문 페이지 1장 만드는 데에 시간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모두에게 내 포트폴리오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 PDF 파일 또는 웹사이트 하나로 최대한 디자이너로서의 나를 돋보여야 하는데, 그만큼 이 포폴 하나에 엄청난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사에 다니면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소중한 퇴근 후 시간과 주말을 쪼개서 노트북을 펼치고 다시 작업의 늪에 들어가야 하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글을 보는 디자이너들에게는 포트폴리오를 미리 만들어 놓거나 꾸준히 업데이트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언제 좋은 기회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여러 번의 좋은 제안을 받았을 때 포트폴리오가 준비되지 않았다. 그래서 급하게 포폴을 만들어서 냈을 때도 있었다. 포트폴리오는 발등에 불 떨어질 때 만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퀄리티 높은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려면 시간을 충분히 두고 작업해야 한다.
그러니까 저처럼 발등에 불 떨어져서 급하게 포트폴리오 만들지 마시고... 꼭 퀄리티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드시길!! 모두들 나 자신을 멋진 디자이너로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