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골목이었다.

나는 누군가를 쫓고 있었다.


나는 왜 저 사람을 쫓고 있는 거지?

헐떡거리는 숨에 순간적으로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저 사람을.. 잡아야만 한다!!

젖은 아스팔트 위에서 발이 미끄러졌다.


중심을 잃은 순간,
몸이 앞으로 쏠렸고
얼굴이 바닥에 부딪혔다.


“아아아아아!!!”


나는 그대로 누운 채 소리를 질렀다.

아파서라기보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쏟아져 나왔다.


비가 얼굴 위로 떨어졌다.
따가웠다.

그리고 차가웠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누구지? 왜 이러고 있는 거지?”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회사에 출근해서

일하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내가 누구냐고?!”

나는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나는 회사원이야.
그것도 대기업 회사원이라고!”


숨이 가빴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내가 꿈꿨던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비 오는 날,
골목 바닥에 누워서
누군가를 쫓고 있는 이 장면은
내가 상상하던 어떤 미래에도 없었다.


“이게 뭐야… 씨…”


나는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옆에서 삐그덕 소리가 났다.

나를 피해 도망치던 바로 그 남자였다.
남자는 내 앞으로 쌓여 있던 박스들을

쏟아내고 다시 도망쳤다.

박스더미로 맞는 그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졌다.

이성도, 체면도,
회사원이라는 껍데기도 풀렸다.


“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며 남자를 뒤따라 달렸다.
비를 가르며, 골목을 가르며.

그리고 마침내 잡고야 만다.


“하악… 드디어 잡았다.”




******


그때, 박수 소리가 들렸다.

비 오는 골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리.
회사 회의실에서 들리는
정제된 박수 소리.


나는 멋있게 수트를 입고 서 있다.

그날 나는 내 손으로
도망치는 누군가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걸로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이때가 내 인생의 눈부신 시작이 아니라,

뒤틀린 순간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어떤 식사 자리에서 시작됐다는 걸.



<슈퍼마케터>

- 다음 1화 회사에 맞지 않는 인간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