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에서 올리브영은 '선택 피로(Decision Fatigue)'를 해소하는 판단 대행 서비스로, 2화에서 다이소는 불황기 소비 심리인 '립스틱 효과'를 뷰티 카테고리 전략으로 전환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은 브랜드에는 언제나 심리적 원리가 있었습니다. 세 번째 브랜드는 토스입니다. 이번엔 '행동 마찰(Friction)'입니다.

행동 마찰(Friction) — 작은 불편함 하나가 사용자의 행동 전체를 막는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었다, 귀찮음이었다

2015년 이전, 한국에서 스마트폰으로 계좌이체를 한 번 하려면 다음의 모든 과정을 거쳐야 했다. 우선 PC에서 공인인증서를 발급받는다. 그 인증서를 스마트폰으로 옮기기 위해 은행 사이트에서 '인증서 내보내기'를 찾고, 전송 암호를 설정하고, 모바일앱을 열어 다시 불러온다.

이제 이체 화면이다. 받는 계좌번호와 금액을 입력한 뒤, 지갑 속 보안카드를 꺼내 지정된 숫자를 확인하고 입력한다. 마지막으로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송금이 완료된다. 이것이 당시 '모바일 계좌이체 1회'의 전체 절차였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건 없었다. 하지만 아무도 편하지 않았다. 문제는 기술의 부재가 아니라 '행동 마찰(Friction)'이었다. 할 수는 있지만, 하기 싫어지는 구조였다.

행동경제학에서 마찰이란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려 할 때 경험하는 인지적·물리적 저항이다. 마찰이 크면 의도가 있어도 행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반대로 마찰을 줄이면, 원래 하지 않을 행동도 하게 된다. 넛지(Nudge) 이론의 핵심 원리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와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이 정립한 넛지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더 합리적인 선택지'가 있어도 접근성이 낮으면 선택하지 않는다. 마찰을 제거하는 것은 곧 행동을 설계하는 것이다. 올리브영이 '선택의 수'를 줄여 결정 피로를 없앴다면, 토스는 '행동의 단계'를 줄여 실행 저항을 없앴다.

"공인인증서를 없애자." — 토스 창업자 이승건 대표가 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불가능하다'였다.

마찰 제거를 제품 철학으로 만들다

토스는 2015년 출시 당시 단 하나의 기능만 있었다. 공인인증서 없이 3번의 터치로 송금. 이것뿐이었다. 투자자들은 기능이 너무 적다고 했다. 하지만 출시 1주일 만에 10만 명이 가입했다.

사람들이 원한 건 더 많은 기능이 아니었다. 더 적은 귀찮음이었다. 토스는 이 원리를 모든 기능 설계에 일관되게 적용했다. 신용점수 조회, 보험 분석, 주식 투자까지 전부 '몇 번의 터치'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2021년 10월 정식 출범한 토스뱅크는 계좌 개설 4분 완료라는 기록을 세웠다. 시중은행 평균 30분 이상의 개설 과정과 비교하면, 마찰 제거가 단순 UX 개선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자체임을 보여준다.

💡봄앤비 시각
당신의 고객이 이탈하는 지점을 찾아라. 복잡한 회원가입, 긴 결제 단계, 애매한 버튼 배치. 그것이 마찰이다. 마찰 하나를 제거하면 전환율이 바뀐다.

슈퍼앱 전략 — 마찰 제거의 확장

토스의 다음 전략은 '금융의 모든 것을 한 앱에서'였다. 여러 금융사 앱을 오가며 겪는 마찰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토스 안에서 타 은행 계좌를 연결하고, 카드 내역을 보고, 주식을 사고, 보험을 분석한다.

이 슈퍼앱 전략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각 기능의 진입 장벽을 토스 스타일로 낮췄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를 처음 해보는 사람도 토스증권에서는 2분이면 계좌가 열린다. 마찰 제거가 곧 고객 획득 전략이 됐다.

올리브영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검증된 선택지'를 제공했다면, 토스는 '하나의 앱 안에서 모든 금융 행동'을 가능하게 했다. 마찰 제거의 범위가 단일 기능에서 생태계 전체로 확장된 것이다. 슈퍼앱은 기술 전략이 아니라, 심리 전략이다.

전략은 숫자로 증명됐다. 토스의 누적 가입자는 2025년 8월 기준 3,000만 명을 넘었고, 월간 실제로 앱을 여는 사람만 1,500만 명이다. 토스증권에서 주식 계좌를 개설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분, 기존 증권사 대비 90% 이상 단축된 수치다. 더 좋은 금리도, 더 많은 기능도 아니었다. 덜 귀찮은 것 하나로 3,000만 명을 모았다.

📌마케터가 가져가야 할 3가지

💡전환 깔때기를 마찰 지도로 다시 그려라 - 고객 여정의 매 단계에서 '왜 여기서 이탈하는가'를 물어라. 콘텐츠보다 마찰 제거가 전환율을 더 빠르게 올린다.

💡기본 기능을 완벽하게 하는 것이 전략이다 - 토스는 초기에 기능을 추가하지 않고 하나를 완벽하게 만들었다. 완성도 낮은 10개보다 완성도 높은 1개가 입소문을 만든다.

💡쉬움 자체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된다 - 토스에서 된다면 어디서나 된다. 이 인식이 토스의 포지션이다. 가볍고 쉬움을 브랜드의 핵심 약속으로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