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얻은 브랜드들은 인간의 어떤 욕망과 연결하거나 어떤 심리를 파고 든 것인지 궁금하여 그 비밀을 들여다 보기로 했습니다.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 — 경기 불황기에 소비자들이 고가의 사치품 대신 립스틱 같은 비교적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며 심리적 만족과 품위를 유지하려는 현상
왜 불황에 립스틱이 팔리는가
경제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경기가 나빠질수록 고가 명품 소비는 줄지만, 저가 '작은 사치' 소비는 오히려 늘어난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에서 립스틱 판매량이 급증했고,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이것이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다.
심리의 핵심은 '자기 보상의 정당화'다. 큰 소비를 포기한 나에게 작은 선물을 하는 행위. 5,000원짜리 립스틱은 단순한 색조 화장품이 아니다. '이 정도는 나를 위해 써도 괜찮아'라는 내면의 허락이다.
"다이소에서 샀어" — 이 말이 더 이상 창피하지 않은 시대. 오히려 '현명한 소비자'의 증거가 됐다 |
다이소가 뷰티를 공략한 방법
2023년까지 다이소 뷰티는 생활용품의 부록 같은 취급이었다. 전환점은 VT코스메틱의 리들샷이었다. 피부과 시술 분인 리들샷을 3,000원에 출시하자 품절 사태가 이어졌다. SNS에서 '다이소 뷰티 하울' 콘텐츠가 폭발했다.
다이소는 여기서 전략적 선택을 했다.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브랜드를 끌어들였다. 애경, 클리오, 핑크풋 등 검증된 중견 브랜드들이 다이소 전용 라인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는 브랜드'의 제품을 저가에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2022년 말 7개 브랜드 120여 종으로 시작한 다이소 화장품은, 2023년 말 26개 브랜드 250여 종으로 늘더니, 2024년 말에는 60여 개 브랜드 500여 종으로 확대됐다. 2025년 말 현재는 150여 개 브랜드 1,400여 종을 넘어섰다. 3년 만에 취급 브랜드 수가 2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초저가 화장품이 틈새 상품을 넘어 하나의 주요 소비군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매출도 폭발적이었다. 뷰티 카테고리 매출 증가율은 2022년 50%, 2023년 85%에서 2024년에는 144%까지 치솟았다. 2025년에도 약 70% 성장이 이어졌고, 올해 1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20~30대 여성 고객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며, 다이소의 고객 연령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
💡 봄앤비 뷰 가격 경쟁은 레드오션이다. 그러나 '가치 대비 가격'의 재정의는 다른 게임이다. 다이소는 싼 게 아니라 '이 가격에 이 품질'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
'가성비'가 아니라 '가치 소비'로 포지셔닝하다
다이소의 진짜 마케팅 성공은 소비자 심리의 전환에 있다. '싼 걸 산다'가 아니라 '현명하게 산다'는 자아상을 만들어준 것이다. 이 차이가 크다.
Z세대와 MZ세대에게 '다이소 뷰티'는 하나의 취향 코드가 됐다. 유튜버와 틱토커들이 앞다퉈 '다이소 뷰티 챌린지'를 만들었고, 비싼 제품과 비교 콘텐츠가 쏟아졌다. 브랜드가 만든 광고보다 소비자가 만든 콘텐츠가 훨씬 더 강력하게 다이소 뷰티를 홍보했다.
이 변화는 앱 데이터에서도 선명하게 읽힌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 조사에 따르면, 2024년 12월 다이소몰 앱 월간 사용자 수는 335만 명으로 앱 출시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81% 급증한 수치다.

2023년 말 뷰티 카테고리 확장이 본격화된 시점과 정확히 맞물린다. 오프라인 매장을 넘어 온라인몰까지 유입이 폭발한 것은, 다이소 뷰티가 단순한 충동 구매를 넘어 '탐색하고 기다리는' 목적 소비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사용자 구성도 의미심장하다. 다이소몰 앱 이용자의 75.8%(321만 명)가 여성이며, 연령대별로는 20대가 29.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30대(24.3%), 40대(23.3%)가 뒤를 잇는다. MZ세대(20~30대)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특히 10대 사이에서는 뷰티 유튜버가 소개한 화장품이나 SNS 유행템을 다이소에서 구입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고, 입소문을 탄 재품들은 재고가 빠르게 소진돼 '품절템'으로 불린다. 품절 자체가 또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이는 다이소몰로 고객을 유도하는 마케팅 장치로도 작동한다.
이 흐름은 전체 매출로 이어졌다. 2024년 다이소 전체 매출은 4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조심스럽게 '5조 원 클럽' 진입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점포 수 역시 2024년 말 1,500여 개에서 2025년 상반기 1,600개를 돌파했다.
전통 유통 공식에서 '저가 = 저품질 = 부끄러운 소비'였다면, 다이소는 '저가 = 스마트한 소비 = 자랑하고 싶은 발견'으로 이 공식을 뒤집었다. 립스틱 효과는 단순히 불황의 산물이 아니다. 다이소는 그 심리를 구조적으로 설계했고, MZ세대는 앱을 열어 그것을 직접 증명하고 있다.
📌마케터가 가져가야 할 3가지
💡가격을 무기로 쓰되, 수치심을 없애라 - 저가 포지셔닝의 적은 경쟁자가 아니라 소비자의 자존심이다. 다이소는 '영리한 소비자'라는 자아상을 선물했다.
💡 UGC(사용자 생성 콘텐츠)가 터지는 공식을 만들어라 - 비교 콘텐츠, 하울 콘텐츠는 소비자가 스스로 만든다. 브랜드는 그 판을 깔아주기만 하면 된다.
💡불황은 기회다 - 소비자가 지갑을 닫는 시기, 작은 사치를 허락하는 브랜드에는 오히려 문이 열린다. 립스틱 효과를 어떻게 내 카테고리에 적용할 수 있을지 지금 고민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