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챗GPT한테 “K팝 아이돌 메이크업 추천해줘”라고 물었다고 해볼게요. 답변이 주르륵 따라 나오는데, 그 안에 클리오 쿠션이 슬쩍 끼어 있습니다. 광고라는 걸 알아채는 건 한 박자 뒤죠. “어, 이거 광고였네?”
챗GPT가 광고 상품을 정식으로 연 지 2주도 채 안 됐는데, 세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사례가 미국 대형 브랜드가 아니라 한국 화장품에서 나왔어요. 그러니까 마케터 입장에선 “그럼 내 브랜드는 저 답변 안에 어떻게 들어가지?”라는 질문이 곧바로 따라붙습니다. 지금 업계에서 도는 궁금증이 딱 이거예요. ‘검색 광고의 다음은 대화형 광고’라는 이야기가 업계에 빠르게 번지는 중인데, 그 흐름의 한가운데에 한국 브랜드가 이미 서 있다는 게 오늘의 핵심입니다.
1. 광고가 들어가는 ‘자리’가 옮겨갔어요
오픈AI가 챗GPT 무료·Go 요금제에 광고를 정식으로 넣기 시작했습니다. 사용자가 뭔가 물으면 답변이 나오고, 그 답변 하단에 대화 맥락에 맞는 스폰서 상품이 라벨이 붙은 채로 따라붙는 방식이에요. 미국에서 올해 2월 테스트를 시작해, 6월 19일에는 한국까지 파일럿이 확대됐습니다.
여기서 진짜 달라진 건 ‘광고가 생겼다’가 아니라 광고가 박히는 ‘자리’입니다. 지금까지 광고는 검색 결과 맨 위나 피드 사이에 끼어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AI가 직접 내놓는 답변 안에 들어갑니다. 소비자가 검색창에 키워드를 치고 결과를 훑는 게 아니라, 챗GPT한테 말을 걸고 받은 대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리죠. 노출되는 무대 자체가 통째로 옮겨간 셈입니다.
과금 방식도 같이 움직였습니다. 처음엔 노출량(CPM) 기준으로 시작했는데 단가가 메타의 몇 배에 달할 만큼 비쌌다가 빠르게 내렸고, 곧 클릭당 과금(CPC)으로 전환됐어요. 노출을 몇 번 시켰느냐가 아니라 ‘대화 맥락에 맞아서 실제로 클릭·행동을 끌어냈느냐’로 값을 매기는 구조로 바뀐 거죠. 광고가 평가받는 잣대가 노출량에서 맥락 적합도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2. 한국 브랜드 첫 챗GPT 광고 : “K팝 메이크업” 물었더니 클리오가 떴습니다.
추상적인 이야기 같다면, 실제 장면을 보면 단번에 이해됩니다. 코스닥 상장 디지털 종합대행사 와이즈버즈가 북미에서 K뷰티 브랜드 클리오와 구달의 챗GPT 광고를 집행했어요. 북미 사용자가 “K팝 아이돌 메이크업”이나 트렌디한 색조를 물으면 답변에 클리오 쿠션과 아이 메이크업이 등장하고, “클린뷰티”나 기능성 스킨케어를 찾으면 구달 비타민C 세럼이 스폰서 콘텐츠로 제안되는 식입니다.
본문 1에서 말한 ‘자리 이동’이 말장난이 아니라 진짜로 일어난 장면이에요. 한국 브랜드가 이미 그 답변 자리를 샀다는 증거이기도 하고요. 눈여겨볼 대목은 왜 하필 한국이 아니라 북미부터냐는 점입니다. 회사 측 설명은 이렇습니다.
국내 공식 확산에 앞서 주요 광고주의 초기 도입을 지원하기 위해 북미 시장에서 선행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미 광고 인프라가 운영 중인 북미를 통해 대화형 광고의 집행 구조와 운영 데이터를 확보하고, 향후 국내 시장 대응 역량을 강화하겠다.
와이즈버즈 (이코노미스트 6월 23일 보도)
그러니까 채널이 한국에 활짝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들어가는 게 아니라, 열리기 전에 먼저 들어가서 데이터를 쌓아 두는 움직임입니다. 자리가 비싸지기 전, 경쟁이 붙기 전에 미리 학습해 두는 선제 집행인 거죠. 새 채널이 생길 때마다 ‘관망하다 늦게 합류’하던 익숙한 패턴과는 사뭇 다릅니다.
같은 이코노미스트 보도에서 최호준 와이즈버즈 대표가 한 말도 이 흐름을 그대로 비춥니다. “소비자가 챗GPT를 개인화된 컨설턴트처럼 활용하는 흐름에 맞춰, 브랜드가 AI 생태계 안에서 발견되고 소비자와 연결되도록 지원하겠다”는 거예요. 소비자가 챗GPT를 일종의 상담사로 쓴다는 건, 그 답변 한 줄 한 줄이 곧 브랜드가 말을 걸 수 있는 광고 자리가 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맥락 광고가 작동하는 방식도 기존 배너와는 다릅니다. 질문의 맥락에 제품이 딱 맞아떨어질 때 답변에 녹아 들어가거든요. K팝 메이크업을 묻는 사람에게 클리오가, 클린뷰티를 찾는 사람에게 구달이 호출되는 식이죠. 그래서 경쟁의 축이 ‘누가 검색 상단에 뜨느냐’에서 ‘어떤 질문 맥락에서 내 브랜드가 정답으로 불려 오느냐’로 바뀝니다. 바로 이 지점이 마케터의 다음 숙제로 이어져요.
3. 다음 한 수는 ‘AI가 인용하는 브랜드’ 되기
그럼 마케터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검색에 SEO가 있었다면, AI 답변에는 GEO(생성형 엔진 최적화)가 생겼습니다. AI가 답을 만들 때 우리 브랜드와 제품 정보를 더 잘 이해하고 끌어다 쓰도록, 콘텐츠와 데이터 구조(스키마)를 다듬어 두는 일이에요.
따져 보면 마케터가 들여다볼 지표 자체가 옮겨갑니다. ‘검색 결과 1위에 떴는가’가 아니라 ‘AI가 우리 브랜드를 얼마나 자주, 정확하게 정답으로 불러 주는가’로요. 그래서 화려한 크리에이티브보다, 정보가 얼마나 또렷하고 믿을 만하게 정리돼 있느냐가 먼저가 됩니다.
일의 정의가 바뀐 거죠. ‘검색 상단에 뜨기’에서 ‘AI가 정답으로 호출하는 브랜드 되기’로요. 방법은 두 갈래로 붙습니다. 하나는 신뢰할 만한 출처와 깔끔하게 구조화된 정보를 갖춰서 AI가 자연스럽게 인용하게 만드는 오가닉 쪽(GEO), 다른 하나는 클리오처럼 대화형 스폰서로 직접 사는 유료 쪽이에요. 둘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받쳐 줍니다. 오가닉으로 인용되게 만들어 두고, 중요한 순간엔 유료로 보강하는 식으로요.
흥미로운 건 이 판에서 광고비의 무게가 예전만 못해진다는 점입니다. 큰 예산이 노출 자리를 통째로 사들이던 검색·피드와 달리, 대화형 답변은 질문 맥락에 얼마나 정합한지, 정보가 얼마나 믿을 만한지를 봅니다. 그래서 정보가 깨끗하게 정리된 신생·저예산 브랜드에도 답변에 불려 갈 틈이 생겨요. 자본이 모든 걸 가져가는 구도가 사라진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적은 예산으로도 잡아 볼 수 있는 변수가 하나 늘었고, 그 변수를 지금부터 정리해 두면 먼저 자리를 잡을 여지가 있다는 거죠.
물론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대화형 광고는 답변과 광고의 경계가 흐릿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어요. 조언인지 설득인지 소비자가 헷갈리기 쉽고, 그래서 기만광고나 숨은 협찬 논란이 따라붙습니다. 오픈AI는 “답변이 먼저 오고 스폰서는 그 아래 분리·표시된다”는 원칙을 내세우지만, 이 경계를 어떻게 지키느냐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죠. 마케터로서는 새 자리에 올라타되, ‘소비자가 이게 광고임을 분명히 아는가’를 함께 설계해야 매체와 브랜드 양쪽의 신뢰가 오래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