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소이가 버스 광고에 이런 문구를 붙였습니다. “잊지말자 625% 침투하자 더 깊게.” 제품 성분 임상 수치를 쓴 거라고 하는데, 문제는 타이밍이었죠. 6·25 전쟁 기념일 바로 다음 날. ‘잊지 말자’에 ‘침투’까지.
대표가 두 번 사과했지만 소비자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또?”라는 한마디로 요약되는 분위기였어요.
한 달 전, 스타벅스가 5·18 민주화운동 당일에 ‘탱크데이’ 프로모션을 벌여 대표가 해임되는 일이 있었거든요. 역사 감수성 논란이 정확히 같은 구조로 반복된 겁니다. 왜 같은 사고가 한 달 만에 또 터졌을까요.
소비자 반응이 거셌던 건 숫자 하나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숫자만이 아니라 ‘잊지 말자’와 ‘침투’가 함께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쏟아졌고, “마케팅 검수 과정에서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이 더 심각하다”는 반응까지 나왔어요. 10개 이상 매체가 동시에 보도했습니다.
1. 한 달 사이, 같은 사고 두 번
첫 번째는 스타벅스였습니다. 2026년 5월 18일, 5·18 민주화운동 46주년 당일. 스타벅스 코리아가 전국 매장에서 탱크 시리즈 텀블러 할인 행사를 열었는데, 홍보물에 “탱크데이”라는 문구와 날짜 “5/18”을 나란히 적어놨습니다. 거기에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까지. ‘탱크’와 ‘5/18’의 조합은 극우 커뮤니티에서 5·18을 비하할 때 쓰는 밈이었고, ‘책상에 탁’은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은폐 발언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었죠.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다음 날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이라며 SCK컴퍼니 손정현 대표를 전격 해임했고, 일주일 뒤에는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세 차례 고개를 숙이며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고 사과했습니다. MBC 보도에 따르면 논란 후 1주간 스타벅스 주간 매출은 약 84억 원이 줄었습니다. 26.3% 감소.
두 번째가 아이소이입니다. 로즈 PDRN 잡티세럼이라는 제품의 버스 광고였는데, 원래 2025년 10월에 집행된 광고가 2026년 6월 말 SNS에서 다시 퍼지면서 논란이 터졌어요.
회사는 “625%는 피부 흡수 임상시험 결과 수치“라고 해명했지만, 소비자들은 납득하지 않았습니다. 인사이트 보도처럼 “단순히 흡수율이 6배 높다고 표현해도 될 일을 왜 굳이 625%와 침투라는 표현을 사용했느냐”는 반응이었죠.
이진민 아이소이 대표는 6월 26일 1차 사과문을 냈지만, “일부 고객”이라는 표현에 “문제를 축소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6월 30일 2차 사과문에서는 참전유공자 자녀라는 개인 배경을 언급하며 진정성을 보이려 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반응이 엇갈렸어요.
한 번은 실수라고 치죠. 그런데 한 달 만에 같은 역사 감수성 논란이 반복됐다는 건, 업계 전체가 앞선 사고에서 아무것도 안 배웠다는 뜻입니다.
2. 역사 감수성 논란, 왜 같은 구조로 반복되나
이런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2019년 무신사도 양말 광고에서 “속건성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카피를 썼다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았죠. 세 번 사과하고 유가족을 방문했는데, 7년이 지난 2026년 스타벅스 논란 때 다시 소환됐습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예요. 펩시가 2017년 켄달 제너를 앞세운 광고에서 BLM 시위를 펩시 한 캔으로 해결하는 장면을 넣었다가 24시간 만에 철회한 건 아직도 “최악의 PR 캠페인” 교과서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반복에는 구조가 있습니다.
- 카피 검수 단계의 부재 : 기획→카피→디자인→집행 사이에 ‘외부 시선’으로 한 번 걸러보는 단계가 빠져있다
- SNS 시대의 리스크 가속 : 옛날에는 묻혔을 카피가 실시간 캡처·확산되는 환경. 리스크 속도는 SNS로 빨라졌는데 검수 체계는 2010년대에 머물러 있다
첫 번째, 카피 검수 체인이 끊겨 있습니다. 기획에서 카피가 나오고, 디자인을 거쳐 집행까지 가는 동안 “이걸 마케팅 맥락 없이 처음 보는 사람은 어떻게 읽을까?”를 확인하는 단계가 없어요. 내부자는 제품을 보지만, 소비자는 단어를 봅니다. 아이소이 논란에서 소비자가 가장 많이 한 말이 “검수 과정에서 아무도 문제 제기를 안 했다는 게 더 심각하다”였다는 게 이걸 증명하죠.
두 번째, 리스크의 속도가 달라졌습니다. 아이소이 광고는 원래 2025년 10월에 집행된 건데, SNS에서 캡처되어 2026년 6월에 재확산됐어요. 옛날이라면 그냥 지나갔을 버스 광고 한 장이 8개월 뒤에 터진 거죠. 스타벅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논란 후 1주간 매출이 84억 원 빠졌다는 건, 카피 한 줄의 리스크가 브랜드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시대라는 뜻이에요.
3. 마케터가 당장 챙겨야 할 것
이 논란들에서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할 건 2가지입니다.
1. 외부 시선 테스트
카피를 마케팅 맥락 없이 보여줬을 때 처음 드는 생각이 뭔지 확인하는 겁니다. 내부자는 ‘피부 흡수율 625%’를 보지만, 소비자는 ‘625 침투 잊지 말자’를 봅니다. 이 갭을 메우는 데 1분이면 충분해요. 팀 밖의 누군가에게 한 번 보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2. 골든타임 대응과 사과 방식
두 브랜드의 대응 품질은 달랐습니다. 스타벅스는 다음 날 대표를 해임하고, 전사 교육을 실시하고, 일주일 뒤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까지 열었어요. 아이소이는 1차 사과에서 “일부 고객”이라는 표현을 써 오히려 반감을 키운 뒤, 나흘 뒤 2차 사과를 냈습니다. 사과도 타이밍과 진정성이 핵심이라는 걸 보여주는 대조예요.
한 달 사이에 같은 역사 감수성 논란이 두 번 터졌다는 건, 업계 전체의 검수 시스템이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