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위픽레터에는 처음 인사드리는, 위픽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이유림이라고 합니다 🙂
요즘 월드컵 챙겨보고 계시나요?
저는 하이라이트만 챙겨보다가 어제는 한국시간 10시에 펼쳐진 아르헨티나:스위스 경기를 모처럼 풀로 봤는데요, 10명이서 어떻게든 버텨보려는 스위스와 결국 연장 후반 골로 승기를 가져가는 아르헨티나의 접전이 마지막까지 재밌더라구요.
이로써 스페인, 프랑스,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 4강 대진이 확정되었고, 이번주에는 준결승,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 새벽 결승까지! 이제 곧 약 한 달간의 세계 축제가 대장정의 막을 내립니다.
팽팽한 승부와 실력에 감탄하는 사이 스쳐 지나갔던 마케팅 요소들을 한 번 알아보았어요.
FIFA의 마케팅, 그보다 더 핫했던 논-스폰서들의 마케팅, 그리고 이번 월드컵 마케팅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FIFA의 마케팅
FIFA는 이번 월드컵으로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48개국, 104경기, 사상 첫 3개국 공동 개최. 이번 대회에서 커진 건 경기 규모만이 아닙니다. FIFA 역사상 가장 큰 '상업 프로그램'이 돌아간 대회이기도 한데요. 먼저 경기 뒤에서 움직인 돈과 브랜드의 이야기부터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스폰서십, 대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완판됐습니다
먼저 구조부터 볼게요. FIFA의 스폰서십은 크게 세 개의 층으로 나뉩니다. 모든 FIFA 대회에 대한 글로벌 권리를 갖는 최상위 FIFA 파트너, 2026 대회에 한정된 글로벌 권리를 사는 월드컵 스폰서, 그리고 특정 지역·카테고리 안에서만 활동하는 서포터/서플라이어. FIFA 발표 기준으로 이번 대회는 16개 글로벌 슬롯이 개막 전에 모두 판매됐는데, 월드컵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2티어 스폰서 한 자리의 가격은 통상 6,500만~9,500만 달러, 최상위 FIFA 파트너는 그보다 훨씬 큰 금액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같은 집계에서 FIFA의 이번 대회 마케팅·스폰서십 수익은 약 26.9억 달러로, 중계권(39.2억 달러), 티켓·호스피탈리티(31억 달러)와 함께 3대 수익원을 이룹니다.
그런데 이들이 그 돈으로 사는 건 단순한 '로고 노출'이 아닙니다. 핵심은 독점적 연상 권리예요. 공식 로고와 컴포지트 로고(자사 로고와 대회 엠블럼을 결합한 로고) 사용권, 경기장 광고, 방송 광고 우선 접근권이 패키지로 묶여 있고, 그 카테고리 안에서는 경쟁사가 발을 들일 수 없습니다.
그 최상위, FIFA 파트너 자리에 앉은 브랜드들을 FIFA 공식 홈페이지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브랜드 | 분야 | 파트너십 이력 |
|---|---|---|
아디다스 | 스포츠 용품 | 70년 넘게 축구화·공인구·의류 기술의 발전을 함께해 온 최장기 파트너 |
코카콜라 | 음료 | 1974년 공식 제휴, 1978년부터 월드컵 공식 스폰서. 경기장 광고는 1950년부터 한 대회도 빠짐없이 |
현대·기아 | 모빌리티 | 1999년 현대차의 2002 한일 월드컵 후원 계약으로 시작, 기아는 2006년 합류. 2023년 갱신으로 2030년까지, 로보틱스 등 첨단 모빌리티로 범위 확장 |
비자 | 결제 기술 | 2007년부터 월드와이드 파트너, 40개 이상의 FIFA 이벤트에 독점 참여 |
카타르항공 | 항공 | 2030년까지 파트너십 연장 |
아람코 | 에너지 (독점) | 'Major Worldwide Partner'로 2027년까지 — 이번 사이클의 신규 파트너 |
레노버 | 기술 | 공식 기술 파트너로 2026 월드컵·2027 여자 월드컵 커버 — 신규 파트너 |
ADI Predictstreet | 예측 시장 | 공식 FIFA 예측 시장 파트너 — 이번 사이클에 신설된 카테고리 |
이 표, 위에서부터 읽으면 재미있는 게 보입니다. 위쪽 절반은 수십 년 관성의 '올드 머니'(아디다스, 코카콜라, 현대·기아, 비자), 아래쪽 절반은 이번 사이클에 새로 들어온 '뉴 머니'(아람코, 레노버, ADI Predictstreet)거든요.
사실 이 자리들은 한번 앉으면 좀처럼 바뀌지 않습니다. FIFA가 기존 스폰서에 우선 협상권을 주기 때문인데요. 이코노미조선에 따르면 2002년 현대차가 도요타를 제치고 자동차 부문 파트너 자리를 따냈고, 2010년 비자가 마스터카드를 밀어내고 결제 부문 독점 스폰서가 됐을 만큼 그 'VIP석'을 두고 벌어진 경쟁은 치열했습니다. 그래서 새 브랜드가 최상위 티어에 진입한다는 건,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에요.
여기서 4년 전 명단을 떠올려 보면 더 흥미로워집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스폰서 보드에는 중국 스마트폰 비보, 암호화폐 거래소 크립토닷컴, 인도 에듀테크 바이주스가 있었어요. 당시 세계가 어떤 '미래'에 돈을 걸고 있었는지가 그대로 보이는 명단이었죠. 그리고 4년 뒤, 그 자리는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AI를 앞세운 테크 기업, 은행(뱅크오브아메리카는 FIFA 역사상 첫 은행 카테고리 글로벌 스폰서입니다), 그리고 예측 시장 플랫폼이 채웠습니다. 암호화폐와 에듀테크라는 '기대'가 빠져나가고 오일머니와 AI, 금융이라는 '실물 권력'이 들어온 것. 월드컵 스폰서 명단은 4년마다 갱신되는 세계 경제 권력의 지도인 셈입니다.
이 독점권의 이면은 비스폰서 규제입니다. FIFA는 대회 기간 경기장에서 비스폰서 기업의 흔적을 지우도록 요구하는데, 경기장 이름조차 예외가 아니에요. 리바이스 스타디움은 '샌프란시스코 베이에리어 스타디움'으로,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은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으로 불리고, 건물에 붙은 로고는 흰 천으로 덮였습니다. 광고 문구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스폰서는 "월드컵", "FIFA" 같은 단어 자체를 마케팅에 쓸 수 없어요. 국내에서도 유일한 주류 공식 스폰서인 카스만 "월드컵"을 자유롭게 쓰고, 테라가 손흥민과 등번호 7을 앞세워 에둘러 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바로 이 엄격한 규제가 뒤에서 다룰 '앰부시 마케팅'의 무대가 됐다는 점입니다. 앰부시(ambush·매복) 마케팅이란, 공식 스폰서가 아닌 브랜드가 큰 이벤트의 화제성에 슬쩍 올라타 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걸 말하는데요. 가려진 리바이스 로고가 어떻게 리바이스 역사상 가장 많이 공유된 게시물이 됐는지는 이 글 뒤에서 이야기할게요.
스폰서가 경기 '안'으로 들어왔다 — 레노버 레프리 캠
전광판에 로고를 거는 게 스폰서십의 전부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그 공식을 가장 크게 바꾼 건 신규 파트너 레노버였어요.
이번 월드컵 중계를 보다가 갑자기 주심의 눈높이에서 경기장이 펼쳐지는 장면, 다들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주심 머리에 장착된 소형 카메라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중계에 태우는 '레퍼리 뷰(Referee View)'인데요. 문제는 몸에 단 카메라 특성상 원본 영상이 심하게 흔들린다는 것. 레노버는 F1에서 검증한 AI 영상 안정화 기술로 이 영상의 흔들림을 최대 60%까지 줄여, 3초 지연의 풀HD 60프레임 방송 화질로 실시간 변환해 냈습니다. 대회 첫 골부터 레퍼리 뷰가 핵심 리플레이로 쓰였고, 골 장면뿐 아니라 페널티 판정, 경기 전 악수 장면까지 이 앵글로 전파를 탔죠.

성과는 수치로 남았습니다. 레노버가 대회 기간 진행한 5개국 시청자 조사에 따르면 레퍼리 뷰는 경기당 평균 3회, 220개 이상 지역에 송출됐고, 시청자의 76%가 이 기술을 인지했으며 91%가 "이 근접 시점이 매력적"이라고 답했습니다. 신규 스폰서가 단 한 번의 대회로 얻어낸 인지도라고 하기엔 놀라운 숫자죠.
전광판의 시대에서, 스폰서의 기술이 판정과 시청 경험 자체에 개입하는 시대로. 레노버 사례가 보여주는 스폰서십의 다음 단계입니다.
FIFA가 직접 판 것 — 도시 브랜드와 말랑한 인형
스폰서 얘기만 하다 보면 놓치기 쉬운데, FIFA 자신도 브랜드입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그 브랜딩 방식을 크게 바꿨어요. FIFA는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단일 로고 대신 16개 개최도시별 개별 브랜드를 만들었고, 'WE ARE 26'이라는 캠페인으로 유명 스타가 아니라 각 도시의 로컬 팬과 거리 문화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론칭도 화려했어요. LA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드론 라이트쇼로 16개 도시를 하늘에 띄웠죠. "월드컵은 FIFA만의 것이 아니라 개최 도시 모두의 것"이라는 메시지를 브랜드 구조 자체에 심은 겁니다.
굿즈 전략도 젊어졌습니다. 예전 월드컵의 뻣뻣한 기념품 대신, 이번엔 Z세대·알파세대에게 인기인 말랑한 플러시 토이 '스퀴시멜로우(Squishmallows)' 제조사 Jazwares를 공식 플러시 라이선시로 두고 월드컵 한정판 컬렉션을 냈어요. 여기에 맥도날드가 해피밀에 23종 스퀴시멜로우를 얹으면서 축구에 관심 없던 완구 컬렉터와 아이들까지 월드컵 굿즈 안으로 끌어들였죠. 축구 팬덤의 경계를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넓힌 셈입니다.

경기장 밖의 수익 엔진 — FIFA 팬 페스티벌
FIFA가 직접 운영하는 마케팅 플랫폼도 있습니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시작된 FIFA 팬 페스티벌은 이번 대회에서 13개 개최도시로 확대돼 역대 최대 규모가 됐는데요. 대형 스크린 중계와 콘서트, 축구 체험 프로그램이 있는 무료 축제이자 — 동시에 스폰서들에게 판매되는 거대한 오프라인 광고 인벤토리이기도 합니다. 페스티벌 안팎의 광고와 판매 권리는 FIFA와 그 파트너들이 독점하거든요. 티켓이 없는 팬까지 상업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장치인 셈입니다.
규모부터 볼까요. FIFA 공식 집계에 따르면 조별리그 17일 동안 553만 7,184명이 팬 페스티벌을 찾아 역대 최고였던 2018 러시아(506만여 명)를 넘어섰습니다. 조별리그 최종전이 몰린 6월 24일 하루에만 53만 명 이상이 모였고,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은 6월 18일 단일 최다인 20만 1,500명을 기록하며 누적 140만 명을 돌파했어요. 캔자스시티 팬 페스티벌에는 157개국 사람들이 다녀갔다고 하니, 축제 하나가 웬만한 국제 행사급입니다.
브랜드들은 이 공간을 체험 마케팅의 격전지로 만들었습니다. 같은 FIFA 집계에서 눈에 띄는 사례가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개인화 굿즈 '팬 밴드(Fan Band)'인데, 현장 액티베이션이 소셜에서 바이럴을 타며 이번 대회의 히트 아이템이 됐어요. 무대 위도 화려했습니다. 마이애미의 핏불, 캔자스시티의 체인스모커스, 몬테레이의 이매진 드래건스까지 — 그리고 그 옆에서 음료 200만 개와 주류 200만 잔이 팔려나갔죠.

여기까지가 FIFA가 '설계한' 상업 프로그램의 그림입니다. 최상위 파트너부터 팬 페스티벌까지, 팔 수 있는 건 빠짐없이 팔았죠. 그런데 이 설계가 늘 박수만 받은 건 아니었어요. 이번 대회를 '역대 가장 상업적인 월드컵' 논쟁의 한복판에 세운 두 가지가 있습니다. 물 마시는 3분, 그리고 실시간으로 널뛰는 티켓 가격이 그것입니다.
"물 마시는 시간에 광고를 판다" —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이번 월드컵 보면서 전·후반 22분쯤 경기가 뚝 멈추는 장면, 낯설지 않으셨나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수분 보충 휴식)인데요. 쿨링 브레이크 자체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무더운 날 심판 재량으로, 제한적으로만 시행되던 제도였습니다. FIFA는 지난해 12월, 이번 대회 104개 전 경기에서 전·후반 중간 3분씩 이를 의무화한다고 발표했어요. 명분은 북중미의 더위로부터 선수를 보호한다는 것. 그런데 같은 발표에서 방송사들이 이 시간에 화면을 전환해 광고를 내보낼 수 있도록 승인하면서, 이 3분은 축구 역사상 없던 '경기 중 광고 구간'이 됐습니다.
논란의 진원지는 미국 영어 중계권사 폭스(FOX)였습니다. 개막전인 멕시코-남아공전부터 브레이크에 전체 화면 광고를 내보냈는데, 중계가 돌아왔을 때는 경기가 이미 약 10초 재개된 뒤였죠. 시청자들은 남아공의 추격 장면 일부를 통째로 놓쳤습니다. 그런데 돈 계산을 보면 폭스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가 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폭스는 브레이크 광고 30초 슬롯을 조별리그 초반 약 20만 달러, 미국 대표팀 경기는 약 75만 달러에 팔았고, 브레이크당 4개씩 104경기 총 832개 슬롯 — 보수적으로 잡아도 약 2억 5천만 달러 수익이 추산됩니다. 폭스가 FIFA에 낸 중계권료가 4억 8,500만 달러이니, 물 마시는 시간의 광고만으로 중계권료 절반을 회수하는 셈이죠. 전 세계 중계권사를 합치면 이 '3분 시장'의 규모가 10억 달러에 육박한다는 추정까지 나옵니다.
한국 중계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한국-체코전 전반 22분, 브레이크가 되자 중계 아나운서는 "잠시 물 마시고 오시죠"라고 말했고 화면에는 곧바로 광고가 떴습니다. 정작 시청자들은 광고를 보느라, 그 시간에 홍명보 감독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알 도리가 없었죠. 그런데 마케팅적으로 흥미로운 건 그다음입니다. 아이지에이웍스 분석에 따르면 체코전에서 KBS2로 송출된 한 광고는 하프타임 시청자 249만 명 대비 브레이크 시간대 298만 명으로 도달이 20% 늘었고, JTBC의 다른 광고도 180만 명에서 208만 명으로 16% 증가했습니다. '곧 경기가 재개된다'는 인식 때문에 채널을 돌리지 않는, 짧고 이탈 불가능한 광고 구간이 하프타임보다 도달률이 높았던 거예요. 실제로 넷플릭스는 이 구간에 오리지널 시리즈 광고를 집중 집행해 재미를 봤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물론 반발은 거셌습니다. 브레이크가 선언될 때마다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지는 게 이번 대회의 풍경이 됐고, 에어컨이 나오는 돔구장 경기에까지 예외 없이 적용되면서 실효성 논란이 커졌으며, 네덜란드 주장 판데이크는 "매번 광고로 전환되는 게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직격했죠. 클롭 전 리버풀 감독은 한발 더 나가 "축구가 상업적 이익에 인질로 잡혔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스폰서를 위한 금빛 감옥"이라고까지 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인판티노 FIFA 회장은 "FIFA는 쿨링 브레이크로 추가 수익을 단 1달러도 벌지 않으며, 광고 계약은 제도 도입 결정 전에 이미 체결됐다"고 반박했고요.
그래서 이게 선수 보호일까요, 광고 시간일까요? 흥미로운 건 같은 3분을 두고 방송사들의 선택이 갈렸다는 점입니다. 폭스가 매 브레이크를 전체 화면 광고로 채우는 동안, 같은 미국의 스페인어 중계권사 텔레문도는 광고 대신 선수와 벤치를 비추는 쪽을 택했고, 광고 규제가 있는 영국의 BBC·ITV도 브레이크 중 광고를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제도는 FIFA가 만들었지만, 상업화의 강도는 각국 방송 시장과 규제 환경이 결정한 거죠. 그리고 그 강도가 가장 셌던 시장에서, 이 3분은 스포츠 중계 역사상 가장 비싼 광고 인벤토리 중 하나가 됐습니다.
티켓값이 실시간으로 움직인다 — 다이내믹 프라이싱
이번 대회의 또 다른 '최초'는 티켓 창구에 있었습니다. FIFA가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다이내믹 프라이싱 — 수요와 잔여 좌석에 따라 가격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방식 — 을 도입한 건데요. MLB나 NBA 등 미국 스포츠에서는 익숙한 방식이지만, 월드컵에서는 전례가 없던 일입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뉴스위크에 따르면 2022 카타르 대회에서 55달러였던 최저가 좌석이, 이번 대회의 비교 가능한 카테고리에서는 560달러로 열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결승전을 직관하는 비용은 3만 3천 달러에 육박했고, 리세일 시장에는 200만 달러짜리 티켓까지 등장했죠. 리세일 구조가 불을 붙였는데, FIFA는 공식 리세일 플랫폼에서 판매자 15% + 구매자 15%, 거래당 합계 30%의 수수료를 가져갑니다. 가격이 오를수록 FIFA도 버는 구조인 셈이죠. 인판티노 회장은 200만 달러 티켓 논란에 "그걸 실제로 사는 사람이 있다면 핫도그를 직접 배달하겠다"는 농담으로 응수해 밈이 되기도 했습니다.
더 뼈아픈 지점은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약속'이 뒤집혔다는 겁니다. 원래 이 방식의 논리는 일찍 사는 사람이 싸게 사는 것인데, 뉴욕·뉴저지 검찰의 소환장에 따르면 2025년 10월부터 2026년 4월까지 주요 3개 좌석 카테고리 가격이 평균 34% 올랐고, 심지어 판매가 한참 진행된 뒤 기존 티어 안에 'Front Category'라는 프리미엄 구역을 신설해 먼저 산 사람들이 골대 뒤나 필드에서 먼 자리로 밀려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일찍 산 팬이 오히려 손해를 본 구조였던 셈이죠.
결말은 세 갈래로 정리됩니다. 첫째, 법적 조사. 뉴욕·뉴저지 검찰총장이 가격 책정과 좌석 배정 방식에 대해 FIFA에 소환장을 발부했고, 여기에 캘리포니아(정보 요청)와 텍사스(별도 조사)까지 가세하면서 월드컵을 겨냥한 역대 최대 규모의 소비자 보호 조사가 됐습니다. 둘째, FIFA의 후퇴. 거센 백래시(backlash·반발 여론) 이후 전 경기에 60달러 '서포터 엔트리 티어'를 내놨지만, 물량이 워낙 적어 실질적 대책이라기보다 비판 흡수용이라는 평가를 받았죠. 셋째, 시장의 응답. 개막 직전까지도 다수 경기가 매진되지 않았고, 6월 말에는 결승전 리세일 가격이 한 주 만에 39% 떨어졌습니다. 수요는 가격표에 반응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의 확인이었어요.
여기까지가 FIFA의 이야기였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상업 프로그램을 짜고, 도시 브랜드와 팬 페스티벌로 경험을 설계하고, 그 과정에서 상업화 논란까지 떠안은 주최자의 이야기요. 그런데 이 판 위에서 정작 가장 뜨거웠던 플레이어들은 따로 있었습니다. 스폰서 명단에 이름이 없는데도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브랜드들 — 이어서 그들의 이야기를 해볼게요.
논-스폰서의 마케팅
월드컵을 '훔친' 브랜드들
앞에서 봤듯, 비스폰서는 경기장에서 이름도, 로고도, "월드컵"이라는 단어조차 쓸 수 없었죠. 조용히 물러나지 않고 그 규제를 정면으로 받아쳐서, 오히려 공식 스폰서보다 더 많이 회자된 브랜드들이 있었습니다.
가려진 로고가 더 유명해졌다 — 리바이스의 역발상
가장 먼저 얘기할 브랜드는 리바이스예요. 산타클라라에 있는 '리바이스 스타디움'은 이번 대회 경기장 중 하나였는데, 리바이스는 공식 스폰서가 아니었습니다. FIFA 규정상 비스폰서의 경기장 명명권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경기장 이름은 대회 기간 '샌프란시스코 베이에리어 스타디움'으로 바뀌고 건물에 붙은 리바이스 로고는 흰 천으로 덮였어요.
여기서 반전이 일어납니다. 리바이스 로고의 상징인 '배트윙(박쥐 날개)' 실루엣은 워낙 유명해서, 천으로 덮어도 그 형태가 그대로 드러났거든요. 오히려 흰 천을 씌우니 배트윙 윤곽이 더 도드라져 보였죠. 리바이스는 이걸 저항하지 않고 놀이로 받아쳤습니다.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을 '천으로 가려진 자사 로고'로 바꾸고, "아름다운 [검열된] 스타디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Welcoming the world to the beautiful [redacted] stadium!)"라는 문구를 붙였어요. 심지어 이 장난을 전 세계로 확장해 파리·런던·멕시코·브라질 매장 외벽까지 흰 천으로 덮었습니다.

마케팅 업계에서는 이걸 브랜드 회상(brand recall)의 교과서 사례로 꼽았어요. 이름을 가려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시각 자산(배트윙)을 가졌다는 걸, 리바이스는 FIFA의 규제 덕분에 오히려 증명한 셈이니까요. 실제로 그 스타디움 영상 릴스는 좋아요만 256만 개, 공유 36만여 회를 기록했습니다. 가리는 순간 더 잘 보였다는, 주목 경제 시대의 아이러니예요.
더 인상적인 건, 리바이스가 이걸 대회 기간 반짝 이벤트로 끝내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아예 'Redacted'를 브랜드 언어로 굳혀버렸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리바이스 공식 인스타그램 소개글에는 "Behind Every Original — Limited Edition [Redacted] Tee"가 걸려 있고, 실제로 그 검열 콘셉트를 담은 한정판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어요. 피드에도 천으로 덮인 스타디움 로고, 배트윙만 빛나는 검은 티셔츠 같은 콘텐츠가 계속 살아 있고요. 우연히 주어진 규제 상황을 순발력으로 받아친 데서 그치지 않고, 그걸 팔리는 상품과 지속되는 브랜드 자산으로 전환한 겁니다.

면도 거품, 케첩, 헤드폰 — 규제가 낳은 놀이터
리바이스만이 아니었어요. 보스턴 인근의 '질레트 스타디움'(대회 기간엔 '보스턴 스타디움'으로 개명)도 같은 상황을 맞았는데, 질레트(P&G)는 자사 로고를 무엇으로 가렸을까요? 면도 거품이었습니다. 브랜드 정체성 그 자체인 셰이빙 폼으로 로고를 덮은 사진을 올리며 "적어도 어떻게 가릴지는 우리가 골랐다(At least we got to choose how we cover it)"고 받아쳤죠. 심지어 그 게시물엔 리바이스를 태그하며 "걔네가 우리도 잡았네(@levis they got us too)"라고 적어, 두 브랜드의 앰부시가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밈으로 번졌어요. 규제를 유머로, 또 브랜드 간 연대로 바꾼 겁니다.

이 '클린 스타디움' 규정이 얼마나 촘촘했는지는 디테일에서 드러납니다. 경기장 미디어실의 하인즈 케첩병은 검은 테이프로 로고를 가려야 했고, 질레트 스타디움에서는 좌석에 인쇄된 작은 로고를 무려 6만 4,625개 테이프로 덮었어요(질레트는 이 숫자마저 "이제 스타디움 좌석 6만 4,625개 테이프 차례…"라며 콘텐츠 소재로 썼습니다). 심지어 선수 개인 협찬도 예외가 아니라, 헤드폰 브랜드 비츠(Beats)와 계약한 독일 대표팀 무시알라는 자신의 헤드셋 로고를 가려야 했죠. 그러자 비츠도 리바이스처럼 인스타 프로필을 가린 로고로 바꿔 대응했습니다.
로고 없이 월드컵을 말하다 — 기네스의 우아한 매복
리바이스·질레트가 '가려진 로고'를 역이용했다면, 기네스는 아예 처음부터 규제에 걸릴 것이 없는 광고를 만들었어요. 캠페인 이름부터 'The World's Cup(세상의 잔)' — 월드컵을 명백히 연상시키지만 공식 용어 'World Cup'은 쓰지 않았죠. 심지어 1990년 아일랜드 대표팀의 첫 월드컵 진출 당시 내보냈던 자사 옛 광고를 리메이크하고, 맥주 거품으로 얼굴을 만들어 "고오오오올"을 외치게 하는 특유의 위트를 얹었습니다. 축구 관련 이미지는 거의 쓰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월드컵을 떠올리게 만든, 가장 우아한 앰부시로 평가받았어요.
이 세 브랜드(리바이스·질레트·기네스)를 관통하는 건 하나예요. 규정을 어기지 않으면서, 규정이 만든 빈틈을 파고들었다는 것. NYU 스턴의 한 마케팅 교수는 이런 비공식 브랜드들의 반항적이고 위트 있는 접근이 소비자 지지를 받는 이유를, "그것이 FIFA에 맞서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본 상업화 논란으로 반(反)FIFA 정서가 커진 이번 대회에서, 앰부시 마케팅이 유독 힘을 받은 배경이기도 하고요.
판 안에서 뛴 브랜드의 완승 — 레고
지금까지가 규정 밖에서 판을 흔든 브랜드들이었다면, 규정 안에서 정식으로 FIFA와 손잡고 확실한 성과를 낸 브랜드도 있었습니다. 이번 대회 최고의 마케팅으로 꼽히는 건 단연 레고예요. 레고는 FIFA 공식 라이선스 파트너로서 — 비자·코카콜라 같은 스폰서 티어는 아니지만 월드컵 브랜드를 쓸 권리를 정식 계약한 협업사죠 — 메시·호날두·음바페·비니시우스 주니어 네 명을 미니피겨로 만들고, 이들이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레고 월드컵 트로피를 함께 조립하는 "Everyone Wants a Piece" 광고를 공개했습니다. 광고 마지막, 회전하는 테이블 위에서 누가 트로피 꼭대기에 자기 피겨를 올릴지 겨루다가 — 결국 한 아이가 완성하죠.
반응은 폭발적이었어요. 공개 24시간 만에 선수들 인스타그램 계정 합산 3억 1,400만 뷰를 기록했고, 레고 공식 인스타그램 게시물 하나만으로 하루 만에 1,330만 좋아요가 찍혔습니다. 팬들은 "세대가 두고두고 얘기할 순간"이라고 했죠. 이 광고가 훌륭한 건 단순히 스타를 모아서가 아니라, 마지막에 아이가 트로피를 완성하는 장면으로 초점을 '스타파워'에서 '누구나 즐기는 놀이'로 되돌려 레고의 브랜드 본질과 연결했다는 점이에요. 축구 최고 스타 네 명을 한자리에 모으는 화제성으로 시선을 끌되, 결국 "누구나 한 조각쯤 갖고 싶다(Everyone Wants a Piece)"는 메시지로 팬 모두에게 공을 넘긴 겁니다. 결승을 앞두고는 뉴욕 록펠러 플라자에 초대형 레고 트로피를 세우고 팬존을 열며 열기를 이어갔고요.

스타 42명을 흩뿌리다 — 나이키의 12주 전략
나이키의 접근도 눈여겨볼 만했어요. 나이키는 역대 월드컵마다 수백만 달러짜리 '히어로 필름' 한 편으로 대회 직전 문화적 대화를 장악하는 전략을 써왔는데, 이번엔 그 순서를 뒤집었습니다. 대작 영화를 먼저 터뜨리는 대신, 뒤로 미뤄두고 소셜부터 판을 깔았거든요.
그 이름이 '12주간의 축구(12 Weeks of Football)'예요. 시작은 42장의 사인 폴라로이드 사진을 소셜에 뿌리는 것이었죠. 등장인물이 화려합니다. 호날두·음바페·홀란 같은 축구 스타는 물론, 킴 카다시안·세레나 윌리엄스·르브론 제임스·트래비스 스콧, 그리고 블랙핑크 리사·센트럴 씨까지. 축구를 넘어 음악·패션·팝컬처를 아우르는 캐스팅이죠. "우리는 큰 히어로 광고 하나 떨구고 끝내지 않는다. 팬들이 들어와서 함께 만들어가는 '축구의 세계'를 짓는다"는 게 나이키의 설명이었습니다.
전략의 핵심은 '분산'이에요. 광고 한 편은 개봉 후 며칠 반짝하고 사그라들지만, 스타 42명을 폴라로이드→제품 드롭→콜라보→크리에이터 콘텐츠로 12주에 걸쳐 흩뿌리면 대회 내내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거든요. 리사 한 명만 해도 인스타 팔로워가 1억 명이 넘으니, 캐스팅 각자가 서로 다른 팬덤으로 통하는 별도의 '유통 채널'이 되는 셈입니다. 관심이 TV 한 곳이 아니라 수많은 플랫폼과 마이크로 커뮤니티로 흩어진 시대에 맞춘 설계죠. 실제로 파워에이드·Lay's·폭스도 비슷한 분산 전략을 택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나이키가 히어로 필름을 아예 포기한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6분짜리 대작 'Rip the Script'는 폴라로이드로 몇 주간 판을 깐 뒤에야 공개됐는데, 유튜브에서 8일 만에 약 7,600만 뷰를 넘겼습니다. 먼저 소셜로 팬들을 예열해두니, 정작 영화가 나왔을 땐 이미 볼 준비가 된 관객이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죠.
로컬의 힘 — 스코틀랜드와 아르헨티나
마지막으로, 글로벌 대작들 사이에서 로컬 정서로 승부해 오히려 더 사랑받은 사례 둘을 짚고 갈게요. 둘 다 공식 스폰서가 아닙니다.
스코틀랜드 음료 브랜드 Irn-Bru는 광고 효과 측정 플랫폼 System1이 5개국(영국·미국·브라질·유럽·호주)에서 130개 월드컵 광고를 대상으로 소비자 감정 반응을 측정한 '2026 광고 월드컵' 랭킹에서 만점(5.9점)으로 1위에 올랐어요. 공식 파트너가 아닌데도요. 브리튼즈 갓 탤런트로 유명한 수잔 보일이 브레이크댄스를 추고, 밴드 프란츠 페르디난트의 기타리스트가 연주하는 특유의 엉뚱한 유머로, 1980년대 "스코틀랜드에서 강철로 빚었다(Made in Scotland from Girders)"는 옛 슬로건을 국가(國歌)처럼 되살렸죠. 정작 스코틀랜드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광고 월드컵만큼은 스코틀랜드가 우승했다"는 말이 나왔습니다(참고로 같은 랭킹에서 Lay's가 2위, 레고 3위, 기네스 4위였어요).
아르헨티나의 페르넷 브랑카(Fernet Branca)는 셀프디스로 승부했습니다. "카타르 우승 이후 아르헨티나인들이 좀 재수없어졌다"는 타국의 불평을 광고 초반에 스스로 인정하며 시작해, 후반부에 아르헨티나 팬들이 그 노래를 되받아치는 반전을 넣었어요. 지역 밈과 라틴아메리카 스트리머들을 촘촘히 엮어, 광고라기보다 하나의 문화 콘텐츠처럼 느껴졌다는 평입니다.
여기까지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뜨거웠던 브랜드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규정 밖에서 매복하든, 정식 라이선스로 판에 들어오든, 최상위 스폰서 자리에 앉든 — 이들이 공통으로 증명한 건 하나예요. 거액을 낸 로고 노출만큼이나, 규정의 빈틈을 파고드는 아이디어와 팬덤을 향한 진짜 대화가 강력하다는 것. 그렇다면 이 모든 사례를 관통하는 '이번 월드컵 마케팅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이번 대회의 특징
그래서, 이번 월드컵 마케팅은 무엇이 달랐나
지금까지 FIFA의 상업 설계와 브랜드들의 각축을 쭉 훑어봤는데요. 사례를 하나씩 보면 제각각이지만, 멀리서 보면 이번 대회 마케팅을 관통하는 몇 가지 흐름이 을 정리해볼게요.
하나, 규제가 셀수록 앰부시가 강해졌다
이번 대회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앰부시(매복) 마케팅의 전성기였다는 점이에요. 보통 앰부시는 공식 스폰서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이뤄지는데, 이번엔 비스폰서 브랜드들이 대놓고, 그것도 유쾌하게 판을 흔들었습니다. 리바이스의 가려진 배트윙, 질레트의 면도 거품, 기네스의 'The World's Cup'까지 — 앞서 본 대로죠.
흥미로운 건 이게 FIFA의 강력한 규제와 맞물려 일어났다는 점이에요. FIFA가 '클린 스타디움' 규정으로 비스폰서 흔적을 철저히 지울수록, 브랜드들은 바로 그 '가려짐' 자체를 소재로 삼았습니다. 규제가 강할수록 역이용할 여지도 커진 셈이죠. 여기에 앞서 본 상업화 논란(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티켓 가격)으로 반(反)FIFA 정서가 쌓이면서, "FIFA에 한 방 먹이는 것처럼 보이는" 앰부시가 소비자 지지를 받기 좋은 토양이 만들어졌고요. 규제와 반감이 역설적으로 앰부시의 무대를 깔아준 대회였습니다.
둘, 생성형 AI 광고의 원년, 그리고 첫 백래시
이번 대회는 브랜드들이 생성형 AI를 광고에 본격적으로 쓴 첫 월드컵으로도 기록될 만해요. 그리고 동시에, AI 광고에 대한 소비자 피로가 처음으로 터져 나온 대회이기도 했습니다.
코카콜라가 대표적이에요. 축구 장면 대신 콜라 캔을 AI로 그려낸 'Uncanned Emotions'는 혹평을 받았고, 3년 연속 AI 광고 논란(2024·2025년 홀리데이 광고 포함)이 겹치면서 "생성형 AI에 대한 소비자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는 진단까지 나왔죠. 반면 아디다스는 전설적 선수들을 디에이징(de-aging·영상 속 인물을 젊은 시절 모습으로 되돌리는 기술)하는 데 AI를 써서 호평받았습니다. 같은 기술인데 평가가 갈린 겁니다.
여기서 한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AI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AI를 '이야기에 봉사하게' 썼는지 '제작비를 아끼려고' 썼는지가 갈랐다는 것. 소비자는 생각보다 그 차이를 예민하게 알아채는 듯합니다.
셋, '한 방'의 시대에서 '지속'의 시대로
전통적인 월드컵 마케팅의 공식은 '히어로 필름 한 방'이었어요. 수백만 달러짜리 대작 광고를 대회 직전에 터뜨려 며칠간 대화를 장악하는 방식이죠. 그런데 이번 대회에선 이 공식이 흔들렸습니다.
나이키가 상징적이에요. 나이키는 히어로 필름 대신 스타 42명을 폴라로이드→제품→콜라보로 12주에 걸쳐 흩뿌리는 분산 전략을 택했습니다. 리바이스도 마찬가지예요. 가려진 로고 밈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Redacted] 티셔츠'라는 상품과 브랜드 자산으로 굳혀 지금까지 굴리고 있죠. 둘 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한 방"이 아니라 "대회 내내 이어지는 흐름"을 설계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이 변화의 배경엔 '관심의 파편화'가 있습니다. 광고 효과 분석기관 WARC에 따르면, 이번 대회는 전 세계 광고 시장에 약 105억 달러를 더하는 거대한 이벤트지만, 정작 그 증가폭은 2018년(126억 달러)보다 작아요. 시청이 TV 한 곳에 모이지 않고 중계·스트리밍·숏폼·소셜로 흩어졌기 때문입니다. WARC의 표현을 빌리면, 이제 월드컵은 "단일한 무대가 아니라, 경기만큼이나 그것이 만들어내는 대화가 중요한 다중 플랫폼 이벤트"가 됐어요. 한 방으로 관심을 모을 수 없다면, 여러 갈래로 오래 붙잡는 수밖에 없는 거죠.
넷, 공식 스폰서가 아니어도 월드컵 마케팅은 가능하다
앞의 흐름들을 하나로 묶으면 이런 결론이 나와요. 이번 대회는 "공식 스폰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도 월드컵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대회였습니다.
앞서 본 앰부시 브랜드들은 스폰서십 비용 한 푼 없이 대화의 중심에 섰고, 앞서 봤듯 한국에선 넷플릭스가 중계권 없이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시간대 광고를 공략해 재미를 봤죠. WARC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크리에이터 콘텐츠, 팟캐스트, 소셜처럼 "중계권 입찰의 부담 없이 월드컵을 둘러싼 대화에 올라타는" 채널이 미디어 플랜의 핵심이 됐다고요. 거액을 내고 산 '노출'과, 아이디어로 파고든 '대화'가 나란히 경쟁한 겁니다.
이번 월드컵은 마케팅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압축해서 보여준 무대였어요. 규제의 빈틈을 파고드는 재치, AI를 다루는 태도, 한 방 대신 지속을 택하는 설계, 그리고 공식 스폰서가 아니어도 대화에 올라타는 기획까지. 4년 뒤 대회에서 이 흐름들이 또 어떻게 진화해 있을지, 지켜볼 만한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늘었네요.
여기까지, 그라운드 밖에서 벌어진 2026 월드컵 마케팅 이야기였어요. 다음엔 또 다른 주제로 찾아오겠습니다 🙂
그리고 아직 축제는 끝나지 않았죠. 남은 경기 일정, 챙겨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