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Prompt_BG_new.png

매일 공부하고 기록한다는 마음으로 프롬프트를 하나씩 보내기 시작한 뉴스레터 『데일리 프롬프트』. 2023년 5월에 창간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사이 발행인은 대학 강단에 섰고, AI를 다룬 책도 세 권이나 펴냈다. 이 정도로 AI의 변화를 가까이서 지켜봐 온 사람이라면, 다가올 미래도 남들보다 멀리 내다보고 있지 않을까.

"긍정적인 모습으로 본다면, 에이전트가 다 나가서 돈 벌어 올 거예요. 내가 노동을 하지 않아도 얘가 알아서 외주 받고 만들어서 납품까지 다 하고요. 그러면 여가 시간도 늘고,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예요."

그리고 정반대의 시나리오를 함께 답했다.

"방금 말씀드린 건 긍정적인 쪽만 말한 거예요. 그렇게 될 가능성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돈 버는 건 결국 AI 회사들일 거예요. 개개인이 벌 수 있는 건 그렇게 많지 않을 거고, 이전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할지도 몰라요."

전자의 미래라면 크게 걱정할 게 없다. 문제는 후자다. 무엇으로 그 미래를 건너야 할까. AI를 다루는 일로 3년을 보낸 사람이니, 도구든 역량이든 실용적인 답이 나올 줄 알았다. 돌아온 건 도구도 기술도 아닌, 전혀 뜻밖의 답이었다. 그러나 이내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답에 어떻게 닿았는지, 약 90분의 대화를 처음부터 따라가 본다.


아까워서 그만두지 못했다

때는 디자인 대학원을 막 졸업할 무렵이었다.

"미드저니를 비롯해 ChatGPT가 세상에 나왔어요. 그리고 누구나 그렇듯 저도 자연스럽게 접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결과물의 완성도가 높았고, 무엇보다 발전 속도가 정말 빨랐어요. 그래서 공부하고 기록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다 생각했어요. 이왕이면 혼자 갖고 있지 말고 밖에 내놓자고. 내가 이런 걸 하고 있다고 증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2023년 5월, 그렇게 뉴스레터가 시작됐다. 시작은 가벼웠다. 정말 매일 프롬프트 하나만 보냈다. 이런 프롬프트를 넣으면 이런 이미지가 나온다, 딱 그것뿐이었다.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그때는 모델이 사람 말을 다 알아듣지를 못해서, 프롬프트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게 나오는 갭이 컸어요. 프롬프트를 사고파는 마켓까지 등장하고 그랬어요. 근데 제가 봤을 때 이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어요. 한 번에 결과물이 나오는 마술 같은 프롬프트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올 수도 있는 거고요. 좋은 프롬프트를 계속 보다 보면 굳이 사지 않아도 잘 쓰게 되지 않을까 했어요."

뉴스레터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발행 주기를 '매일'로 잡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데일리'라는 이름을 걸게 된 사연이 궁금했다.

"사실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어요. 처음엔 그저 100회가 목표였어요. 100회를 하고 쉬었거든요. 그리고 이걸 계속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다가, 100회를 했는데 아깝잖아요. 그래서 100회만 더 해보자 해서 200회 하고, 300회 하고. 그동안 발행한 게 아까워서 그만 두지를 못하는 거예요."

거창한 사명이 아니라 아까움이 3년을 끌고 왔다. 그런데 그 아까움이 얼마나 강력한 동기부여인지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테크잇슈도 그렇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


가까이서 보면 계단, 멀리서 보면 직선


매일 변화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지난 3년간 중요한 분기점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

"항상 그 분기점에는 OpenAI 발표가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 기억나는 큰 분기점은 DALL-E 3가 나왔을 때예요. 하필 100회를 하고 잠깐 쉬고 있을 때 그 소식이 나왔어요."

무엇이 그렇게 충격이었나.

"그전에는 프롬프트를 영어로 구와 절로 되게 정확하게 써야 됐거든요. 그런데 '귀여운 고양이 만들어줘' 하면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리고 방금 만든 그 이미지에 '얘가 넥타이 하고 있으면 좋겠어' 하면 넥타이를 얹어주고. 자연어로 이미지 편집이 되는구나, 그게 굉장히 충격이었어요. 그다음은 영상이었어요. 구글에서 Veo 2가 나왔을 때 물리 법칙을 이해한 화면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 뒤로 중국 모델들이 무섭게 따라붙었어요."

그렇다면 3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부족한 건 무엇일까.

"사실 지금 부족한 점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안 되는 게 그래봤자 도메인 지식이 있느냐 없느냐 차이 정도라서, 그것도 찾아오라고 하면 되거든요. 저는 약간 특이점이 왔다고 느껴요. 이미지랑 영상 생성은 이제 뭘 업데이트해도 크게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시점이 온 것 같아요."

영상의 생성 길이는 아직 제약이 크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영상 길이도 많이 길어졌어요. 처음엔 4초, 5초였는데 지금은 15초까지 나오거든요. 15초면 TV 광고 길이예요. 웬만한 광고는 다 만들 수 있는 거죠. 한 번에 길게 나오면 좀 더 좋기야 하겠지만 그게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에요. 만들고 싶은 게 명확하면 어차피 편집으로 연출 의도를 전달해야 하니까요. 짧게 만들어서 이어 붙이면 되고요. 남은 건 화질 정도인데 이것도 시간문제라고 봐요."

e66d894e-6037-4dd1-9db6-dd34b081abcd.png

그가 경험한 AI의 발전 속도는 가까이서는 계단식, 멀리서는 가파른 직선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직선은 그가 예상한 것보다도 훨씬 가팔랐다.

"처음 뉴스레터를 시작할 때만 해도, 같은 인물을 다른 장소에 있게 만드는 게 안 됐어요. 생성할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니까요. 이건 해결되겠지만 5년은 걸리지 않을까 했는데, 2년도 안 돼서 해결됐어요. 저도 이걸 매일 하는데도 뉴스 팔로업이 어려울 정도예요."

그렇다면 밖에서 나오는 'AI 거품' 이야기는 어떻게 볼까.

"거품이라는 얘기가 계속 나왔던 것 같아요. 금방 꺼질 거다 했는데 거품은 안 꺼지고 있고, 모델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업데이트되고 있어요. 문제는 다 해결해 나가고 있고요. 그런데 제도는 빨리 바뀌지 않잖아요. 모델은 지수적으로 발전하는데 사람이 대응하는 속도는 그게 아니에요. 어쩌면 쓰나미는 이미 시작됐는데 사람들이 아직 모르는 걸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