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 다큐’, 위픽레터의 마케터 인터뷰 시리즈 Re-boot
성장하는 마케터가 되고 싶은 여러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조직과 비즈니스의 압박,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정보들.
때때로 시련이 겹치면서 마케팅이라는 직무가 과연 옳은 길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기도 하죠.
여기에 여러분 같은 마케터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마케터들의 기록” 위픽레터는 스크린 너머의 마케터! 우리의 선배와 동료 그리고 바로 여러분을 조명하고 기록합니다.
위픽레터가 세상을 바꿀 마케터들을 만나겠습니다. 다양한 분야와 업력의 마케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나누는 사람에게는 회고와 점검의 시간이 되고, 그 이야기 속에 우리가 찾는 정답의 힌트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아가 마케터의 생각을 통해 시장과 사회, 우리와 나를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인터뷰는 최대한 인터뷰이가 이야기하신 그대로 각색하지 않고 실었습니다.
아모레 퍼시픽에서 라보에이치 브랜드를 담당하고 계신 마케터 이재원님을 만나서 이야기 나눴습니다.
마케터 이재원
WPL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재원: 안녕하세요. 저는 아모레 퍼시픽 라보에이치(LABO-H) 브랜드 매니저 이재원입니다.
WPL : 브랜드 매니저는 무슨 일을 하나요?
이재원: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브랜딩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제품 출시 전 브랜드 정의부터 출시까지 모든 단계의 업무를 다 합니다. 브랜드의 전략, 판매 채널, 고객 설정, 메시지, 고객을 대하는 방법까지 모두.
WPL: 마케터로 일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이재원: 총 14년 정도. 광고대행사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모바일 플랫폼, F&B, 스타트업 여러 분야에서 일했고 지금은 여기 뷰티 회사(아모레 퍼시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직과 경험들
WPL: 14년 동안 마케팅을 지속할 수 있었던 매력이 뭔가요?
이재원: 새로움입니다! 회사마다 타겟, 제품의 지향이 서로 다르잖아요. 각 제품마다 마케팅의 새로운 방법이 무궁무진합니다. 새로움들을 쫓으며 결국은 재미있게 일하게 되는 부분이 저에게 매력적입니다.
WPL: 여러 분야를 경험하셨는데 이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점은 무엇인가요?
이재원: “어떤 업종에 가야겠다.”라고 생각을 하기보다는 “‘무엇’을 더 채워야겠다.”로 고민을 했습니다.
그 ‘무엇’이 있는 곳에 가서 일을 했어요.
WPL: 그 과정이 항상 원하셨던 새로움에 대한 갈증을 채우는 것이었군요?
이재원: 마케팅이 할 수 있는 일이 100가지라고 한다면 한 회사에서 할 수 있는 건 10가지인 것 같아요.
한 회사에서 그 10가지를 다 충족 했을 때 “새로 채우고 싶다”가 정의 되면 그걸 잘할 수 있는 회사로 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 100이지만 70까지는 온 것 같고 채울 게 더 많이 있습니다.
WPL: 여러 기업에서의 경험을 통해 가장 흥미롭고 많이 배우셨던 경험이 궁금해요
이재원: 비디오 커머스 장르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관련 스타트업에서 일했어요. 유명한 브랜드가 아니지만 굉장히 치열하게 디테일을 잡으며 월 광고비를 7억씩 사용하던 회사였어요. 회사의 규모에 비해 마케팅 비용이 엄청난 거죠. 그 때 ROAS를 500% 이상 내는 성과들을 이루었어요. 맨 파워나 제품이 특별히 좋았던 것도 아니었어요. 요즘 시대의 마케팅을 잘했던 것 같아요.
그런 경험들이 좋은 배움이 돼서 아모레에 왔고 그 좋았던 경험을 여기에 이식하고 저는 아모레에서 새로운 것들을 채우고… 이런 식의 연속이 저의 이직 노하우라고 할까요? 그런 방식으로 여러 회사들을 많이 경험해 보았습니다.
요즘 시대의 마케팅과 유난스러움
이재원: 브랜드가 주장하는 바가 먹히는 시대는 끝난 것 같아요. 지금은 소비자들이 알아서 재밌어 하고 알아서 퍼다 날라주는 것이 브랜딩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그 예시로 코카콜라가 최근에 한류 맛을 냈잖아요. 정의하기 힘든 맛을 출시한 이유를 생각해 보면 MZ를 넘어 알파세대들이 좋아할 거리가 뭘까? 즐길 거리를 줘야 겠다. 그렇게 콘텐츠를 만드는 거죠. TV광고 100억 보다 100억 만큼 바이럴 될 수 있는 콘텐츠가 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WPL: 시장을 파악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이재원: 저는 관찰을 좋아해요. 사람들이 하는 말, 입는 옷이나 액세서리의 변화를 관찰해요. 특별히 시간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카페에서 대화를 멈추고 주위에 집중해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실제로 잡코리아 시절 저희 타겟이 대학생 이라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이런 고민들이 많았거든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부러 대학교 앞에서 회식을 하면서 1시간 동안 아무 말도 안 하고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WPL: 주변을 관찰하고 채집하셨군요?
이재원: 맞아요.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에 관심을 가지면 경험이 풍부해지거든요. 업무와 일상을 완벽히 분리해 일할 때만 억지로 생각하면 어려워요. 내 생활 속에서 한 번씩 돌아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있어요. 마케팅을 하는 사람은 좀 그런 식의 유난스러움이 하나씩은 있으면 좋습니다.
유난스러움을 통한 경험은 차곡차곡 쌓이면 나중에 서로 연결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모든 경험들이 다 소중합니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근거 있는 감’을 만듭니다.
“샴푸엔 없지 라보에 있지~라보에이치!“
WPL: 라보에이치 캠페인 사례를 소개해 주세요.
이재원: ‘안티에이징’은 40~50대 여성들에게만 해당하는 단어였습니다. 시대가 바뀌며 “젊을 때 미리 예방하자.”라는 트렌드가 만들어지면서 ‘안티에이징’이 20~30대로 내려오며 시장이 엄청 커졌어요. 그것을 똑같이 샴푸에도 대입해 봤어요. 탈모에 관해서는 배 나온 40대 아저씨가 먼저 떠올랐지만, 탈모가 아닌 스킨케어로 확장해 2~30대에게 이끌고 와서 ‘영탈모’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시장을 만들려고 했어요.
“우리는 덜 빠져요.”라는 기존 탈모 샴푸의 소구 포인트보다는 “두피도 피부인데, 스킨케어 하듯이 관리하자. 두피가 건강해야 탈모나 비듬 등 두피 고민들이 안 생긴다. 그 근본적인 케어를 하자.”라는 차원에서 얘기를 하려고 했었고요. 관점을 좀 바꿨습니다.
그래서 ‘두피 스킨케어’라는 키워드를 만들어서 브랜드를 런칭을 했어요. 그런데 “두피도 피부인 건 알겠어 두피 스킨케어를 해서 우리가 얻는 게 뭐지?”라는 질문에 해답을 주기가 좀 어려웠어요.
그래서 그냥 설득하지 않고, “이거 다른 거야.”, “새로운 거야.” 이렇게 받아들이게 하려고 캠페인을 만들었어요. ‘세상에 없던’ 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비현실적인 5개 광고들에 🔗FOOH로 샴푸 모양 연구소 건물을 만들었어요.
이것은 진짜 세상에는 없는 연구소다. 이 연구소에서 두피 스킨케어라는 키워드를 뽑아 “샴푸에 없고 라보에 있지.”해서 “라보에이치”로 이어지는 일종의 키 메시지를 개발 해서 캠페인을 진행 했고, TV광고에 머무르지 않고 퍼포먼스 마케팅에도 굉장히 중점을 뒀어요.
고객들은 “샴푸엔 없지 라보에 있지! 라보에이치”를 되게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WPL: 칠성사이다와의 콜라보도 인상깊습니다.
이재원: 여름에는 덥고 가렵기 때문에 쿨링이 중요해 ’사이다처럼 시원하다.‘라는 메시지를 연결했어요. 칠성사이다에 바로 메일을 썼죠. 칠성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셨어요. 칠성의 고민은 올드한 브랜드 이미지 쇄신이었기 때문에 서로 니즈가 잘 맞아서 제품 출시를 결정했습니다.
위트와 근거있는 감
WPL: 진행하신 프로젝트에 위트가 느껴지더라고요. 사람을 픽하고 웃게 하는 노하우가 있나요?
이재원: 위트는 사람의 마음을 와장창 무너뜨릴 수 있는 좋은 무기입니다.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일차원적으로 바로 마음의 문이 열리는 게 위트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위트를 한 스푼씩 담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타고난 감도 중요한데 여러 경험들을 통해서 근거 있는 감이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새로움인데요. 우리가 익숙한 것을 조금 틀어서 낯설게 만들었을 때 또 새로움이 오기도 하거든요. 그 지점에 딱 위트를 한 방울 섞으면 그것이 극대화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위트 있게 태어났습니다. ^^
마케터들을 위한 조언
WPL: 마케터들에게 중요한 덕목에 대해서 조언해 주세요.
마케터는 아무래도 경험인 것 같아요.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라고 생각했던 게 돌아보면 그렇게까지 했어야 되는 일이 많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지금 하는 일에 효용이 없다고 느끼면 기피하게 되는데, 모든 경험들은 쌓이고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꿔 새로움을 만들기 위해서는 익숙한 것들이 많아져야 되거든요. 그래서 인사이트와 임팩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경험이 많이 축적되어야 한다. 모든 경험은 다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IMPACT IN FACT, INSIGHT IN SIGHT
WPL: 앞으로 하시고 싶은 일?
브랜드를 만들어보는 경험은 없었어요. 꼭 내 브랜드를 하지 않더라도 신생 브랜드에서 브랜드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고객한테 어떻게 알릴지 우리 브랜드의 유난은 무엇일지 이런 것들을 좀 정리해보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만약에 또 다른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 여정을 떠난다고 하면 신규 브랜드를 함께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저는 50살에 제 책을 내고 싶은데요. 제가 마케팅을 하면서 고마웠던 사람들한테 그 책을 통해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은 제 편지 같은 책이에요. 이런 꿈들을 사람들한테 얘기했을 때 감사하게도 비웃는 사람보다는 “나 그럼 챕터 하나 줘야지.”라며 응원해 주는 사람이 많아요.
요즘도 이 얘기를 항상 하고 다니는데 마케팅을 하면서 만나 이런 포부를 밝히면 그 포부를 이루게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 책의 제목이 저의 철학이랑도 이어져 있거든요. Impact in fact, Insight in sight (임팩트 인 팩트 인사이트 인 사이트) 마케팅은 임팩트와 인사이트가 중요한 두 가지 키워드인데, 사실 대단한 임팩트와 대단한 인사이트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실에 기반한 임팩트, 관점이 적용된 인사이트 인것 같습니다.
저의 차별점은 결국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경험들이 쌓이는 것이 굉장히 즐겁습니다. 타고난 감과 더불어 그것을 초월하는 근거 있는 감들을 만들고 이것들이 임팩트와 인사이트로 이어져서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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