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를 한 줄로 정의한다면?

브랜딩과 마케팅 혹은 호기심
20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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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더퍼슨스>라는 책을 읽다가 문득 궁금해서 묻는다고 했다.

마케터를 한 줄로 정의하면?

친구가 이렇게 질문한 이유는 <더퍼슨스>라는 책에서 업계 전문가들이 자신의 직업을 한 줄로 정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리스타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바리스타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바리스타는 문화를 만든다”와 같이 자신만의 관점으로 본인의 일을 정의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질문은 답이 떠오르지 않아 말을 못 하는데, 이 질문의 경우 너무나도 많은 답이 떠올라서 쉽사리 입을 떼기 힘들었다. 마케팅을 하면 할수록 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에, 마케터라는 직업을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리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이는 비단 마케터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닐 것이다. 모든 일은 외부자의 시선에서는 단면으로 보이지만, 내부자에게는 총천연색의 다면으로 보이니까 말이다. 마치 달이 우리 눈에는 2차원의 매끈한 원(circle)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울퉁불퉁한 3차원 구(sphere)인 것처럼. (실제로 11차원일지는 모르겠지만)


‘팥죽’과 같은 구체적인 물질은 사람마다 그에 대한 정의가 크게 다르지 않다. ‘팥죽’이라는 문자와 /팓쭉/이라는 음성이 나타내는 ‘이미지’가 매우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말을 빌리면 ‘팥죽’의 경우 문자와 음성이라는 ‘시니피앙(signifiant: 의미하는 것)’과 이미지와 개념이라는 ‘시니피에(signifie: 의미되는 것)’가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게 연결된다. 다른 말로 하나의 시니피앙에 하나의 시니피에만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비트겐슈타인의 ‘그림 이론’을 참조해도 도움이 된다)


직업은 ‘팥죽’과는 다르다. 하나의 시니피앙에 다양한 시니피에가 존재한다. 그리고 본인만의 시니피에가 그 일을 하는 이유, 직업 정신을 결정하기도 한다. 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세 명의 벽돌공에 대한 이야기다.

세 명의 사람이 벽돌을 쌓고 있었다. 한 사람이 그들에게 다가가 직업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첫 번째 사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벽돌공입니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빡세게 벽돌을 쌓고 있지요.”

두 번째 사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건축가입니다. 벽을 세우고 있지요.”

세 번째 사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대성당 건축가입니다. 전능하신 신을 위해 아주 멋진 대성당을 만들고 있지요.”

– 참조 문헌: https://sacredstructures.org/mission/the-story-of-three-bricklayers-a-parable-about-the-power-of-purpose/ –

위 일화에서는 ‘벽돌공’이라는 동일한 시니피앙에 대해 세 명의 사람이 각기 다른 해석을 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시니피에를 창출하고 있다. 그 결과 일을 대하는 태도 또한 극명하게 달라진다. 이처럼 자신의 일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단순한 말장난이 아닌 ‘일을 하는 이유와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나는 이렇게나 중요한 작업을 게을리했기에 친구의 질문에 쉽사리 답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뒤늦게나마 이에 대해 고민을 했고 다음과 같이 잠정적인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마케터는 번역가다.

-캡선생-

모든 마케터는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의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 공급자의 언어가 아닌 고객의 언어로 말이다. 그리고 이 언어는 ‘문자’와 ‘말’에 한정되지 않는다. 음악, 미술, 음식과 같은 감각 그리고 시공간이라는 프레임 등 다양한 차원으로 번역될 수 있다.

또한 고객의 언어를 상품과 서비스로도 번역할 수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살펴 무형의 니즈를 유형의 무언가로 번역하는 것이다. 포드의 창업자인 헨리 포드가 “더 빠른 말을 원한다”는 고객의 니즈를 ‘자동차’라는 물질로 번역했듯이 말이다.

“마케팅은 고객 가치를 탐구/창출/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이다”라는 필립 코틀러의 정의에 빗대어보면, ‘고객 가치를 탐구’하는 것은 ‘고객의 언어를 읽고 이해’하는 것이고,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고객의 언어를 상품과 서비스로 번역’하는 과정이며, ‘고객 가치를 전달’하는 것은 ‘그렇게 번역한 상품과 서비스를 다시 고객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마케팅의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번역’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고, 그래서 마케터는 번역가라고 정의 내리게 되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마케터는 번역가다”는 나의 잠정적인 정의다. 경험이 쌓일수록 마케터에 대한 나만의 정의도 업데이트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마케터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을 앞으로 발견해 나갈 테니 말이다.

여러분은 본인의 일을 한 줄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같이 보면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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