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나온 대표님들이나 팀장급 관리자분들 중 직원들과 사적으로 친해지고, 어울리려고 하는 분들이 있다.
본인은 아직 젊고, 그리고 나이 어린 직원들과 개그 코드가 맞으며, 본인이 얘기하면 직원들이 빵빵 터지고, 그들이 본인을 많이 좋아한다면서 말이다.
과연 그럴까?
내가 첫 사회생활 시절 내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과장님이 한 분이 계셨다. 직장에서 일을 정말 잘하셨고, 또한 배울 점이 많은 분이셨다.
그분이 술을 좋아하셨는데, 나를 예뻐하셨는지 나와 술자리를 자주 가지려고 하셨다.
처음에는 그 과장님도 좋고, 맛있는 것들도 사주시니 좋았으나 이게 반복이 되니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과장님이어도 언젠가부터 그 술자리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술을 좋아하지 않기도 했고,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과장님이어도 내 속마음을 편하게 다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그분은 관리자급이었고, 난 일개 팀원이었으니 그건 어쩌면 당연했다.
내가 이런 경험을 하면서 느낀 것은, 아무리 좋은 팀장 또는 관리자라도 회사 일이 아닌 사적인 자리에서는 없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한 회사에서 9년째 마케팅 팀장을 하면서 이것을 내 신념처럼 지켜왔다.
난 점심시간에 사장님이 출귾사시는 매주 수요일을 제외하고는 혼자 밥을 먹는다.
2년 전쯤 팀원들과 같이 점심 메뉴를 선택할 때 팀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점심 메뉴를 선택하려고 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때부터 난 점심을 쭉 혼자 먹는다.
또 일 년에 한두 번 할까 말까 한 저녁 회식자리에서도 1차 중간에 얼른 일어선다. 그리고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법인카드로 2차, 3차까지 직원들끼리 즐기도록 한다.
그리고 지난주에 다녀온 워크샵에서도 일이 있어 내가 워크샵 장소에 많이 늦게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1시간 30분 남짓 팀원들과 술자리 후 그 자리를 피해 줬다.
나라고 왜 직원들과 친해지고 싶지 않겠는가? 나도 직원들과의 회식이 재미있을 때는 그 자리에 더 오래 있고 싶고 같이 놓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나와 직원들과의 마음이 같을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러한 나의 행동들은 내가 사회 초년생 시절 ‘아무리 좋은 관리자도 사적인 자리에서는 없느니만 못하다’라는 것을 몸소 느꼈기에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직원들과 사적으로 거리를 유지하려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내가 팀원들의 업무 능력을 평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그들의 연봉을 정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직원들과 사적으로 친해진다면, 사람인지라 냉정한 업무 능력 평가가 아닌 사적인 감정이 그들의 능력 평가에 반영될 수 있다.
대표, 팀장 등 관리자들은 직원들과 사적으로는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직원들의 능력을 나름 객관적으로 평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직원들과 친해지려고 하는 대표님, 팀장님들이여~!
직원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본인들을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리고 본인들이 있음으로 그들은 말을 아끼게 되고 편하게 자리를 즐기지 못하게 될 것이다.
회사 내에서 직급이 위로 갈수록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관리자분들이 즐거움을 찾고 싶다면 회사 안에서가 아닌 주변 친구를 만나거나 상하관계의 위치에 있지 않은 외부 모임에서 즐기시기를 권해드린다.
우리 직원들이 가끔씩 나에게 회식자리에서 하는 말이 있다. “팀장님! 오늘은 끝까지 같이 가시죠~!”
직원들의 감언이설에 속는 눈치 없는 관리자는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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