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공간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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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활짝 피면 꿀벌이 날아든다. 화려한 꽃잎에 매료되어 꿀을 모으기 위해서 모여든다. 이렇게 꽃은 꿀벌을 끌어당기는 강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꽃잎에서 머무르게 만든 다음에, 꿀벌에 꽃가루를 묻혀서 자신들의 종자를 멀리까지 퍼뜨린다.

화려함으로 꿀벌을 유혹하는 꽃(@픽사베이)

이와 같이 강한 매력을 지니고 있고, 다른 대상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가치를 갖춘 존재는 생존을 이어나갈 확률이 높아진다. 이러한 자연의 섭리는 유통 생태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유통사가 고객을 끌어당기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서 달라지고 있다.

1. 고객을 끌어당기는 주체의 변화

1990년대 까지만 해도 백화점은 아무데나 오픈만 하면 문전성시를 이뤘다. 기존 마켓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하고 화려한 제품은 물론 휘황찬란한 외관의 백화점에 고객들은 매료되었다. 교통편이 유리한 위치를 중심으로 백화점들이 경쟁적으로 오픈을 했다. 그때는 백화점 자체만으로 고객을 들어당길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유통 생태계는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오프라인 채널 측면에서는 아울렛이 확대되게 된다. 가구별 차량 보유가 확대되면서 교통편의 편리함은 근거리 쇼핑의 제약을 무너뜨리게 된다. 온라인 측면에서는 본격적인 PC중심의 온라인 시장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기존의 백화점 중심의 유통 생태계는 다변화 되었다. 고객을 끌어당기는 주체가 다양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소비의 주도권은 고객에게 넘어가기 시작했다.

2010년대 들어서 유통 생태계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오프라인 채널 측면에서는 대형 유통사 중심의 전개에서 명품 브랜와 같은 高인지도 브랜드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전개하기 시작해 간다. 백화점이라는 틀에 국한되지 않고 자사 브랜드의 컨셉을 충분한 공간에서 본격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온라인 측면에서는 단연코 모바일 쇼핑의 도래를 말할 수 밖에 없다. 오픈마켓, 종합몰은 물론 중소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자사몰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온오프라인 공통으로 콘텐츠 중심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는 추세를 볼 수 있다. 오프라인은 대표적으로 더현대 서울이나 성수동을 중심으로 팝업스토어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채로운 스토리와 컨텐츠를 고객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즐기면 컨텐츠를 재생산해서 빠르게 공유한다. 그렇게 그 순간을 즐긴다. 온라인 역시도 숏폼 중심의 컨텐츠에 부합하는 SNS를 통한 쇼핑이나 라이브 쇼핑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컨텐츠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쇼핑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그렇다면 고객을 끌어당기는 주체의 변화는 왜 일어났을까?

결핍의 시대에서 풀 소유의 시대로(@가인지 캠퍼스)

책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가 팔리지 않는 이유>에서는 고객 니즈의 변화를 ‘결핍의 시대’에서 ‘풀소유의 시대’라고 설명한다. 즉 기존에는 제품을 구하기가 힘들었으나 경제력의 성장과 함께 자신이 원하는 것은 충분히 갖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단순히 제품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게 되었다. 

2. 경험 콘텐츠로 승부하다.

고객은 이제 제품 소유를 넘어서 그 이상의 가치를 원한다. 그래야 기꺼이 자신의 주머니를 여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유통채널은 제품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려 하고 있다. 경험 콘텐츠를 통하여 공간에서만이 줄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하여 고객을 끌어들임은 물론 머무르게 만든다.

 <더현대 서울>이 국내 백화점 기준 최단기간에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더군다나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인 <에루샤>가 없음에도 만들어낸 기록이다. 더현대 서울이 오픈하기 전에 많은 우려가 있었다. 여의도라는 지역이 <유통의 무덤>이라고 일컬어지기 때문이다. 

백화점 매출의 절반은 주말에 발생한다. 하지만 여의도는 주거시설 중심이 아니라, 사무시설 중심이기에 주말에는 썰물 빠지듯이 사람들이 빠져 나간다. 당연히 매출이 발생한 가능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더현대 서울은 파격적인 층간 컨셉은 물론 컨텐츠로 승부했다. 이틀이 멀다하고 고객을 끌어당기는 팝업스토어의 다양한 컨텐츠는 국내 젊은 고객층은 물론 외국인 고객 마저도 끌어 당겼다. 그 결과가 놀라운 매출 기록이 보여준다.

더현대 서울에 이어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 있다. 내년 1월에 본격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는 <스타필드 수원>이다.

수원역은 경기남부 교통의 중심지이다. 경기도 유동인구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서 하루 약 11만명이 오간다. 바로 거기에 신세계 스타필드의 다섯번째 매장이 들어선다. 하지만 스타필드 인근에는 이미 자리하고 있는 대형 쇼핑몰이 있다. AK와 롯데가 반경 2킬로미터 이내에서 수원역과 연결되어 있다. 후발주자인 스타필드가 쉽지는 않겠으나 기대되는 바가 있다.

바로 막대한 규모를 바탕으로 한 경험 콘텐츠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코엑스몰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낸 별마당 도서관은을 중심으로 아이들을 위한 별마당 키즈를 비롯한 경험형 콘텐츠가 들어설 예정이다. 단순히 쇼핑몰은 다양한 브랜드를 중심으로 제품 구매를 위한 쇼핑 공간이 아니다. 공간 자체를 즐기며 향유하는 <삶의 놀이터>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당연히 다채로운 경험 콘텐츠가 자리하고 있다.

👉 브런치 주소(유통쟁이 김우찬) : https://brunch.co.kr/@mook555#info

김우찬
글쓴이

김우찬

유통업에서 18년간 머무르며 '공간, 브랜딩, 그 안의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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