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친환경 상품에 관심이 많을까?
최근 ESG(기업의 비재무적 요소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중 E는 세간의 관심사다. 아무래도 기후 위기가 코앞에 다가온 탓이 크다.
21년 8월 유엔 산하 IPCC는 향후 20년 내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보다 약 1.5도 이상 상승한다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이 예측이 3년 전 IPCC가 밝힌 수치보다 무려 12년이나 앞당겨졌다는 것.
내심 겨우 1.5도잖아..? 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평균 기온 1.5도 상승은 많은 걸 바꾼다.
세상에 하나뿐인 쓰레기가 70만 원인 이유대표적으로 50년에 한 번 발생할만한 극한 고온 빈도가 이전 대비 8.6배 늘고, 이외에도 가뭄 등 복합 이상 기후가 속출한다. 지금도 폭염주의보에 허덕이는데 20년 후 미래는 상상조차 괴롭다.
3년 전 예측이 12년이나 앞당겨진 것처럼, 이 수치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E’를 최우선시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래서 정부는 ESG 국제 표준 준수 및 글로벌 평가 상위 점수 달성에 집중을,
기업은 정부 눈치를 보며 친환경 제품 개발에 집중을,
언론은 설문조사 결과를 들이미며 소비자들의 친환경적 소비 열풍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의문점은,
정말 사람들은 친환경 상품에 열광할까?이다.
사람들이 정말 친환경 상품에 열광한다면
언론은 설문조사 결과보다 친환경 상품 성공사례를 열거만 해도 시간이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가?
생각보다 성공사례가 떠오르지 않는다.
수많은 기업들이 친환경 제품 개발에 몰두하지만, 정작 숫자로 증명되는 성공사례는 찾기 힘들다.
그렇다면 어떤 친환경 제품들이 성공사례로 불리고 있을까?
프라이탁 MESSENGER LARGE
트럭 방수포, 명품이 되다
5~7년간 쓰고 버려진 트럭 덮개나 천막을 재활용해 가방 몸통을 만들고, 폐자동차 안전벨트 및 자전거
고무 튜브로 끈과 모서리를 채운다.
연매출액 700억 원(2019년도 기준) 업사이클링 대가 ‘프라이탁’ 이야기다. 상품당 가격 20만 원~70만 원 수준으로 결코 가벼운 가격이 아니지만, 전국 3개뿐인 매장에는 오늘도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긴 줄을 서 있다.
1993년, 누더기 같은 가방 누가 사냐라는 비판을 시작으로 이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었다.
성공 핵심은 희소성.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가방이라는 점이다. 가방 주재료인 덮개나 천막은 변색 & 오염 정도가 모두 달라 같은 모델이라도 디자인이 같을 수 없다. 이에 연간 50만 개 이상 생산되는 가방들은 모두 개별적인 디자인을 가진다.
그래서일까.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2030에게 특히나 인기 많은 브랜드다.
라벨 제거로 매출 80% UP
21년 2월, CU는 소비자들의 친환경 제품 반응을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PB(자체 브랜드) 생수인 HEYROO 미네랄워터 페트병을 두른 비닐을 제거한 것이다.
그 결과 생수 파트는 3월 한 달간 작년 동기간 대비 80.4% 매출 상승. 이는 전체 생수 제품군 매출 증가율 22.6%의 4배에 가까운 수치다.
CU MD에 의하면 HEYROO는 오직 CU용 PB제품인 만큼 아이시스 & 삼다수 등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져, 매출이 증가는 無라벨 효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사실 이 성공의 핵심 요소는 번거로움 해결이다. 20년 12월 25일부터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가 되면서 페트병은 반드시 라벨을 떼어낸 뒤 버려야 한다.
내용물 비우고, 라벨 제거하고, 찌그러트리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가장 번거로워하는 작업은 라벨 제거 및 별도 분리수거다. 라벨 제거는 상품 퀄리티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이 번거로움을 해결해 소비자들을 열광하게 한 것이다.
물론 이전에 비해 친환경 상품관심도가 증가한 것은확실하다.
하지만, 단순히 친환경 상품이라고 해서
기존 상품보다 비싼데, 퀄리티가 떨어지는데 주저 없이 구매한다는 건 설문조사의 허상일 가능성이 크다.
위 사례에서 소개하진 않았지만 추가 성공사례로는 세븐일레븐 종이 얼음컵, 코코넛 소재 그릇
등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전 비 친환경 상품들에 비해 퀄리티가 뒤지지도, 가격이 더 비싸지도 않다는 것이다.
단순히 눈길만 끌고 끝나길 원치 않는다면, 친환경을 강조하기 이전에 그 상품을 선택해야 할 이유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유인규의 더 많은 생각이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