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네이밍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요소이며 한번 정하면 추후에 바꾸는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처음 지을 때부터 고심하여 짓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 어떤 브랜드들은 난해한 합성어로 이름을 정해서 소비자들에게 정체성을 설명하는데 애를 먹기도 하고 또 어떤 브랜드들은 너무 쉬운 이름을 정해서 다른 브랜드들과 분간이 되지 않아 애를 먹기도 합니다. 너무 난해하지도 너무 쉽지도 않은 적정한 선을 지키면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네이밍을 찾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종종 어떤 브랜드들은 마치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정해져 있던 것처럼 기가 막힌 이름과 함께 탄생하기도 합니다. 제가 아는 브랜드 중에서는 ‘에어비앤비’가 그런 브랜드의 대표 격입니다.
‘Airbnb’는 ‘에어배드와 아침식사(AirBed&Breakfast)’를 줄여서 탄생한 이름입니다. 에어비앤비의 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는 원래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비싼 집세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어떻게 하면 집세를 벌 수 있을까 고심하던 중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의 가난한 디자이너들에게 집 거실을 빌려주고 돈을 받아서 집세를 벌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긴 것은 200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디자인 콘퍼런스가 열렸던 시기였는데 이때 자신들의 거실을 빌린 디자이너들에게 그들은 에어배드와 아침식사를 제공하였습니다. 원래는 집세를 벌기 위한 용돈벌이 아이디어였지만 기대하지도 않았던 고객(?)들의 뜨거운 호평이 이어졌고 이러한 반응을 보면서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는 이것이 좋은 창업 아이템이 될 것이라 직감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인 2008년에 개발자인 네이선 블레차르지크가 합류하면서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에어비앤비라는 이름은 익숙함과 낯섦의 중간 지점에 있으면서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너무나 명쾌하게 담고 있는 네이밍입니다. 이제는 연매출 2조 원이 넘는 거대 플랫폼이 된 에어비앤비이기에 다루고 있는 숙소들의 퀄리티가 단순히 에어배드와 아침식사 정도로 끝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그럼에도 현지인의 집을 빌려서 현지인의 삶을 살아본다는 USP를 담아내기에 이만한 이름이 없다는 사실은 여전해 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름의 뜻을 풀이하는 과정에서 브랜드 탄생 스토리와 그로 인해 형성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자연스럽게 들을 수밖에 없는 형태이기 때문에 이름 그 자체가 브랜딩의 가장 강력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글을 통해서 전달한 것은 에어비앤비라는 이름의 뜻풀이였을 뿐인데 에어비앤비라는 브랜드의 브랜딩에 대해서까지 자연스럽게 얘기하게 된 것처럼 말이죠.
강센느의 브런치 👉 https://brunch.co.kr/@senneu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