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OTT를 빛낸 5인의 위인들

실낙원’을 통해 본 대한민국 스트리밍 산업의 역사
2024-04-03

[연재 주] 넷플릭스 리드 헤이스팅스의 여정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닮았다. 하우스 오브 카드를 연출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괴테의 파우스트일지 모르고, 오징어 게임은 현실에 펼쳐진 단테의 지옥이다. OTT는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를 창조했다. 누군가에는 멋진 신세계지만 누군가에게는 실낙원인 이곳. 이 경계의 세계를 대표하는 인물, 작품, 브랜드를 16주에 걸쳐 연재하려고 한다. 매주 2편의 신작과 명작 추천은 별책부록이다. 부디 이 책이 플랫폼의 타율을 올리고, 제작사의 구종을 늘리고, 창작자의 구위를 높이는 작업이 되기를. 그리고 모든 시청자에게 시간의 자유가 함께 하기를. 뉴스레터 구독

  • 프롤로그  
  • 봉준호가 그린 사연 많은 동물의 낙원
  • 김은희가 쓴 죽은 자들의 기이한 역병  
  • 황동혁이 놓은 지옥 같은 현실의 덫  
  • 김은숙이 구축한 영광 없는 복수극  
  • 이재규가 발명한 스트리밍 성공 방정식
  • 에필로그  

프롤로그

천국에서 섬기느니 지옥에서 지배하겠다.

실낙원 中

실낙원(失樂園, Paradise Lost)은 영국의 작가 ‘존 밀턴’이 1667년에 발표한 장편 서사시다. 작품의 주제는 인간의 타락과 구원으로 단테의 ‘신곡’과 함께 기독교를 대표하는 대서사시다. 단테의 신곡이 가톨릭적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다면, 실낙원은 청교도적 가치관을 반영하는 대작으로 평가된다.

실낙원은 사탄의 유혹에 빠진 아담과 하와가 낙원에서 추방되는 이야기로 신과 인간, 악마와 천사의 갈등과 봉합이 장대하게 펼쳐진다. 결국 욕망은 타락하고, 구원은 예언으로 끝난다. 

한국의 OTT 산업은 2016년 1월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웨이브, 티빙 등이 경쟁에 뛰어들었고, 쿠팡과 디즈니도 참전하면서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국내 시장 규모는 2023년 5조 6000억 원에서 2027년 7조 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TOP5 플랫폼인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디즈니+의 월평균 순 이용자는 현재 약 2,930만 명으로, 2023년 2,488만 명보다 18%가량 증가했다. 8년 동안 넷플릭스가 가장 가파르게 성장했고, 단 한 번도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쿠팡플레이도 매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제 OTT는 극장과 레거시 미디어를 뛰어넘어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를 창조했다. 빠르게 창조된 낙원에는 위대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대한민국 OTT를 빛낸 위인들은 과연 누구일까?

옥자는 사연 많은 영화다

봉준호가 그린 사연 많은 동물의 낙원

영화 ‘옥자’는 대한민국 최초의 OTT 오리지널 작품이다. 옥자의 감독은 기생충으로 세계를 제패한 ‘봉준호’다. 제작사는 미국 ‘넷플릭스’와 브래드 피트의 ‘플랜B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한국의 루이스 픽처스와 케이트 스트리트 픽처 컴퍼니다.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진정한 의미로)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기도 하다. 

옥자의 주인공은 사연 많은 동물 ‘옥자(Okja)’다. 고향은 뉴저지 파라무스에 위치한 실험실로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인위적으로 태어난 유전자 조작 돼지다.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에게 옥자는 10년 간 함께 자란 둘도 없는 친구이자 소중한 가족이다.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지내던 어느 날, 글로벌 기업 ‘미란도’가 나타나 갑자기 옥자를 뉴욕으로 끌고 가고, 할아버지의 만류에도 미자는 무작정 옥자를 구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여정에 나선다. 각자의 이권을 둘러싸고 옥자를 차지하려는 탐욕스러운 세상에 맞서, 옥자를 구출하려는 미자의 여정은 더욱 험난해져 가는데..

옥자는 사연 많은 영화다. 

옥자는 원래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 제작을 진행했으나, 도살장 장면에 대한 입장차이로 협상은 번번이 무산되었다. 결국 넷플릭스의 자율적인 제작환경을 만나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옥자는 2017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지만 환영받지 못했다. 옥자가 제한적으로 극장에서 개봉하는 넷플릭스 영화였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장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가 수상하는 건 모순이다.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을 극장에서 볼 수 없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며 사실상 옥자의 수상을 금지하겠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옥자가 일으킨 논란은 결국 프랑스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만 출품 가능하다는 새로운 규정을 탄생시켰고, 칸 영화제는 지금까지 인터넷 스트리밍 영화는 취급하지 않고 있다.

옥자의 논란은 국내에서도 불거졌다.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옥자의 상영을 보이콧했다. 결국 옥자는 100개도 되지 않는 상영관에서 개봉했고, 극장 흥행은 참패했다. 옥자의 제작비는 740억 원이었다.

논란은 위인에게 주어지는 숙명이다. 사연 많은 옥자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시각효과상 1차 후보에 지명되었고, 봉준호 감독과 오스카의 첫 인연이 되기도 했다. 옥자는 대한민국을 OTT 시대로 이끈 기념비적인 영화임에 틀림없다. 옥자 이후 대한민국 영화 생태계는 격변의 시기를 맞게 된다. 

봉준호의 세계에서 희망은 횃불이 아니라 불씨다. 이동진(★★★★)

킹덤은 기현상을 만든 드라마다

김은희가 쓴 죽은 자들의 기이한 역병

킹덤은 넷플릭스 최초의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다. 킹덤 이전까지 넷플릭스의 한국 내 인지도는 약했지만, 킹덤의 성공 이후 가입자가 급증했다. 킹덤은 넷플릭스가 한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계기가 된 작품으로 한국 OTT 드라마의 전성기를 연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킹덤은 한국 드라마로는 역대급인 회당 2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었다. 

킹덤의 작가는 ‘시그널’의 김은희다.

킹덤의 배경은 조선, 정확하게는 가상조선이다. 큰 전쟁을 겪고 엄청난 기근으로 백성들은 굶어 죽어가지만 정작 양반과 고관대작들은 부정부패에 여념이 없고, 남녀차별과 사회적 모순들이 최악의 상태인 ‘헬조선’ 그 자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악의 헬조선에 좀비 떼까지 창궐한다.

병든 왕을 둘러싼 기괴한 소문, 피비린내가 감도는 대궐. 이제 조선에 남은 희망은 세자뿐이다. 오직 세자만이 악에 맞서 빛을 밝히고, 기이한 역병을 물리칠 수 있다.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는 조선의 끝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굶주림 끝에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킹덤의 원작은 만화 ‘신의 나라’다.

김은희 작가는 2011년부터 킹덤을 준비했고, 2015년 만화가 양경일과 함께 프로토타입 프로젝트로 만화 ‘신의 나라’를 제작한다. 즉, ‘신의 나라’는 킹덤의 원작임과 동시에 킹덤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정리된 선행 작품이기도 하다. 신의 나라는 2017년 넷플릭스를 만나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한다.

킹덤은 기현상을 만든 드라마다.

킹덤은 할리우드 좀비물의 클리셰를 과감하게 혁파했다. 빛과 온도를 결합시킨 점은 기존 좀비물에서 보기 힘든 독창적인 설정이었고, 어린이와 임산부의 좀비화에 대한 묘사도 과감하게 시도했다. 

킹덤은 조선 복식에 대한 관심을 크게 유발했다. 넷플릭스 시청자들은 킹덤을 통해 조선 복식 중 모자인 ‘갓’에 매우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중국, 일본과 다른 한국 전통문화만의 특색을 각인시켰다.

킹덤의 성공은 2년 후 ‘오징어게임’으로 이어졌고, 시즌2와 외전 영화 ‘아신전’까지 제작되며 계속됐다. 제작사인 ‘에이스토리’는 2019년 7월 코스닥에 상장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드라마 제작사가 되었다.

킹덤은 국내 최초로 OTT 플랫폼으로부터 재무 실사를 받은 작품이다. 넷플릭스는 한국에 본사 직원을 파견, 제작비를 제대로 사용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실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이상무’였다. 

죽음 이후의 풍경이 더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사회의 그늘을 드러내는 시대에 김은희 월드가 한층 호소력을 지니는 이유. 김선영 평론가

오징어 게임의 숨은 이야기는 계속된다

황동혁이 놓은 지옥 같은 현실의 덫

오징어 게임(이하 오겜)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본 드라마 중 하나다. 넷플릭스에서 가장 시청시간이 긴 작품이고, 가장 많이 재생된 작품이다. 오겜의 시청시간은 누적 22억 시간으로 2위인 ‘기묘한 이야기’의 18억 시간보다 4억 시간이나 많다. 오겜의 감독은 대한민국 최초의 에미상 수상자 ‘황동혁’이다. 

오겜은 영화 ‘기생충’과 함께 전 세계에 K-콘텐츠 열풍을 일으킨 작품이자, OTT 플랫폼에서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의 위상을 크게 높여준 작품이다. 기생충이 현실 계층의 허물 수 없는 벽을 표현했다면, 오징어 게임은 가난한 사람들이 돈과 출세를 위해 목숨을 걸고 서로 경쟁하는 적자생존의 현장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

오겜은 숨은 이야기가 더 많다.

오겜의 제목은 ‘라운드 6’가 될 뻔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이 한국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게임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중적인 제목으로 바꾸기를 원했다. 물론 황동혁 감독이 반대했고, 제목은 유지됐다. 

오겜의 경기장 안 돼지 저금통의 오만 원권 지폐는 모두 가짜다. 숨은 그림이 빛에도 드러나지 않고, 결정적으로 띠지에 네모, 세모, 동그라미가 인쇄되어 있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다.

오겜은 시즌2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작품이다. 결말에 여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황동혁 감독은 시즌2를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며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그에겐 이빨 6개와 바꾼 작품이었다. 

북한에서는 오겜을 ‘낙지 껨’이라고 부른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오겜을 “극단적인 생존경쟁, 인간성 말살, 약육강식 등 남조선을 비롯한 자본주의 사회의 실상을 그려낸 영화”라고 평가했다.

오겜의 숨은 이야기는 계속된다. 

최근 오겜은 시즌2 캐스팅을 공개했다. 기존 이정재, 이병헌, 공유 외에도 그룹 빅뱅 출신 배우 최승현(탑)과 배우 오달수가 출연을 확정했다. 이 외에도 위하준, 임시완, 강하늘, 박성훈, 양동근 등이 출연한다. 

참혹한 한국 TV 시리즈가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프랑스 르몽드

더글로리는 국내 시상식을 휩쓸었다

김은숙이 구축한 영광 없는 복수극

더글로리는 2023년 넷플릭스 최대 흥행작품 중 하나다. 작가는 ‘도깨비’, ‘미스터 선샤인’을 쓴 ‘김은숙’이다. 작품은 공개 후, 학교폭력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일으켰다. 국내에선 실제 사건인 청주 고데기 사건이 재조명되었고, 전 세계 유명인들의 과거 학교폭력 전력이 피해자들을 통해 연이어 폭로됐다. 

학교폭력은 자주 등장하는 화두고, 피해자분들의 글들을 읽어보면 가장 상처를 많이 받는 말, 그리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너는 아무 잘못이 없어?’라는 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 나는 아무 잘못이 없어’, ‘네, 아무 잘못 없습니다’를 사명처럼 이해시켜야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작가의 말 中

작가의 필력만큼이나 더글로리에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는 출중했다. 특히 주인공 송혜교 배우는 시종일관 무덤덤하지만 분노로 가득 찬 내면의 모습을 소름 돋을 정도로 잘 표현했다. 복수를 위해 차가운 이성을 보여주면서도 복수대상을 향해 뜨거운 적의를 감추는 발성 연기는 시청자를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바둑을 활용한 연출도 기존 작품들과 차별화된다. 차근차근 복수를 향해 가는 주인공의 내면과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기보는 이야기의 전개방향을 보여주는 복선 역할을 하며 몰입감을 선사한다. 

더글로리는 국내 시상식을 휩쓸었다.

김은숙 작가는 제36회 한국방송작가상 드라마 부문을 수상했고, 작품은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드라마 작품상, 제18회 서울 드라마 어워즈 한류 드라마 부문 작품상, 제14회 코리아 드라마 어워즈 작품상, 아시아 최대 콘텐츠 시상식인 Asian Academy Creative Awards 베스트 드라마 시리즈를 수상했다.

연기상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송혜교 배우는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 제2회 청룡시리즈어워즈 대상을 거머쥐었다. 조연인 임지연 배우는 제59회 백상예술대 TV부문 여자 조연상, 제2회 청룡시리즈어워즈 드라마부문 여우조연상 그리고 Asian Academy Creative Awards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스타로 급부상했다.

김은숙의 차기작은 로맨틱 코미디다.

김은숙 작가는 영화 ‘극한 직업’의 이병헌 감독과 차기작 ‘다 이루어질지니’를 준비 중이다. 작품은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김우빈과 수지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다. 서로의 생사여탈권을 쥔 감정과잉 지니와 감정결여 가영이 벌이는 이야기다. 12부작으로 2024년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플랫폼은 미정이다.

나이스한 개새끼들의 은밀한 매력. 송경원 평론가

이재규와 황동혁은 닮았다

이재규가 발명한 스트리밍 성공 방정식

이재규 감독은 지상파 드라마 PD 출신이다. 2003년 드라마 ‘다모’로 입지를 다진 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와 영화 ‘역린’, ‘완벽한 타인’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모두 섭렵한 몇 안 되는 연출가로 자리 잡았다. 드라마와 영화를 거쳐 이제 그는 타율 높은 OTT 감독으로 명성을 쌓고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

2022년 1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 고립된 사람들이 극한의 상황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작품 중 ‘킹덤(2019)’, ‘스위트홈(2020)’에 이어 세 번째 크리쳐물이다. 공개 후 미국을 포함한 60개국에서 1위를 할 정도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2023년 11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작품은 정신건강의학과로 처음 오게 된 간호사 ‘다은’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 출연했던 배우 이상희, 임재혁, 유인수, 전배수, 조달환, 김종태, 김주아 등이 이재규 감독과 재회했다. 2023년 넷플릭스 전체 순위 10위에 오르며 흥행했다.

피라미드 게임

2024년 2월 공개된 TVING 오리지널 드라마로 동명의 네이버 웹툰이 원작이다. 이재규 감독은 연출이 아니라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다. 작품은 한 달에 한 번 비밀투표로 계급을 정하는 백연여고 2학년 5반에서 점점 더 폭력에 빠져드는 학생들의 잔혹한 서바이벌 서열 전쟁을 다루고 있다. 공개 후 티빙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하며 중저 예산 드라마의 활로를 보여줬다. 

이재규 감독은 현재 ‘지금 우리 학교는 시즌2’를 준비 중이다. 시즌2는 후속작이지만, 웹툰 내용과 다른 오리지널 작품이 될 예정이다. 

이야기 자체가 시즌을 염두에 두고 설정한 것들이 있어서, 시즌2가 나온다면 조금 더 재미있고 확장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시즌1이 인간들의 생존기라면 시즌2는 좀비들의 생존기가 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이재규 인터뷰 中

이재규 감독은 오겜의 황동혁 감독과 닮은 점이 많다. 경력면에서 비슷한 연배, 서울대학교 신문학과 동문, 음악 감독 ‘모그’와의 작업, 다양한 장르를 다룬 넓은 스펙트럼, 넷플릭스로 세계적 흥행에 성공한 경력 등이다. 연출 측면에서도 염세주의적인 소재, 높은 수위의 폭력신, 재미를 배가하는 소품 활용, 롱테이크 전투신 활용 등이 닮았다.

실제로 둘은 절친 사이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역린’의 대사 中

K-콘텐츠는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한다

에필로그

한국은 세계적인 콘텐츠 강국으로 성장했다. 한국의 1세대 OTT 산업을 일으킨 위인들은 기존 영화와 레거시 드라마에서 활약하던 창작자들이다. 봉준호, 김은희, 황동혁, 김은숙, 이재규라는 이름은 분명 몇 십 년 후에도 스트리밍 산업을 분석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한다.

눈부시게 성장한 K-OTT 산업에도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최근 콘텐츠 업계에는 ‘이상한 빙하기’란 소문이 돌고 있다. 드라마 거품이 꺼지면서 미편성 작품

이 30편 가까이 늘었고, 영화계 역시 코로나19로 개봉하지 못한 작품이 여전히 100편 이상 쌓여 있다. 

그룹 동방신기·JYJ 출신의 김재중과 배우 진세연이 출연한 로맨스 드라마 ‘나쁜 기억 지우개’는 2022년 초 촬영을 마쳤지만 2년째 편성을 기다리는 중이다. 한류스타 김재중이 오랜만에 출연한 작품이라 곧바로 일본에 판매될 만큼 관심을 모았지만 국내 플랫폼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톱스타 송중기가 주연한 영화 ‘보고타’, 차인표 주연의 10부작 시트콤 ‘청와대 사람들’도 2021년 촬영을 마쳤으나 관객과 만나지 못했다. 한국일보 고경석 기자

작품의 신규투자는 얼어붙었고, 정부의 독립영화 지원금도 삭감됐다. 드라마 제작 편수는 2년 사이 30% 가까이 줄어들었고, 관련해서 드라마 스태프들의 임금 체불도 2.6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스타급 배우들의 출연료는 글로벌 OTT 플랫폼 덕분에 3년 전보다 2배 이상 높아졌다. 전형적인 콘텐츠 대공황의 징조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빠른 성장은 필연적으로 거품을 일으킨다. 지금 한국 OTT 산업은 거품이 빠지며 바닥을 드러내는 중이다. 한마디로 기초적인 체력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찔한 상황이다. 신인은 갈 곳이 없고, 기성도 제 살 길이 막막한 형국. 물론 빙하기에도 파도는 치고 바람은 불 것이다. 얼음장처럼 날카로울 테지만 말이다. 

작가 밀턴은 실명한 상태에서 딸에게 구술하는 방식으로 실낙원을 완성했다. 실낙원의 마지막에 천사 미카엘은 에덴으로 내려가 아담과 하와의 추방을 선언한다. 그리고 노아의 홍수, 구세주의 탄생, 죽음, 그리고 부활이라는 구원을 예언하며 두 손으로 둘을 낙원 밖으로 내보낸다. 수천 년이 지나고 천사의 예언은 현실이 된다.

한국 OTT의 다음 위인들은 누구일까?

그들 사이에서 죄가 득세할 것은 분명하다. 그리하여 율법은 죄를 드러내고, 피에 의하지 않고는 죄를 제거할 수 없음을 깨달을 때, 보다 고귀한 피 즉, 정의가 불의를 위하여 바쳐져야 한다는 것을 그들은 알게 될 것이다. 실낙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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