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조직생활, 일하는 마음가짐을 다잡는 데에 도움이 되는 책을 추천했었다. 제일 많이 읽는 책이 이전 글에서 추천하는 책과 비슷하다면, 두 번째로 많이 읽는 책 주제는 뭐냐 묻는다면 브랜딩이다. 일반 마케팅 책도 많은데 왜 브랜딩일까? 내가 몸담고 있는 마케팅 디자인은 어떻게 보면 퍼포먼스 마케팅 부서와 일을 많이 하는데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브랜딩 역시 마케팅 디자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앱에 진입할 때, 제일 잘 보이는 구좌를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까
앱 서비스를 운영할 때 사용자가 제일 먼저 보는 화면이 뭘까?라고 생각해 보면 메인홈이 있겠지만, 그 메인홈에서도 배너 구좌를 가장 먼저 보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서는 스플래시(splash) 화면에 광고 구좌가 추가된다면 그걸 먼저 보게 될 것이고, 인앱메시지가 있다면 메인홈 전에 그 메시지 팝업이 보일 것이다. 아무리 배너를 대놓고 내세우지 않더라도, 스크롤을 내리지 않아도 보이는 위치에 배너를 배치한다.
대부분의 앱 서비스에서는 배너 영역을 최상단에 두고 있다.
워낙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이 앱 서비스 화면들을 잘 만들어줘서 앱 화면 자체가 잘 보인다 하더라도, 메인 홈에서 배너가 차지하는 영역에서 퀄리티가 떨어진다면 당장 진입하는 입장에서는 앱 디자인 역시 퀄리티가 떨어져 보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새로운 배너 또는 그 외 광고구좌나 페이지의 가이드를 작업할 때, 브랜드 이미지를 잘 보여주게끔 레이아웃이나 디자인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렇게 크지 않은 디자인 구좌에서, 그것도 동일한 디자인이 반복되는 작은 영역에서 디자인을 고민해야 할까? 싶겠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앱의 제일 첫 화면에 보이는 부분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아마 대부분의 배너가 동일한 레이아웃인 것은 롤링되는 것을 고려해서 산발적인 디자인을 피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미 가이드가 있는 배너라면 이후 디자인은 쉽지만, 그 가이드를 잡는 동안에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보이는 이미지에
서비스의 브랜딩 스타일이 잘 보여야 한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현재 스톡이미지 사이트에서 홍보 이벤트에서 쓸 만한 다양한 그래픽 파일을 제공하고 있는데(물론 유료임) 이것을 마케팅 디자인 작업에 그대로 썼다 가정해 보자. 그런데 이 그래픽 파일을 사용한 배너나 페이지를 다른 서비스나 앱에서 본다면 이 서비스의 디자인을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작업했던 배달이 캐릭터(출처 : 2022년 B마트 1월 첫주문 혜택 페이지)
실제로 나는 이런 경험이 종종 있었다. 때는 2022년 새해를 맞이한 연초. 당시 내가 작업한 마케팅 디자인의 기획 담당자는 2022년 호랑이의 해를 기념해서 호랑이 코스튬을 한 배달이(배달의민족 브랜드에 꼭 등장하는 캐릭터) 캐릭터를 요청했고, 나는 요청에 걸맞게 호랑이 탈을 쓴 배달이를 제작해서 키비주얼에 담았다. 그때 당시 호랑이 탈을 작업하기 위해 참고했던 호랑이 캐릭터 스톡이미지(그래픽)가 있었는데, 해당 페이지와 배너가 라이브된 후 나중에 보니까 내가 참고했던 그래픽을 그대로 사용한 타 서비스가 수두룩했다. 대략 3~4개의 서비스나 온라인 쇼핑 서비스에서 본 기억이 난다.
그때 스톡이미지를 너무 맹신(?)해서 그대로 사용한다면 타 서비스와 동일한 디자인을 하는, 그 서비스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없는 디자인으로 보일 수 있겠다고 깨달았다. 물론 나의 고갈된 크리에이티브로 작업하기에는 스톡 사이트가 너무 큰 도움을 주긴 하지만, 이를 내가 작업하는 서비스의 브랜딩 기조에 맞게 바꿔서 디자인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같은 이미지를 사용하는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즉 브랜드만의 특색을 상실할 것이다.
내가 실제로도 잘 쓰고 있는 서비스들을 살펴보면, 배너나 페이지에서 어느 정도 디자인 통일성이 보인다.
- 컬리(Kurly)는 대부분 브랜드 컬러인 보라색을 사용하고, 대부분의 배너에서 멋지게 스타일링된 제품컷을 사용한다.
- 지그재그(zigzag)는 이전에 대대적으로 리브랜딩을 진행했는데, 이때 사용해야 하는 컬러와 그래픽 스타일을 명확하게 정의해서 현재 앱과 마케팅 구좌에 활발하게 적용하고 있다. (관련 기사 링크)
-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는 사용자에게 비교적 어렵고 허들이 높은 금융 상품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와 둥글둥글한 디자인을 통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금융서비스로 어필하고 있다. 아마 이 서비스가 잘 되는 지분 대부분은 카카오프렌즈(특히 라이언)가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내가 그동안 몸담고 있는 배민 앱에서도 배달이와 한나체를 쓰는 이유 역시 [배달의민족] 디자인 기조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다. 컬리의 컬러플레이나 29cm의 문체처럼, 단순한 배너의 글귀나 디자인만 봐도 사용자가 “아 이 서비스구나!”라고 눈치채야 한다. 우리가 폰트 하나, 캐릭터 하나, 컬러 하나 놓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작은 광고구좌도 브랜딩의 영역이기에 단순 영역으로 봐서는 안된다.
우리 브랜드만의 특색 있는 디자인으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여러 커머스에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진행 중이다. 몇몇 대형 브랜드는 종료된 것도 있었지만, 같은 블랙프라이데이 컨셉이더라도 서비스마다 명칭이나 디자인이 모두 다르다.(물론 배경이 블랙 계열이라는 건 어딜 가나 똑같긴 하지만) 이런 대형 캠페인 또는 이벤트는 대체로 각 서비스마다 그들의 브랜드 콘셉트가 잘 보이게끔, 또는 다른 서비스와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전개한다. 특히 무신사 같은 경우 그들의 빅 세일 이벤트를 [무진장]으로 매년 전개하면서 이제 사용자들에게 [무진장 = 무신사에서 진행하는 엄청 큰 세일 이벤트]로 인지되게 한다. 비슷한 예로 11번가의 십일절도 있다.
임태수 작가님의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에서 [브랜드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있어야 한다]는 글귀가 있다. 브랜드들은 그들이 추구하고픈, 또는 사용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들의 핵심 가치가 있고 이를 보여주려면 브랜드를 나타내는 이미지 또는 언어에서 브랜드의 핵심을 일관되게 보여줘야 한다. 나는 이를 앱 내의 서비스에서, 내가 종사하는 마케팅 디자인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봤다. 마케팅 디자인은 앱 화면에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 방향을 쉽게 보여줄 수 있고 자주 보이는 구좌이기 때문에, 일관된 스타일로 사용자에게 꾸준히 노출되면 [아 이 앱은 이런 느낌이구나]라고 학습될 것이다. 어찌 보면 퍼포먼스 마케팅에 더 가까운 마케팅 디자인이 브랜딩과 무슨 상관일까 싶겠지만, 파고들수록 이 영역에서도 브랜딩은 진짜로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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