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바로 전날, 강남에 있는 패스트캠퍼스 스튜디오에서 세미나를 진행했다. 그동안 브런치로만 간간히 얘기했던 [마케팅 디자인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나, 그리고 우리 팀의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얘기하는 자리였다. 우리 팀에서 그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알려줄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심지어 우리 회사 내에서도 모름.... 이 부분은 참 슬픈 일이다) 좋은 기회가 되어서 디자인 업무 효율화의 과정들을 얘기할 수 있어서 뜻깊은 자리였다.
사실 본론은 이게 아니고, 세미나를 진행하면 으레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이번 패스트캠퍼스 세미나에서도 역시나 발표 후 질의응답이 진행되었다. 사전질문, 현장질문 순서로 진행되었는데 이 사전질문에서 좋은 질문들이 많이 나와서 따로 엮어보았다.
사전질문은 [디자이너 커리어 고민 상담소]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으며, 세미나 전에 담당자분을 통해서 따로 받았기 때문에 답변을 미리 준비해서 얘기했다. 하지만 라이브로 진행하는 세미나 특성상 내가 얘기 못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세미나를 보신 분들, 참여하지 않은 분들도 도움 될만한 질문과 답변들을 모아봤다.
*질문은 초록색, 답변은 검은색으로 구분했습니다.
*기존 답변에 제가 추가한 내용도 있습니다.
*제가 자주 얘기한 질문은 생략했습니다.
*각각 질문들이 길기 때문에 과도하게 긴 질문은 부득이하게 간결하게 줄였습니다. 질문자에 대한 정보도 최대한 삭제했으니, 혹시 수정이 필요하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이직 및 커리어 관련 고민

Q1) 한 직장에서 7년 차로 일하고 있는 디자이너로 이직에 대한 갈망과 고민이 큽니다. 회사의 성장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데 연차는 쌓여만 갑니다. 업무의 양과 밀도는 높으나 스페셜리티가 있을지 확신이 안 서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연사님의 의견과 앞으로의 커리어 전환을 예정해 두신 계획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추가로 현재 하고 있는 업무와 다른 방향 혹은 확장을 염두한 부분도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 아마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분명히 어느 지점에서 [커리어 전환이 필요하나]라고 느낄 겁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그동안 마케팅디자인을 해오면서 다른 디자인으로 전환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마케팅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공고한 분야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 프로덕트나 브랜딩처럼 확고한 영역이 있는 곳으로 전환해야 하는 고민도 많았거든요.
7년 차 정도 되고 나서 프로덕트, 브랜딩 등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면 [내가 재밌어하고, 앞으로 더 하고 싶고, 내가 이걸로 차별점을 둘 수 있겠다]는 분야를 생각해 보세요. 보통 5년 차 이상이 되면 그런 부분이 생기게 됩니다. 메인 스킬 하나, 서브 스킬 여러 개로 생각면 됩니다. 아무리 제너럴리스트라 해도 본인이 제일 잘하는 것 하나는 뾰족하게 있어야 해요.
저도 지금 제 업무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이전에 제가 알던 마케팅 디자인이 앞으로 쭉 이어질 보장도 없기 때문에, 나중에 이 업계가 어떻게 변할까. 나는 어떤 일을 하게 될까 고민하고 있어요. 디자이너로서의 일 말고, 디자인 업계에서의 다른 역할도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커리어 상담소처럼 디자이너 커리어 컨설팅도 있을 테고요. 연차가 있다 보니 실무 외의 방향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Q2) 신입 UX/UI 디자이너인데, 구축 업무를 기대하며 취업에 성공해 1년 정도를 다니는 동안 구축 업무보다는 대부분의 운영 업무, 그래픽 디자인 등의 업무만 하고 있어 고민이 됩니다.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는 것이 맞는 건지 아니면 신입이라 여기서 더 버텨야 하는 것인지 고민입니다.
-> 일단, 현재 1년 정도 재직 중인 신입이라고 하면 운영 업무를 먼저 주는 게 보통입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아직 경력이 없는 주니어에게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없기 때문에, 쉬운 업무부터 시켜요. 이건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쉬운 일부터 시키고, 그다음부터 이 친구의 역량을 보면서 점점 더 난이도를 올려서 업무를 줘요.
만약 질문 주신 분이 3-5년 차 정도의 디자이너인데 여전히 운영 업무를 하고 있고, 이 운영 관련 업무 말고 다른 일을 하고 싶다 하시면 이직을 권했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 1년 차밖에 되지 않았다면 쉬운 일을 맡는 것은 어느 회사를 가도 똑같을 거예요. 다만 이 상황이 계속 불만이라면, 사수분이나 팀 리더 분하고 함께 원오원이라든지 얘기하는 자리를 가져서 의견을 얘기하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좋은 리더라면 이런 고민에 대해 적절한 조언을 해주실 거예요.
Q3) 이직 시장에서는 스페셜리스트 역량이 강조되는 경우가 많은데, 제너럴 한 경험을 강점으로 어필하려면 어떤 접근이 좋을까요? 브랜딩, 마케팅 디자인 경험과 프로덕트 디자인 경험을 함께 가져온 디자이너로서, 이 두 축을 어떻게 연결해 차별화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 저는 하나만 잘하는 것보다는, 다양하게 할 줄 아는 게 더 좋은 무기라고 생각해요. 근데 이 무기들 중에서도 내가 메인으로 잘하는 게 있어야 해요. 예를 들면, 마케팅 디자이너를 뽑는다 하면 우대사항에 3D나 모션 잘할 줄 아는 사항도 포함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원하는 건 마케팅 디자인 잘하는 사람이에요. 모두 다 잘하는 것도 좋지만, 그중에서 메인 잡을 정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브랜딩을 하더라도 온라인 작업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프로덕트 디자인을 하더라도 그래픽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우대사항에 여러 가지 사항이 많은 거예요. 하나만 할 줄 알고 나머지는 모두 할 줄 모른다면 오히려 그 부분이 마이너스입니다.
취업 관련 고민

Q1) 인턴 지원자의 포트폴리오는 어느 정도 수준을 기대하시는지, 실무진 분들은 어떤 포인트를 특히 주의 깊게 보시는지, 또 저 같은 학생이나 초보 디자이너가 어떤 식으로 구성하면 제 디자인 역량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을지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 인턴, 또는 경력이 없는 분들의 포폴을 보는 데에서는 어쩔 수 없이 디자인 스킬 측면을 보게 돼요. 결국 디자인의 기초는 [얼마나 심미성 있게, 또는 의도에 맞게 잘 디자인했냐]가 관건이라서 디자인 퀄리티에 큰 비중을 둘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상대적인 것도 무시할 수 없어요. 수많은 포폴 중 디자인이 가장 좋아 보이는 포폴 / 우리가 원하는 역량을 가장 많이 갖춘 포폴을 선별합니다.
학생이나 초보 디자이너가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초보 티를 내면 안 된다]는 거예요. 회사에서 사람을 뽑을 때 이 친구가 학생임을 감안하진 않아요. [학생이니까 이 정도는 봐줘야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생인데도 높은 디자인실력을 갖춘 사람을 뽑겠죠. 그렇기에 너무 학생이나 초보 티를 내면 안 됩니다. 내가 이만큼 높은 실력을 갖췄다고 포폴에서 보여줘야 합니다.
Q2) 면접에서 디자인 직무 지원자가 어떤 점을 어필해야 눈에 띄는지, 또 디자이너로서 역량과 태도를 어떻게 보여주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 면접에서 지원자가 보여줘야 하는 것은 [진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면접에서 예상 질문을 파악하고 답변을 준비하는 거는 알아요. 근데 이게 티가 나면 안 됩니다. 진정성이 떨어져 보이니까요. 면접에서의 지원자와, 실제로 같이 일하게 될 때의 지원자가 다르면 안돼요. 그리고 이런 것들을 면접관들이 의외로 빠르게 파악합니다.
그래서 지원자 분들이 면접 준비하기 전에 내가 포폴에서 어필하고 싶은 것, 내 생각, 디자이너로서의 나의 방향성 등을 진솔하게 생각하고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사항들은 평소에 생각하지 않으면 준비한 티가 날 수밖에 없는, 또는 가볍게 들릴 수밖에 없는 질문들이에요. 특히 주니어 단계에서는 스킬 면으로만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한 번쯤은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면접에서는 실무 면접을 진행할 때 포폴에 대한 얘기 등등도 물어보지만, 나 자신에 대해 잘 어필할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이 대답들을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얘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 보통 면접 경험이 없는 분들은 굉장히 긴장한 상태에서 진행하다 보니 다 준비한 답변을 읽는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데요. 이런 딱딱한 면접 말고, 그 면접자 본연의 생각을 얘기하듯이 자연스러워야 해요. 저는 이런 면접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진행하는 인터뷰는 굉장히 진솔하거든요.
업무 및 업무 역량 관련 고민
Q1) 요즘 Figma Make, MCP, 콘텐츠 자동화 같은 새로운 툴들을 접하다 보니 배워야 하는 게 많아서요. 디자이너님은 디자인 업무를 하시면서 이러한 새로운 툴 학습은 어떻게 시간을 분배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디자이너님께서는 개인 작업들의 퀄리티를 높임과 동시에 업무 효율성을 어떻게 확보하고 계신 지 궁금합니다.
-> 저는 새로운 툴 학습은 제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익힙니다 ㅋㅋ 가장 빨리 익히는 방법은 내 실무에 직접 새로운 툴을 쓸 때더라고요. 급하게 써야 할 때, 필요할 때 빠르게 배우고 적용해야 빨리 습득합니다. 아무리 강연을 듣고 세미나를 들어도 이걸 정작 내 업무에 쓰지 않으면 금방 까먹더라고요. 피그마도 그랬습니다. 피그마 메이크도 제가 팀 내에서 AI 적용할 데 없나~ 할 때 써봤습니다.
퀄리티를 높이고 싶다면, 최대한 많은 레퍼런스를 보고 기억해야 해요. 저는 앱을 쓰다가 괜찮은 디자인의 배너나 페이지를 보면 바로 캡처하는 편입니다. 내 비주얼 퍼포먼스를 높이려면 좋은 그래픽을 많이 보고 내 걸로 만들어야 해요.
Q2) 프리랜서 디자이너는 어떤 식으로 실력을 향상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을지 조언해 주실 수 있을까요? 또, 어떠한 스킬을 기르면 좋을까요?
-> 개인적으로 프리랜서들은 독창성, 그리고 자기 어필이 제일 중요해 보여요. 특히 SNS가 활발한 요즘에는 인스타나 스레드 활동을 많이 해서 내 이야기를 하고 내 작업물을 노출시키는 게 좋습니다. 비핸스도 좋고요. 그리고 기업 채용을 위해 PDF로 포폴을 준비한다면, 프리랜서라면 본인의 포폴 사이트를 만드는 것을 권장합니다. 내 디자인 "쪼"를 홈페이지에서도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실력 향상을 위해서라면... 다른 디자이너들과 같습니다. 새로운 것은 빠르게 도입하고 배워보고. 관련 콘퍼런스나 행사가 있으면 꼭 참여해서 정보를 습득해야 합니다. 어찌 보면 나의 사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 디자인 사업을 위한 배움은 필수입니다.
이번 세미에서는 사전질문을 세미나 당일에 받아서 급하게 답변을 준비했지만, 답변을 준비하면서도 정말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구나를 실감한다. 세미나를 진행할 때, 그리고 멘토링을 진행할 때 수없이 질문을 받는다. 자주 언급되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아 주로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를 알고, 색다른 질문을 들을 때 "이런 고민도 하고 있구나"를 안다.
내가 소속된 회사와 조직 특성상 인하우스 디자이너, 그리고 중니어 디자이너들만 만나게 된다. 이러면 다양한 직군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 질문들을 통해서 그들을 만나고 알아간다. 이다음에는 어떤 질문들을 듣게 될까? 나중에 연말 되면 결산 차원으로 자주 듣는 질문(FAQ)만 모아볼까 싶기도 하다.